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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사는 삶 (사제총회 위령미사 강론)
   2020/11/05  14:17

사제총회 위령미사

 

2020. 11. 03. 사제총회 범어대성당

 

오늘 우리는 사제 총회에 앞서서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 특히 선종하신 신부님들을 기억하고 기도하는 위령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돌아가신 분들이 세계적으로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오늘 통계를 보니까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이 472명이 되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120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 모든 분들이 하느님의 자비하심으로 하느님의 품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시기를 기도합니다.

어제가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이었습니다. 교회가 위령의 날을 지내고 위령성월을 지내는 이유는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기도하라는 의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살아있는 우리들이 마지막을 잘 준비하라는, 다시 말해 주어진 현재의 삶을 잘 살라는 의미도 있는 것입니다.

 

오늘 미사는 ‘위령의 날’ 셋째 미사의 독서와 기도를 선택하였습니다. 오늘 성경 말씀들은 모두가 살아있는 우리들에게 깊은 교훈을 주고 있는 말씀입니다.

오늘 복음인 마태오 25,1-13 말씀은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의 비유’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비유 내용은 여러분들도 잘 아실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비유를 말씀하신 다음 결론적으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13)

예수님의 이 말씀처럼 우리는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릅니다. 그러니 깨어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사실 진정으로 깨어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등과 함께 기름도 충분히 준비하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드디어 신랑이 도착하여 준비된 사람들은 혼인잔치에 들어갔는데 정작 그 잔치에 들어가야 할 사람인 우리들은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주인님, 문을 열어 주십시오.”하고 문을 두드리는 신세가 될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주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저는 어느 본당 신부를 했습니다. 저는 어느 교구의 주교였습니다.” 그때 주인은 다시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너를 잘 모른다. 너는 한 번도 진심으로 나를 찾지 않았고 나를 사랑하지도 않았지 않느냐?”

작년에는 이찬현 신부님 한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벌써 네 분의 신부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원로사제 두 분과, 그리고 현직에 계시던, 비교적 젊으신 신부님 두 분이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유가족들과 우리들에게 많은 충격과 안타까움을 안겨주기도 하였습니다.

남산동 성직자 묘지가 다 차서 2013년 8월 이형문 신부님이 선종한 후부터는 군위묘지로 가고 있습니다. 군위묘원에는 현재 12분의 신부님들이 누워 계십니다. 사실 그 12분 중에 6분이 비교적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분들입니다.

오늘 제1독서인 지혜서 4,7-15 말씀이 우리들에게 큰 위안과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의인은 때 이르게 죽더라도 안식을 얻는다. 영예로운 나이는 장수로 결정되지 않고, 살아온 햇수로 셈해지지 않는다. 사람에게는 예지가 곧 백발이고, 티 없는 삶이 곧 원숙한 노년이다.”(7-9)

‘영예로운 나이는 장수로 결정되지 않고 살아온 햇수로 셈해지지 않는다.’는 말씀이 인상에 남습니다.

그런데 구약성경 잠언 16,31에서 “백발은 영광의 면류관”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어서 이런 말이 덧붙여 있습니다. “(그 면류관은) 의로운 길에서 얻어진다.” 옛날 공동번역 성경에는 “착하게 살아야 (그것을) 얻는다.”고 번역되어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열 처녀의 비유에서 모두 등은 다 가지고 있었는데, 어리석은 다섯 처녀들은 기름을 따로 챙기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 사달이 나고 말았는데, 여기에서 ‘기름’은 무엇을 뜻하겠습니까? 성경 주해서들은 일반적으로 ‘사랑실천’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사실 성경에 사랑실천에 대한 이야기를 빼면 무엇이 남을까 할 정도로 수없이 말씀하시지만 그 실천이 잘 안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혼인잔치의 주인은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고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지난 10월 4일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에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에 관한 회칙 <모든 형제들>을 반포하셨습니다. 거기서 주된 예로 든 성경말씀이 루카복음 10,25-37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 말씀입니다. 어두운 구름이 드리워진 이 세상을 밝힐 수 있는 빛은 ‘착한 사마리아인’의 마음과 태도와 삶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그런 삶이 쉽지가 않습니다. 자기 헌신이 필요하고 희생이 필요한 것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자신이 죽어야 하는 것입니다. 죽어야 산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입니다.

어제 위령의 날 성무일도 독서기도 중에 제2독서로 암브로시오 성인의 강론이 나옵니다. 거기에서 성인께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살 수 있도록 그분과 함께 죽도록 합시다.”

오늘 제2독서인 로마서 6,3-9에서도 바오로 사도께서는 우리가 예수님의 죽음과 하나 되는 세례를 받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우리는 세례를 통하여 그분과 함께 죽고 묻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11월 위령성월 첫 날을 ‘모든 성인 대축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모든 성인 대축일’ 복음은 늘 마태오복음에 나오는 산상수훈 중에서 ‘진복팔단’입니다. 말이 ‘진복팔단’이지 사실은 자신을 내어주고 자신을 비우고 자신이 죽는 것입니다. 성인들이 그렇게 살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성인들을 따라 가야 할 사람들입니다.

 

결론적으로 바오로 사도께서는 오늘 제2독서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니 그분과 함께 살리라고 우리는 믿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앞서 가신 선배 사제들과 함께, 그리고 성인들과 함께 희망과 꿈과 용기를 가지고 우리에게 주어진 이 삶을 기쁘게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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