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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2년 교구장 성탄 담화문
   2022/12/24  20:48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이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가득하기를 빕니다. 말씀이신 주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오셨다는 이 놀라운 신비는 우리 신앙의 핵심이며 기쁜 소식입니다. 기쁜 마음으로 성탄을 맞이하며 이 기쁨을 여러분 모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성탄의 기쁨은 교회를 통해 전해 내려오는 우리 신앙의 보화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아드님을 우리 가운데 보내시어, 성자께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셨다는 사실은 놀라운 구원의 신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구세주께서 위대한 왕이나 권력자의 모습이 아니라, 시골의 가난한 가정에서 나약한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오셨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이처럼 하느님의 구원 계획은 인간의 생각을 초월합니다. 대개 세상 사람들은 권력으로 남들을 억누르며 더 높아지려고 하고, 자신들의 이익만 챙겨 더 부유해지려고 합니다. 하지만 구세주께서는 더 낮은 모습으로, 더 나약한 모습으로 오셔서 사랑을 가르치십니다.

 

그런데 구세주께서 세상에 오셨지만, 여전히 세상에는 암울한 소식이 만연합니다. 올 한해에도 가슴 아픈 일들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아직도 가시지 않았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많은 민간인이 죽음에 내몰리고 고향을 떠나 피난을 갔으며, 여전히 많은 이들이 전쟁의 공포 속에서 성탄을 맞고 있습니다. 감염병과 전쟁의 여파로 세계 경제는 더 어려워지고, 겨울은 가난한 이들에게 더욱 혹독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얼마 전 이태원 거리에서 일어난 끔찍한 참사로 많은 젊은이가 희생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희생자들의 유가족과 다친 사람들은 어느 해보다 훨씬 고통스러운 성탄절을 맞을 것입니다. 여야 정치의 극한 대립과 경기 침체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를 무겁게 하고 사람들의 마음도 더욱 어둡게 합니다. 서민들의 겨울나기도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맞는 성탄절의 의미는 더욱 크다고 하겠습니다.

 

빛이 어두운 세상을 훤히 비추는 것처럼, 예수님의 성탄이 이 사회와 여러분의 마음을 더욱 밝고 따스하게 해 주는 빛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기쁜 성탄을 맞이하여 우리 마음 안에 빛을 밝힙시다. 그 빛으로 세상을 더욱 밝고 따스하게 밝혀나가야 하겠습니다. 그리하면 분명 우리는 이 어려운 상황을 이겨 내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며 다시 친교의 신앙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올해로 우리 교구는 10년 장기 사목 계획의 여정에서 세 번째 해를 맞았습니다. 저는 ‘복음의 기쁨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큰 주제 아래 말씀, 친교, 전례, 이웃사랑, 선교라는 다섯 가지 핵심 가치를 2년마다 하나씩 실천하며 살 것을 제안했습니다. 앞으로 2년 동안 우리는 ‘친교로 하나 되어’라는 주제로 친교의 영성을 살아가고자 합니다. 「사목 교서」에서 밝혔듯이,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 하느님께서는 서로를 향해, 서로 함께, 서로를 위해 존재하는 분이시고, 교회는 이러한 하느님의 친교를 본받아 일치를 향해 나아가는 신앙공동체입니다.

 

예수 성탄은 이러한 삼위일체 하느님의 친교가 가장 잘 드러난 사건입니다. 성자께서 사람이 되셨다는 것은 스스로 하느님의 지위를 버리고 자신을 낮추어 인간이 되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아드님께서는 아버지의 뜻을 이루시고자 십자가의 죽음을 받아들이시고, 성부께서는 그러한 아들을 죽음의 세력으로부터 부활시키실 것입니다. 그 모든 과정에 성령께서 함께하십니다. 이렇게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 하느님의 친교 안에서 인간의 구원 역사가 시작되고 완성되었습니다. 우리도 사랑이신 하느님과 친교로 하나 되고, 이웃들과 친교를 나누며,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과 친교를 나누어야 할 것입니다.

 

결국 주님 성탄을 기뻐한다는 것은, 우리 가운데 오신 아기 예수님을 잘 받아들여서 공동체가 친교를 나누며, 그 친교로 하나 되어 세상 안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신앙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친교를 살고 이웃과 피조물과 친교를 나누며, 친교의 영성을 익히기 위해 힘을 쏟아야 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축하드리며, 복음의 기쁨으로 이 어려운 상황을 잘 이겨 내어 친교로 하나 되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도록 노력합시다.

 

2022년 12월 25일 예수 성탄 대축일에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