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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diocese of Daegu News
한국 카리타스 설립 50주년 폐막 미사 주한 교황대사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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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카리타스 설립 50주년 폐막 미사주한 교황대사 강론
한국 카리타스가 걸어온 50년의 여정을 기념하며 주님께 감사를 올리는 이 미사를 봉헌하게 되어 진심으로 기쁩니다. 이 뜻깊은 미사를 제가 주례하도록 초대해 주신 조규만 바실리오 주교님과 정성환 프란치스코 신부님을 비롯하여 한국 카리타스에서 사랑을 실천하고 계시는 모든 임직원과 자원봉사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와 진심 어린 축하를 드립니다. 레오 14세 교황님께서도 이날을 기억하시며 기도와 교황 강복으로 함께해 주고 계십니다.
한국 카리타스 50주년 주제는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을”입니다. 이 주제는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흘러나오는 희망의 깊은 의미를 함께 성찰하도록 이끌어줍니다. 온 세상이 희망에 목말라하고 있습니다. 평화를 향한 간절한 희망, 정의를 향한 불타는 희망,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절실한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지난 50년 동안 한국 카리타스는 가장 소외받고 버림받은 이들에게 살아있는 희망의 표징이 되어왔습니다. 진정한 사랑이 언제나 새로운 희망을 꽃피운다는 복음의 진리를 몸소 증언해왔습니다. 갈등과 분열의 상처가 온 세상을 뒤덮고 있는 이 시대에, 갈라티아서에서 성 바오로 사도가 우리에게 들려주신 그 귀한 말씀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야 하겠습니다. “사실 모든 율법은 한 계명으로 요약됩니다. 곧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여라.’ 하신 계명입니다”(갈라 5,14).
한국 카리타스의 모든 회원과 자원봉사자 여러분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진심 어린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은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과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의 삶을 살아가고 계십니다. 단순히 당장 필요한 물질적 도움만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움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분들, 사회적 불평등 때문에 고통받는 수많은 이웃들과 진정으로 함께하며, 그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돕고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인간다운 성장의 길을 열어드리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을 “국적과 인종, 종교와 이념의 벽을 허물며” 실천하고 계십니다.
주님께서 맡겨주신 사명에 여러분이 한결같이 충실하게 임해오신 데 대해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자원봉사자로서, 활동가로서, 또는 후원자로서 한국 카리타스를 위해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마음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진정한 동행이란 끊임없이 함께하며 언제나 가까이 머물러 있는 것을 뜻합니다. 이는 목적 없는 일방적 시혜가 결코 아닙니다. 가장 소외받고 잊힌 이들 곁에 꾸준히 머물러 있다는 것은 그들 안에 잠들어 있는 소중한 가능성을 일깨워 자신의 삶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진정한 주역이 되도록 돕는다는 뜻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강조하신 “사랑의 창의적 상상력”을 우리도 용감하게 실현해 나가야 합니다. 가장 약하고 힘든 이들에게 더욱 세심하고 따뜻한 사랑의 손길을 내밀어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 카리타스의 활동가와 자원봉사자 여러분은 날마다 신뢰의 관계를 쌓아가고,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적인 사연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며, 그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온마음으로 함께 나누고, 각각의 상황이 어떻게 발전해 나가는지를 세심하게 지켜보도록 부름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진심으로 가까이 다가서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깊은 차원의 필요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 사람이 지닌 소중한 장점과 능력을 발견하여 귀하게 여기며, 회복과 치유의 여정에 스스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도와주어, 그들 마음 속에 신뢰의 불꽃이 다시 타오르고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새롭게 움트도록 해줍니다.
믿음과 희망보다 가장 으뜸인 사랑은 언제까지나 스러지지 않을 것입니다(1코린 13,8-13 참조). 사랑은 성령께서 우리에게 내려주시는 가장 큰 선물이며 “모든 덕행의 어머니이자 뿌리”입니다(성 토마스 아퀴나스, 『신학대전』, 제1-2부, 제62문, 제4항 참조). 레오 14세 교황님께서는 2025년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담화를 통해 이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워 주셨습니다. “희망은 믿음에서 태어나며, 믿음이 희망을 기르고 떠받쳐 줍니다. 이 모든 것은 모든 덕행의 어머니인 사랑을 든든한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랑이야말로 오늘,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입니다. (…) 사랑이 없는 사람은 믿음과 희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웃에게서 희망마저 앗아가 버립니다.” 바로 이것이 여러분이 펼쳐내시는 봉사 활동의 가장 소중한 핵심입니다. 사랑을 통해 희망을 선물하는 것입니다.
