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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께서 큰 위로를 주시기를 청합니다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분들을 위한 미사 강론)
   2021/12/01  11:44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분들을 위한 미사

 

2021. 11. 29(월) 성모당

 

오늘 우리는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나신 분들을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이분들을 당신의 따뜻한 품안에 받아주시고 영원한 복락을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그리고 사랑하던 사람을 떠나보내고 고통 속에 살아오신 유가족들에게도 하느님께서 큰 위로를 주시고 그 눈물을 씻어주시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2020년 1월 20일에 우리나라에 코로나19 환자가 처음으로 발생하였습니다. 그리고 한 달 후인 2월 18일에 대구에 첫 환자가 생겼습니다. 대구의 그 환자를 시작으로 하여 ‘신천지’라는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엄청난 숫자와 속도로 감염자가 확산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교구는 작년 봄에 사순절과 부활절을 포함하여 두 달 반가량이나 미사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작년 성탄절에도 미사를 드리지 못했었고, 올해 들어 거리를 두며 미사를 재개했지만 아직 미사에 나오지 않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교회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고통을 겪었으며 지금도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누구보다도 가장 큰 고통을 겪은 사람은 코로나 때문에 돌아가신 분들일 것입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그분들과 마지막 작별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이별해야 했던 유족 분들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병원에 입원한 코로나 환자가 위독해지면 폐쇄회로(CC)TV로 임종을 지켜보거나 한 두 명의 가족만 개인 보호구를 착용하고 격리 병실의 창을 통하여 가족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코로나 환자가 사망을 하면 병실에서부터 밀봉을 하여 방역당국의 ‘선先 화장 후後 장례’ 지침에 따라 염이나 입관식을 생략된 채 사망한 당일에 화장을 합니다. 고인은 한 줌의 재가 되어 유골함에 담긴 후에야 사랑하는 가족의 품에 안길 수 있는 것입니다. 애도의 시간마저 빼앗겨버린 이러한 코로나 장례는 유족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코로나는 선진국과 후진국,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공격하였습니다. 현재 감염이 가장 심한 곳이 유럽과 미주 국가들입니다.

작년 봄에 미국 뉴욕에 코로나19가 창궐하여 도시 전체를 봉쇄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의 살롯에 사는, 제가 잘 아는 어느 신자의 부모님께서 뉴욕에 사시다가 코로나에 감염되어 돌아가셨습니다. 아버님이 먼저 돌아가시고 얼마 안 있어서 어머니까지 감염이 되어 돌아가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살롯에 사는 그 신자는 그 소식을 들었지만 뉴욕이 봉쇄되는 바람에 부모님에게 갈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시 당국에서 유족도 없이 합동으로 장례를 치렀던 것입니다.

장례에도 참석하지 못한 이런 분들 뿐만 아니라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 우리가 알든 모르든 적지 않은 어려움과 고통을 겪으신 분들이 참으로 많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오늘 코로나로 세상을 떠나신 분들을 위한 미사를 드릴 터이니 기억할 분들은 신청하라고 하였더니 15분이 신청하였습니다. 이분들의 이름을 다 부르지는 않겠으나 제 마음에 담고 이 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 교구 신자 중에서 이보다 더 많은 분이 코로나로 돌아가셨는지도 모릅니다. 지난 10월에 원로 신부님 한 분이 돌아가셨는데 실은 그 신부님도 코로나로 돌아가셨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호흡기 질환이 있어서 병원에 입원하셨는데 병원에 코로나 집단감염이 번지는 바람에 코로나에 걸려 회복이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를 빌 따름입니다.

또 한 가지 안타깝고 잊혀 지지 않은 일은 작년 3월에 대구 경북에 신천지를 중심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엄청나게 퍼지고 있을 때, 경산 사동 본당의 정유엽 세례자 요한 학생이 열이 나서 병원에 갔었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했다는 사실입니다. 고등학생이라는 한창 젊은 나이에 코로나 펜데믹 상태에서 오는 의료공백으로 인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저는 그때 그 아이가 다니던 사동성당을 방문하여 그 아이의 영정 앞에서 기도를 드리고 그 아이의 부모님을 만나 위로를 해드리고 왔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무슨 말이 위로가 되겠습니까! 하느님께서 깊은 위로와 새로운 삶의 은총을 주시리라 믿습니다.

 

올 초부터는 우리나라는 본격적으로 백신을 맞고 있습니다. 저도 1,2차를 다 맞고 지난 금요일에는 ‘부스터샷’까지 맞았습니다. 맞을 때마다 부작용이 거의 없었습니다. 저도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런데 백신을 맞고 난 후 백신의 부작용 때문에 돌아가시는 일들이 가끔 생기고 있어 이 또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통계적으로 백신을 맞고 돌아가시는 분이 백신을 안 맞고 돌아가시는 분보다 훨씬 적다고 하면서 모두 백신을 맞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마태 8,5-11)은 예수님께서 한 백인대장의 종을 치유해주시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백인대장은 군사 100명을 거느리는 장교를 말합니다. 그런 로마군대의 장교가 예수님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청을 드리는 것입니다. “주님, 제 종이 중풍으로 집에 드러누워 있는데 몹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내가 가서 그를 고쳐 주마.” 하셨습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주님,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나을 것입니다.”

많이 들어본 말씀 아닙니까?

영성체 직전에 사제가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 하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대답합니까?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

백인대장의 자세와 말이 얼마나 감동적입니까! 우리도 백인대장의 믿음을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이스라엘의 그 누구에게도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

 

이제 대림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오시는 주님께서 우리 안에 오시도록 잘 준비하여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코로나로 세상을 떠나신 모든 분들이 하느님의 품 안에서 영원한 복락을 누리시길 기도드리며 그 유가족 분들에게는 깊은 위로와 평화를 내려주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루르드의 동정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