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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강론] 교황 선출 기념 미사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강론
   2019/04/02  14:55

사순 제3주간 수요일
교황 선출 기념 미사

(2019년 3월 27일 18:00 명동대성당)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 찬미 예수님

 

   지금 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선출 6주년을 기념하는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이 미사 동안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우리 시대의 예언자요 최고 목자로 보내 주신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에 감사드리며, 하느님께서 교황님께 필요한 빛과 힘, 용기와 위로를 주시도록 기도드리면 좋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우리 모두에게 복음 실천의 삶이 어떠한 모습인지를 직접 말씀과 행동으로 보여 주시는 우리 시대의 참 목자이십니다. 이 기회에 교황님께서 당신을 대리하여 보편 교회와 한국 교회가 끊임없이 소통하고 연대할 수 있도록 알프레드 슈에레브 교황대사님을 파견해 주심에도 감사드립니다. 교황대사님에게도 하느님의 은총과 지혜가 충만하시도록 기도합시다.

 

   사순시기를 시작하면서 우리 모두는 머리에 재를 받고, 참된 기도와 단식, 자선의 삶으로 초대받았습니다. 오늘 미사 독서와 복음은 ‘회심의 시기’인 사순시기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무엇을 더 깊이 성찰해야 하는지를 일깨워 줍니다. 신명기에서 모세는 “하느님께서 명령하신 규정과 법규들을 잘 지키고 실천해야 하느님께서 약속해 주신 땅에 들어가 그곳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모세는 이 약속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오로지 조심하고 단단히 정신을 차려, 두 눈으로 본 것들을 잊지 않고 그것들이 평생 마음에서 떠나지 않게 할 뿐만 아니라 자자손손에게 그것을 알려 주어라.”고 명쾌하게 말합니다. 곧 모세를 통하여 하느님께서는 율법의 규정과 법규를 잘 듣고 실천할 때, 이스라엘 백성들이 약속된 가나안 땅으로 들어갈 수 있고, 또한 민족들에게 지혜롭고 슬기로운 위대한 백성으로 기억되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예수님께서도 오늘 복음에서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를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 하늘과 땅이 없어지기 전에는, 모든 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율법에서 한 자 한 획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하십니다. 그렇다면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실천하라고 언급하는 법규와 규정 그리고 복음에서 말하는 예수님께서 완성하러 오신 율법의 핵심은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신명기 전체를 아우르고, 또한 오늘 복음에서 말하는 율법의 완성인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 할 것입니다.

 

   알레산드로 지소티(Alessandro Gisotti) 교황청 임시 공보실장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교황 선출 6주년을 되돌아보면서 “교황 재위 기간을 이해하는 핵심적인 말은 사랑, 자비, 용기”라고 말합니다. 그는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당신과 만나는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하시는지를 직접 목격했다고 전합니다. 그는 파나마 세계청년대회를 방문한 사례를 들면서 교황님을 만나면 사람들이 운다고 말합니다. 특별히 가난한 사람들, 병자들, 나약한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시는 그분의 모습은 하나의 현현을, 곧 참된 사랑의 현현, 예수님 사랑의 현현, 하느님의 현현을 보여 주고 또한 사람들은 그것을 느낀다고 진술합니다.


   지소티 임시 공보실장이 증언하는 교황님의 행보는 오늘 우리가 독서와 복음을 통해 들은 율법의 규정과 법규의 핵심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교황님의 사랑 실천의 힘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궁극 목적인, 십자가 사랑에 바탕을 둔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깊은 공감의 힘일 것입니다.

 

   예컨대, 2013년 교황님께서 신경섬유종증(neurofibromatosis)을 앓고 있는 비니치오 리바(Vinicio Riva) 형제를 만난 내용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비니치오 리바는 교황님과의 만남을 통해 하느님의 현현을 체험하였다고 증언합니다. 그는 이탈리아 빈첸자(Vincenza) 지방 작은 마을에서 여동생과 카트린 이모와 함께 살았습니다. 15세부터 앓아온 이 신경섬유종증은 사마귀 같은 혹이 얼굴과 온몸을 뒤덮어 몸 전체에 통증을 일으키고 약도 없으며 나을 수 없는 질병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서른이 되면 죽을 것이라고 했지만, 53세까지 살아 있었고, 마침내 2013년, 죽기 전에 교황님 알현을 꿈꾸며 카트린 이모와 함께 로마 순례 여정에 나섰습니다. 많은 순례객들과 함께 교황님을 뵈려고 준비하고 있을 때, 교황님께서 중병을 앓고 있는 비니치오 리바를 바라보시며 걸어오셔서는 침묵 가운데 그를 아주 강하게 한참 동안 포옹하시고 환부에 입을 맞추시며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리바는 그때의 상황을 이렇게 증언합니다. “교황님께서는 저를 두려워하지 않으시고 저를 두 팔로 끌어안아 주셨습니다. 그분께서 저를 쓰다듬으셨을 때, 저는 사랑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저를 끌어안으셨을 때, 저는 꼭 천국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카트린 이모는 “교황님과의 포옹 후 비니치오 리바가 행복해하였으며, 자신이 소중하다고 느끼는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라고 증언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교황님을 통해 드러난 하느님 사랑의 현현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재위 6년 동안 1,000회 이상의 강론을 하셨고, 1,200회 이상의 대중 연설, 264회에 달하는 수요 일반 알현을 하셨습니다. 이 밖에도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님께서 초안을 작성하신 문서를 완성하시어 「신앙의 빛」(Lumen Fidei)이라는 첫 번째 회칙을 발표하셨고, 이후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교황 권고 3권, 곧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Gaudete et exsultate)를 발표하셨습니다. 또한, 27개의 자의 교서와 자비의 희년 반포 칙서인 「자비의 얼굴」(Misericordiae Vultus)을 발표하셨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세 차례에 걸쳐 주교 시노드를 주관하셨고, 41개국을 순방하셨습니다. 요한 23세, 바오로 6세, 요한 바오로 2세, 세 분의 교황 시성식과 콜카타의 마더 데레사 수녀,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 파티마의 목동인 히야친타와 프란치스코 마르토, 소화데레사 성녀의 부모, 폴리뇨의 안젤라, 삼위일체의 엘리사벳 수녀의 시성식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가난한 이들에게 다정히 다가가시는 교황님의 행보와 강론, 회칙과 문헌에서 우리 각자 삶의 나침반을 찾게 됩니다. 교황님께서는 우리가 궁극 목적으로 바라보아야 할 대상이 누구이고 어디인지를 늘 반복하여 강조하십니다. 가장이면 가장으로서, 어머니면 어머니로서, 자녀면 자녀로서, 학생이면 학생으로서, 교수면 교수로서, 정치인이면 정치인으로서, 환경운동가면 환경운동가로서, 수도자면 수도자로서, 사제면 사제로서, 은퇴한 사람이면 은퇴한 사람으로서, 어떤 지향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간곡한 사랑의 말씀으로 가르쳐 주십니다.

 

   오늘 우리는 교황님 선출 6주년을 기념하면서 교황님의 말씀과 모범을 묵상하고 마음에 깊이 간직하면서 자주자주 넘어지는 현실 가운데서도 거듭 다시 일어나며, 우리가 있는 곳이 천국, 곧 사랑이 넘치는 하느님 나라일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사랑과 자비의 하느님, 


   경쟁과 무관심이 만연한 우리 시대에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 보여주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우리의 최고 목자로 보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하느님의 나라가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 힘쓰는 그에게 지혜와 힘을 더하여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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