방금 들으신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는 복음서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사마리아인의 행동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그려냅니다. 그의 사랑 넘치는 행동은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깊은 치유를 선사하며, 강도떼에게 습격당해 초주검이 된 채 길가에 버려진 그 가엾은 사람에게 잃어버렸던 존엄성과 희망을 되찾아 주었습니다.
레오 14세 교황님께서는 지난 5월 28일 교리 교육에서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풀이하시며, 우리 삶은 “우리가 참으로 어떤 사람인지”를 그대로 드러내는 만남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런 결정적 순간에는 종교인이라는 겉모습조차 아무 의미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셨습니다. 루카 복음이 적나라하게 보여주듯이, 사제와 레위인은 길가에서 상처 입은 사람을 보고도 마음 깊은 연민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경배를 드린다고 해서 저절로 자비로운 마음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명확히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품는 것은 종교적 문제이기 이전에 인간성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신앙인이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돼야 합니다.” 아무리 신자이고 신심이 깊다 하더라도,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이라 해도,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저절로 품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현실의 고통과 이웃과의 만남, 그리고 우리가 마주하는 어려운 상황들을 보고도 마음 깊이 아파하며 함께 상처받으려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신앙인이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돼야 합니다.” 바로 이렇게 인간다운 모습, 곧 진심 어린 연민의 마음을 품는 것이 복음을 생생하게 증언하는 소중한 기회가 됩니다. 결국 이것이야말로 선교의 진정한 열쇠이며, 복음 선포의 참된 힘이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급변하는 시대에 꼭 필요한 영적 힘입니다. 무엇보다 먼저 참으로 인간다운 사람이 되어, 열린 마음으로 따뜻한 연민을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이 비유는 “누가 내 이웃인가?”라는 물음에서 시작됩니다. 예수님께서 바로 이 문제로 질문을 받으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웃이 단순히 내 곁에 우연히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분명히 대답하십니다. 진정한 이웃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가까운 관계란 단순히 “가까운 곳에 나란히 있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이런 깊은 의미에서 연민은 내가 능동적으로 취하는 사랑의 행동이며, 온갖 장애물과 편견을 용감하게 극복해 나가는 나의 적극적인 마음가짐입니다. 사마리아인이 극복해야 했던 수많은 장애물을 떠올려 봅시다. 그는 처음부터 마음의 거리감을 만들어내는 온갖 사회적, 문화적, 종교적 장벽들을 하나하나 허물고 나아가야 했습니다. 그리고 가능한 한 가까이 다가가서 상대방의 마음 가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야 했습니다.
사랑하는 벗 여러분, 여러분이 실천하고 계시는 모든 활동이 바로 이러한 능동적인 사랑의 마음가짐 덕분에 굳건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관심과 마음을 닫는 유혹을 단호히 뿌리치고, 고통받는 이웃들과 진실하게 만나며, 상처와 연약함을 깊이 이해하고 부드럽게 어루만져 따뜻한 위로를 건네야 합니다. 이런 모든 순간에 언제나 하느님께 겸손한 마음으로 도움을 청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끊임없는 기도를 통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복잡한 현실들, 특히 우리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소외된 현실들까지도 제대로 알 수 있는 지혜를 구하고, 그 모든 것들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겸손하고 열린 마음을 간절히 청하도록 합시다. 그래야만 사랑의 복음이 우리 안에서 언제나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드러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한국 카리타스의 모든 활동가와 자원봉사자 여러분이 보여주시는 아름다운 삶의 증언이 한국 교회 전체로 하여금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향한 헌신을 새롭게 다짐하는 모범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아무것도 아끼지 않고 조금도 망설이지 않는 온전한 사랑으로, 우리의 참된 구원자요 탁월한 착한 사마리아인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넘치는 은총 안에서 온 마음과 온 정성을 다하여 나아가시기 바랍니다!
희망의 어머니이시며 모든 은총의 중재자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간절한 전구를 여러분 모두를 위해 청합니다. 성모님께서 여러분의 모든 발걸음을 환히 밝혀 주시고, 어머니의 한없는 사랑으로 가장 약하고 힘없는 이들의 간절한 필요를 당신의 티없으신 성심에 깊이 품어 주시기를 빕니다.
