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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의 믿음 위에 지은 새 성전 (천주의 성모 마리아 각산성당 봉헌미사 강론)
   2020/11/02  14:47

천주의 성모 마리아 각산성당 봉헌미사

 

2020. 11. 01.

 

먼저 ‘천주의 성모 마리아 각산본당’의 새 성전을 봉헌하게 됨을 축하드리며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이 이 본당과 여러분들에게 가득하시길 빕니다. 그리고 각산본당의 주보이신 ‘천주의 성모 마리아’께서 각산본당을 늘 보호해 주시길 빕니다. 또한 오늘이 ‘모든 성인 대축일’인데 모든 성인들께서 우리를 위해 하느님께 전구해 주시길 빕니다.

 

각산본당은 대구 동구 각산동과 신서동 일대에 혁신도시 단지가 들어섬에 따라 2016년 1월 29일에 설립되었습니다. 초대 주임으로 김성복 신부님께서 오셔서 우선 조립식 건물을 지어서 최근까지 성당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제가 4년 전 성탄 밤에 와서 미사를 드렸고 미사 후에는 마당에 불을 피우고 추위에 몸을 녹이며 음식을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 4년 만에 아름다운 새 성전 봉헌미사를 드리게 되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동안 새 성전을 짓기 위해서 본당신부님과 신자들이 많은 기도와 정성을 바쳤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25일자 가톨릭신문에 나온 기사를 보니까 건립기금 마련을 위해 그동안 65개 성당을 다니며 신립 활동을 하였다고 합니다. 신립 활동만이 아니라 영적으로 하나가 되고 힘을 얻기 위해 전 신자 분들이 묵주기도 100만단 바치기와 성경필사를 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러한 노력과 정성과 기도가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이 봉헌식이 있게 된 것입니다. 수고하신 본당신부님과 총회장님을 비롯한 모든 교우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하느님의 강복을 빕니다.

 

오늘 제1독서는 구약의 느헤미야서 8장 말씀을 봉독하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빌론의 유배에서 해방되어 고국으로 돌아와 무너졌던 성을 다시 쌓고 성전을 지어서 봉헌하는 감동적인 장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에즈라 사제가 새로 지은 성전의 단상에 올라서서 율법서를 읽고 설명을 해주는데 그것을 듣던 백성들이 여기저기서 울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느헤미야 총독과 에즈라 사제가 백성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은 여러분의 주 하느님께 거룩한 날이니, 슬퍼하지도 울지도 마십시오.”(느헤 8,9)

수십 년 동안 남의 나라 땅에서 성전도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이제 자기 나라 땅 예루살렘에 돌아와 성전을 다시 짓고 그 안에서 하느님 말씀을 듣게 되니까 얼마나 감격스러웠겠습니까? 그래서 많은 백성들이 감격에 겨워 울고 있었는데 느헤미야 총독과 에즈라 사제가 그들을 달래고 있는 것입니다.

에즈라 사제가 다시 이렇게 말합니다.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단 술을 마시십시오. 오늘은 우리 주님께 거룩한 날이니, 미처 마련하지 못한 이에게는 그의 몫을 보내 주십시오. 주님께서 베푸시는 기쁨이 바로 여러분의 힘이니, 서러워하지들 마십시오.”(느헤 8,10)

그런데 오늘 각산본당의 새 성전을 봉헌하는 우리들도 음식과 술을 나누며 축제를 벌이고 싶지만 아직도 엄중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형국이라 그렇게 하지 못함을 이해하시길 바랍니다.

성전은 하느님의 집이며 기도하는 집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성전에서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고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하느님께 미사성제를 바치는 것입니다.

코로나 이후로 성당에 안 나오시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고 합니다. 안 나가니까 편하기 때문일 수 있고, 또 건강 염려 때문에 그럴 수 있겠습니다만, 방역을 잘 지키면 별 문제가 없으니까 그런 사람들을 여러분들이 잘 인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신자로서 가장 큰 의무는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살며 주일을 ‘주님의 날’로서 거룩하게 지내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자기 친구가 요즘 미사에 잘 나오지 않기에 “왜 미사에 안 보이는가?”하고 물었더니 그 친구가 하는 말이 “나는 요즘 방송미사 본다.”고 대답하더라고 합니다. 방송미사는 교구방침에 의해서 본당에 미사가 없거나, 혹은 자신이 몸이 아파서 나올 수 없을 때 대송의 한 방법으로 허용이 되는 것입니다. 방송미사가 성당에서 성찬례가 드려지고 영성체를 할 수 있는 미사를 대신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매일 하느님의 말씀이 선포되고 주님의 성체가 축성되는 이 성전에서 여러분들의 삶의 힘과 에너지를 받는 그런 신앙생활을 하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복음(마태오 16, 13-19)은 베드로 사도의 신앙고백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카이사리아 필리피 지방에 이르시자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더냐?” 하는 질문을 하십니다. 그래서 제자들이 ‘사람들의 소문에 의하면 이러 이러합니다.’하고 대답하자 이어서 “그러면 너희들은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하는 질문을 던지십니다.

사실 ‘사람들이 예수님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것보다 ‘내 자신이 예수님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가 훨씬 중요한 것입니다. 내 자신이 예수님을 주님으로 믿고 영접하고 따르느냐가 중요한 문제인 것입니다.

예수님의 두 번째 질문에 시몬 베드로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스승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시몬 베드로를 칭찬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베드로의 신앙고백 위에 교회가 세워지게 된 것입니다. 베드로 사도의 이 신앙고백이 교회를 받치고 있는 반석이 되었듯이 우리들도 이 세상에 믿음의 반석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올바른 믿음과 사랑의 삶을 통하여 살아계신 하느님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 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제2독서인 코린토 1서에서 바오로 사도께서는 “여러분이 바로 하느님의 성전”(1코린 3,17)이라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영께서 우리 안에 계시기 때문”(1코린 3,16)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을 받아들이면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사시기 때문에 우리가 바로 하느님의 성전이라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엄청난 일입니까! 우리 인간이 보잘 것 없지만 하느님을 ‘믿고, 안 믿고’가 얼마나 큰 차이가 나는가를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옛 성전은 없어졌고 우리의 믿음 위에 새 성전을 지었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가 바로 하느님의 성전인 것입니다. 이 성전을 잘 가꾸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오늘 각산본당의 새 성전을 하느님께 봉헌하면서 그동안 저희들을 지켜주시고 수많은 은혜를 베풀어 주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려야 하겠습니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모든 성인들이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