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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심, 정의, 사랑의 실천 (대건중고등학교 개교 70주년 기념미사 강론)
   2016/09/12  13:10

대건중고등학교 개교 70주년 기념미사


2016. 09. 09. 대건중고등학교 대건관

 

먼저 대건중고등학교 개교 70주년을 축하드리며 지난 세월 동안 우리 학교에 베풀어주신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 학교의 발전과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헌신하셨던 역대 교장 선생님들과 교사 선생님들, 그리고 동창회 여러분들과 학부모님들, 그리고 우리 학교를 위해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하느님의 축복이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우리나라에 ‘대건’이라는 이름을 가진 중고등학교가 3개 있습니다. 물론 3개 다 가톨릭 재단에서 운영하는 학교입니다만, 충남 논산에 대건중고등학교가 있고, 인천에 대건고등학교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 우리 학교가 가장 오래된 역사와 탄탄한 전통을 가졌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제 강점기 말에 일본 정부는 창시개명을 하도록 하였으며 우리말과 글을 쓰지 못하게 하고 일본말과 일본글만을 쓰게 하였습니다. 그래서 1945년 해방이 된 후에는 한글을 모르는 국민들이 엄청 많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해방된 이듬해부터 남한 전체에 공민학교 교육운동이 전개되었습니다. 이 운동의 목적은 국민 모두가 한글을 쓰고 읽을 수 있게 하고 우리말을 바로 말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천주교 대구교구의 교구장이셨던 주재용 신부님은 정부의 이런 방침에 따라 교구 공문을 통해 교구 신부님들이 이 운동에 적극 동참할 것을 권고하셨고 실제적으로 계산성당과 남산성당에 공민학교가 개설되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주재용 신부님은 나라가 어려운 시기에 교육입국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어느 나라든 가톨릭교회는 성당을 신설하면 작지만 학교나 유치원도 개설하곤 하였습니다. 주재용신부님은 해방 후에 공민학교나 초등학교를 넘어서 중등학교 설립계획을 세우셨고 1946년 7월 26일 교구 참사회의를 거쳐 대건중학교를 설립하였던 것입니다. 
우리 학교 주보 성인이 누굽니까?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십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1836년 15살의 나이로 마카오로 유학을 떠났다가 1845년 10년 만에 상해에서 사제로 서품되어 한국인 최초의 신부님이 되셨습니다. 그런데 신부님은 그 당시 조선에는 천주교 신앙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신부가 된 지 채 1년도 되기 전에 체포되어 순교하시게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 학교가 설립되었던 1946년은 김대건 신부님의 순교 100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1846년 9월 16일에 서울 한강 새남터에서 돌아가셨는데 신부님의 순교일인 9월 16일을 개교일로 정하고 학교 이름도 대건중학교로 하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초대 교장님은 나중에 효성여대 초대 학장과 초대 총장을 하셨던 전석재 신부님이셨습니다. 그리고 학교는 일제의 압박으로 문을 닫았던 성 유스티노 신학교 건물에서 시작하였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대건학교는 남산동에서 44년을 지냈으며, 1990년에 이곳 월성동으로 이전하여 2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대건중학교는 효성중학교와 마찬가지로 교육부 방침에 따라 남녀공학이 되었고, 대건고등학교는 2011년부터 자율형 사립고등학교가 되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해방 직후인 1946년 초에 갑자기 교구장으로 임명을 받고 주교로 서품되지 못한 상태에서 2년 3개월 동안 교구를 이끌어 오시면서 대건중고등학교와, 이어서 왜관 순심여자중학교, 그리고 김천 성의학교까지 설립하신 주재용 신부님께 감사를 드리며, 우리 모두 그분의 공로를 기억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 학교의 교훈이 양심, 정의, 사랑입니다. 이 교훈은 학교가 설립될 당시부터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이 교훈을 잘 실천하는 학교가 되고 학생이 되기를 바랍니다. 사람이 양심대로 살며 정의와 사랑을 실천하며 산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입니다. 
오늘 봉독한 요한복음 15장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5,12)
이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의 핵심입니다. 서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사랑하라는 것은 우리가 사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기 보다는 미워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싸우고 죽이기까지 합니다. 이것은 개인뿐만 아니라 집단 간에, 그리고 나라 간에도 자기 것만 챙기지 상대방은 배려하지 않고 서로 싸우고 전쟁하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입니다. 
예수님은 이런 현실을 마음 아파하시며 마지막까지 사랑할 것을 말씀하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던 것입니다. 
대건산악회의 박무택 대원을 아시지요? 작년에 ‘히말라야’라는 영화로 세상에 잘 알려졌습니다만, 히말라야에서 낙오된 동료 대원을 구하려다가 자신도 내려오지 못하고 그 산에 잠들고 만 분입니다. 그야말로 살신성인(殺身成仁)하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사랑인 것입니다. 여러분도 그런 사랑을 할 수 있는 대건인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학교라는 곳이 학문만 가르치는 곳이 아닙니다. 학문 이전에 사람됨을 가르쳐야 될 것입니다. 도서관 같은 머리를 가졌다 하더라도 그 마음이 얼음장 같이 차다면 그 사람은 인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해만 끼칠 것입니다. 
우리 학교는 교훈처럼 학생들이 양심과 정의와 사랑이 가득 찬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학교가 되기를 바랍니다.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1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