2025년 6월 20일 한국 카리타스 설립 50주년 폐막 미사주한 교황대사 강론
한국 카리타스가 걸어온 50년의 여정을 기념하며 주님께 감사를 올리는 이 미사를 봉헌하게 되어 진심으로 기쁩니다. 이 뜻깊은 미사를 제가 주례하도록 초대해 주신 조규만 바실리오 주교님과 정성환 프란치스코 신부님을 비롯하여 한국 카리타스에서 사랑을 실천하고 계시는 모든 임직원과 자원봉사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와 진심 어린 축하를 드립니다. 레오 14세 교황님께서도 이날을 기억하시며 기도와 교황 강복으로 함께해 주고 계십니다.
한국 카리타스 50주년 주제는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을”입니다. 이 주제는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흘러나오는 희망의 깊은 의미를 함께 성찰하도록 이끌어줍니다. 온 세상이 희망에 목말라하고 있습니다. 평화를 향한 간절한 희망, 정의를 향한 불타는 희망,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절실한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지난 50년 동안 한국 카리타스는 가장 소외받고 버림받은 이들에게 살아있는 희망의 표징이 되어왔습니다. 진정한 사랑이 언제나 새로운 희망을 꽃피운다는 복음의 진리를 몸소 증언해왔습니다. 갈등과 분열의 상처가 온 세상을 뒤덮고 있는 이 시대에, 갈라티아서에서 성 바오로 사도가 우리에게 들려주신 그 귀한 말씀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야 하겠습니다. “사실 모든 율법은 한 계명으로 요약됩니다. 곧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여라.’ 하신 계명입니다”(갈라 5,14).
한국 카리타스의 모든 회원과 자원봉사자 여러분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진심 어린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은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과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의 삶을 살아가고 계십니다. 단순히 당장 필요한 물질적 도움만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움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분들, 사회적 불평등 때문에 고통받는 수많은 이웃들과 진정으로 함께하며, 그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돕고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인간다운 성장의 길을 열어드리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을 “국적과 인종, 종교와 이념의 벽을 허물며” 실천하고 계십니다.
주님께서 맡겨주신 사명에 여러분이 한결같이 충실하게 임해오신 데 대해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자원봉사자로서, 활동가로서, 또는 후원자로서 한국 카리타스를 위해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마음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진정한 동행이란 끊임없이 함께하며 언제나 가까이 머물러 있는 것을 뜻합니다. 이는 목적 없는 일방적 시혜가 결코 아닙니다. 가장 소외받고 잊힌 이들 곁에 꾸준히 머물러 있다는 것은 그들 안에 잠들어 있는 소중한 가능성을 일깨워 자신의 삶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진정한 주역이 되도록 돕는다는 뜻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강조하신 “사랑의 창의적 상상력”을 우리도 용감하게 실현해 나가야 합니다. 가장 약하고 힘든 이들에게 더욱 세심하고 따뜻한 사랑의 손길을 내밀어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 카리타스의 활동가와 자원봉사자 여러분은 날마다 신뢰의 관계를 쌓아가고,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적인 사연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며, 그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온마음으로 함께 나누고, 각각의 상황이 어떻게 발전해 나가는지를 세심하게 지켜보도록 부름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진심으로 가까이 다가서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깊은 차원의 필요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 사람이 지닌 소중한 장점과 능력을 발견하여 귀하게 여기며, 회복과 치유의 여정에 스스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도와주어, 그들 마음 속에 신뢰의 불꽃이 다시 타오르고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새롭게 움트도록 해줍니다.
믿음과 희망보다 가장 으뜸인 사랑은 언제까지나 스러지지 않을 것입니다(1코린 13,8-13 참조). 사랑은 성령께서 우리에게 내려주시는 가장 큰 선물이며 “모든 덕행의 어머니이자 뿌리”입니다(성 토마스 아퀴나스, 『신학대전』, 제1-2부, 제62문, 제4항 참조). 레오 14세 교황님께서는 2025년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담화를 통해 이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워 주셨습니다. “희망은 믿음에서 태어나며, 믿음이 희망을 기르고 떠받쳐 줍니다. 이 모든 것은 모든 덕행의 어머니인 사랑을 든든한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랑이야말로 오늘,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입니다. (…) 사랑이 없는 사람은 믿음과 희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웃에게서 희망마저 앗아가 버립니다.” 바로 이것이 여러분이 펼쳐내시는 봉사 활동의 가장 소중한 핵심입니다. 사랑을 통해 희망을 선물하는 것입니다.
