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그룹웨어
Home > 교구장/보좌주교 > 교구장 말씀
제목 새로운 사도행전 (1대리구 사제 피정 파견미사 강론)
   2015/07/06  10:44

1대리구 사제피정


2015. 07. 03. 성토마스 사도 축일


 우리는 지금 4박5일간의 피정을 마치고 다시 본당과 세상이라는 삶의 현장으로 파견되는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번 피정에 함께 했습니다만 모든 신부님들이 피정을 잘 하신 것 같습니다. 특히 다섯 분의 원로신부님들이 모범이 되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성경통독으로 피정 지도를 해주신 이사악 수녀님, 참으로 고맙습니다.  

 우리는 예전에 사제서품 때 제대 앞에 엎드려 참으로 ‘주님을 닮은 사제가 되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그 다짐은 대체로 흐지부지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쇄신이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이 쇄신은 남이 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해야 하는 것입니다. 피정은 이런 자신을 돌아보고 새롭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제1대리구 피정은 성경통독으로 하였는데 저로서는 참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을 돌아보고 새롭게 하는 데 있어서 하느님 말씀보다 강한 힘을 가진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사악 수녀님께서는 피정 첫날에 말라기를 읽으라고 하셨습니다. 말라기가 구약과 신약을 연결하는 마지막 예언서이긴 하지만, 왜 우리 사제들에게 말라기를 읽으라고 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사제들은 이 만군의 야훼가 보낸 특사라, 사람들은 그 입술만 쳐다보면서 인생을 바르게 사는 법을 배우라고 하였다. 그런데 너희(사제들)는 바른 길을 떠났다. 법을 가르친다면서 도리어 많은 사람을 넘어뜨렸다.”(말라 2,7-8)

 묵시록이 그 시대의 이야기만도 아니요, 그렇다고 종말에 관한 이야기만도 아니며, 모든 시대의 이야기라고 보는 해석이 옳은 해석이듯이, 성경말씀이 위대한 것은 2000년 전, 혹은 3000년 전에 하신 말씀이지만 오늘날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말씀으로 와 닿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말씀을 가까이 하고 묵상하는 습관을 기르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말씀과 성령의 인도로 우리는 하느님 앞에 늘 바르게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월요일 저녁에는 올해 사제서품 25주년 은경축을 맞이하신 신부님들과 함께 교구청 경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저녁을 같이 먹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교구는 통상 은경축은 사제 본인이 현재 소임을 맡고 있는 본당이나 기관에서 지내는 것이며, 금경축은 교구차원에서 축하를 해드리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주교가 은경축을 맞이한 신부님들과 함께 하는 자리가 없었는데 일전에 은경축을 맞이하는 사제들에 대한 주교의 격려가 필요하다는 건의도 있었고 하여 이번에 그런 만남을 가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미사와 식사를 같이 하면서 신부님들과 친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날이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이었습니다. 오늘은 또 다른 사도인 성 토마스 사도 축일입니다. 직접 봐야 믿겠다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한 사람 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쨌든 토마스 사도는 순수하고 강직하며 솔직한 신앙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토마스 사도 덕분에 오늘날 우리들은 ‘보지 않고도 믿는 행복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신앙 안에서, 성령의 비추심으로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하고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지난 화요일과 수요일에 우리는 사도행전과 사도들의 편지들을 읽었습니다. 사도들은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께서 말씀하셨듯이 예수님을 모퉁이돌로 하는 교회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부족한 점도 많고 서로 다른 점도 많았던 사도들이었지만 하나의 사도단을 이루고 초대교회를 세우는 튼튼한 기초가 되었다는 것은 하느님의 놀라운 섭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기초 위에 세워진 교회가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2000년의 역사를 이어왔습니다. 이번에 사도행전을 다시 읽으면서 사도행전은 성령의 행전이요 성령의 역사하심이라는 생각을 더욱 짙게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성령의 역사하심에 자신을 맡기며 ‘새로운 사도행전’을 우리가 써 내려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복자 바오로 6세 교황님께서 사제들을 위해 바치셨던 기도를 바치겠습니다.

“오소서 성령님, 하느님의 백성을 돌보는 사제들에게 넓은 마음을 주소서. 침묵 가운데 힘차게 타이르시는 주님의 말씀을 귀담아들으며, 온갖 불미한 야심과 덧없는 인간 경쟁을 전혀 모르는 마음, 거룩한 교회만을 걱정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닮아 보려는 넓은 마음을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