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하느님만을 진정한 왕으로 섬긴다는 것은 (본리본당 대건관 축복식 및 감사미사 강론) |
2020/11/24 14:39 |
본리본당 대건관 축복식 및 감사미사
2020. 11. 22.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2013년 6월에 본리본당 30주년 및 견진성사 집전을 위해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벌써 7년이 지났군요. 오늘은 새로 지은 ‘대건관’ 축복식을 집전하고 연중시기 마지막 주일인 ‘그리스도왕 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본리성당을 방문하였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힘드시지요? 최근 몇 달 간 수도권 확산세로 인해서 그저께 11월 20일부로 확진자 수가 서울이 대구를 앞질렀다고 합니다. 요즘 대구는 하루에 한두 명 나오는 수준입니다. 대구가 지난 봄에 하도 혼이 많이 났기 때문에 다들 마스크도 잘 쓰고 거리두기를 잘 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 방역을 각자가 잘 해야 합니다. 백신이 곧 나온다고 하지만 백신을 맞을 때까지 불편하더라도 방역을 잘 지키면서 일상생활과 신앙생활을 함께 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가톨릭 전례력으로 마지막 주일이며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입니다. 전례력으로 마지막 주일에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온 누리의 임금이심을 고백하고 기리는 것입니다.
원래 이스라엘에는 왕이 없었습니다. 예언자나 선지자나 판관들이 그때 그때 필요할 때 나타나 백성의 지도자가 되어서 백성을 이끌었던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왕은 바로 하느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하느님만이 이스라엘의 임금이셨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에 정착하면서 왕이 필요하니 왕을 세워달라고 당시 사무엘 선지자에게 요청을 하였습니다. 사무엘 예언자는 처음엔 거절하였지만 백성의 요구대로 왕을 세워주었는데 첫 번째 왕인 사울부터 수많은 왕들이 있었지만 백성들을 잘 다스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나라가 두 쪽으로 갈라지고 백성들은 많은 고난을 받게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도 1910년 8월 29일 한일합병이 될 때까지 왕이 있었습니다. 조선시대만 해도 27명의 왕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종이나 정조처럼 백성을 잘 다스려서 존경받는 왕은 몇 분 되지 않습니다. 조선시대에 왕이었지만 후대 사가들이 왕이라고 부르지 않는 왕도 두 사람 있습니다. 연산군과 광해군입니다.
우리나라는 해방 후에 정부를 세우고 대통령을 뽑았습니다. 지금까지 11분이 대통령이 있었고 현재 문재인 대통령은 12번 째 대통령인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역대 대통령 중에 국민 다수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았던 대통령이 몇 사람이나 됩니까? 별로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백성의 신뢰와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사람에게는 늘 실망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진정한 임금님은 예수 그리스도 한 분뿐이심을 오늘 우리는 고백하는 것입니다. 그분은 백성을 권력으로 억누르는 지도자가 아니라 당신의 목숨까지 희생하며 백성을 섬기는 지도자이십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에제키엘 예언자를 통하여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몸소 내 양 떼를 먹이고 내가 몸소 그들을 누워 쉬게 하겠다. 주 하느님의 말이다. 잃어버린 양은 찾아내고 흩어진 양은 도로 데려오며 부러진 양은 싸매 주고 아픈 것은 원기를 북돋아 주겠다.”(에제 34,15-16)
그래서 오늘 시편 23장은 화답송으로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라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늘 사랑과 자비만 베푸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심판도 하시는 분이십니다.
‘사말(four last things, 四末)’이란 교리가 있습니다. 인간이 마지막에 겪어야 하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네 가지 일이라는 말입니다. 그것은 죽음과 심판과 천당과 지옥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마태 25,31-46)에서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 종말, 즉 당신이 재림하실 때 겪게 되는 최후의 심판에 대하여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목자가 양과 염소를 가르듯이 마지막 날에 주님께서는 사람들을 그렇게 가를 것이라 하셨습니다. 이것은 이 세상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인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요? 그것은 우리가 어떻게 사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하느님만을 진정한 왕으로 섬기며 하느님 말씀을 실천하며 살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마태 7,21)
“그러므로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을 것이다.”(마태 7,24)
심판은 마지막 날에 있겠지만 ‘지금 여기’에서부터 말씀을 실천하며 사는 것이 중요한 일인 것입니다.
오늘 미사 전에 대건관 축복식을 가졌습니다. 본리본당의 주보성인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시니까 ‘대건관’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 같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1821년 8월 21일 충남 당진 솔뫼에서 태어나서 1846년 9월 16일에 한강변 새남터에서 군문효수형을 받고 순교하셨습니다.
내년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입니다. 그래서 다음 주일인 대림 제1주일부터 내년 대림 제1주일 전날까지를 ‘희년’으로 선포하고 희년을 지내기로 하였습니다.
이번 희년의 주제어가 무엇이냐 하면,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입니다. 이 말은 김대건 신부님이 옥중에서 취조 받을 때 관장이 물은 말입니다. 김 신부님이 어떻게 대답하셨겠습니까? “그렇소. 나는 천주교인이오.” 하고 대답하셨던 것입니다.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라는 말은 오늘날 우리들에게도 묻는 말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대답할 것입니까? 그리고 우리가 천주교인이라면 천주교인답게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하여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을 우리도 들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마태 25,34)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