방금 들으신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는 복음서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사마리아인의 행동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그려냅니다. 그의 사랑 넘치는 행동은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깊은 치유를 선사하며, 강도떼에게 습격당해 초주검이 된 채 길가에 버려진 그 가엾은 사람에게 잃어버렸던 존엄성과 희망을 되찾아 주었습니다.
레오 14세 교황님께서는 지난 5월 28일 교리 교육에서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풀이하시며, 우리 삶은 “우리가 참으로 어떤 사람인지”를 그대로 드러내는 만남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런 결정적 순간에는 종교인이라는 겉모습조차 아무 의미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셨습니다. 루카 복음이 적나라하게 보여주듯이, 사제와 레위인은 길가에서 상처 입은 사람을 보고도 마음 깊은 연민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경배를 드린다고 해서 저절로 자비로운 마음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명확히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품는 것은 종교적 문제이기 이전에 인간성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신앙인이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돼야 합니다.” 아무리 신자이고 신심이 깊다 하더라도,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이라 해도,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저절로 품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현실의 고통과 이웃과의 만남, 그리고 우리가 마주하는 어려운 상황들을 보고도 마음 깊이 아파하며 함께 상처받으려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신앙인이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돼야 합니다.” 바로 이렇게 인간다운 모습, 곧 진심 어린 연민의 마음을 품는 것이 복음을 생생하게 증언하는 소중한 기회가 됩니다. 결국 이것이야말로 선교의 진정한 열쇠이며, 복음 선포의 참된 힘이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급변하는 시대에 꼭 필요한 영적 힘입니다. 무엇보다 먼저 참으로 인간다운 사람이 되어, 열린 마음으로 따뜻한 연민을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이 비유는 “누가 내 이웃인가?”라는 물음에서 시작됩니다. 예수님께서 바로 이 문제로 질문을 받으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웃이 단순히 내 곁에 우연히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분명히 대답하십니다. 진정한 이웃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가까운 관계란 단순히 “가까운 곳에 나란히 있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이런 깊은 의미에서 연민은 내가 능동적으로 취하는 사랑의 행동이며, 온갖 장애물과 편견을 용감하게 극복해 나가는 나의 적극적인 마음가짐입니다. 사마리아인이 극복해야 했던 수많은 장애물을 떠올려 봅시다. 그는 처음부터 마음의 거리감을 만들어내는 온갖 사회적, 문화적, 종교적 장벽들을 하나하나 허물고 나아가야 했습니다. 그리고 가능한 한 가까이 다가가서 상대방의 마음 가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야 했습니다.
사랑하는 벗 여러분, 여러분이 실천하고 계시는 모든 활동이 바로 이러한 능동적인 사랑의 마음가짐 덕분에 굳건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관심과 마음을 닫는 유혹을 단호히 뿌리치고, 고통받는 이웃들과 진실하게 만나며, 상처와 연약함을 깊이 이해하고 부드럽게 어루만져 따뜻한 위로를 건네야 합니다. 이런 모든 순간에 언제나 하느님께 겸손한 마음으로 도움을 청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끊임없는 기도를 통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복잡한 현실들, 특히 우리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소외된 현실들까지도 제대로 알 수 있는 지혜를 구하고, 그 모든 것들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겸손하고 열린 마음을 간절히 청하도록 합시다. 그래야만 사랑의 복음이 우리 안에서 언제나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드러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한국 카리타스의 모든 활동가와 자원봉사자 여러분이 보여주시는 아름다운 삶의 증언이 한국 교회 전체로 하여금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향한 헌신을 새롭게 다짐하는 모범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아무것도 아끼지 않고 조금도 망설이지 않는 온전한 사랑으로, 우리의 참된 구원자요 탁월한 착한 사마리아인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넘치는 은총 안에서 온 마음과 온 정성을 다하여 나아가시기 바랍니다!
희망의 어머니이시며 모든 은총의 중재자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간절한 전구를 여러분 모두를 위해 청합니다. 성모님께서 여러분의 모든 발걸음을 환히 밝혀 주시고, 어머니의 한없는 사랑으로 가장 약하고 힘없는 이들의 간절한 필요를 당신의 티없으신 성심에 깊이 품어 주시기를 빕니다.
2025년 6월 20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