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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의 삶 (예수부활대축일 밤미사 강론)
   2016/03/31  12:47

예수부활대축일 밤미사


2016. 03. 26. 주교좌계산성당

 

찬미예수님! 부활 축하드립니다. 알렐루야!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셨기 때문에 우리의 믿음이 가능해졌고 우리의 구원이 이루어졌으며 세상의 모든 가치 체계가 바로잡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님의 부활을 기뻐하고 축하드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주님의 부활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 인생이 허무하게 죽음으로 끝나지 아니하고 주님과 함께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어찌 기쁘지 않겠습니까? 이 어찌 감사와 찬미와 영광을 드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과 이 나라에 충만하기를 빕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예나 지금이나 부활을 잘 믿지 않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현세에만 관심이 있지 내세에는 관심이 없고, 또 부활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것이 없습니다.
얼마 전에 ‘부활’이라는 영화가 나왔다는데 저는 보지는 못했지만 무슨 내용인지는 들은 바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무덤에 묻히신 후 며칠 후에 시신이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빌라도 총독이 어떤 장교에게 예수님의 시신을 찾아오라는 명을 내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장교가 예수님의 시신을 찾아서 탐문수색을 하다가 차츰 주님의 부활을 믿게 된다는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사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시는 모습을 아무도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루카 24,1-12)에 나오는 여자들도 처음에는 믿지 않았습니다. 여자들이 새벽 일찍이 준비한 향료를 들고 무덤으로 달려갔지만 무덤에는 돌이 이미 굴려져 있었고 무덤 안에는 예수님의 시신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눈부시게 차려입은 두 남자가 나타나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어찌하여 살아 계신 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찾고 있느냐? 그분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되살아나셨다.”
이 말을 듣고 여자들은 사도들에게 가서 이야기하였지만 사도들도 여자들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그들이 어떻게 주님의 부활을 믿게 되었습니까? 그것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토마스 사도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29) 
우리 교회는 사도들의 이 믿음 위에 서있습니다. 우리의 신앙은 바로 부활신앙 위에 서있는 것입니다.
주님의 부활은 죽음을 이긴 생명의 승리요, 절망을 이긴 희망의 승리입니다. 또한 거짓을 이긴 진리의 승리요, 미움을 이긴 사랑의 승리요, 어둠을 이긴 빛이 승리입니다. 그래서 주님의 부활은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에게 던지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가 됩니다. 부활을 믿는 사람은 세상 삶이 아무리 힘들고 고달파도 절망이 있을 수 없고 죽음도 두렵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참으로 “알렐루야”를 드높이 노래하지 않을 수 없고, “이 날은 주님께서 마련하신 날, 이 날을 기뻐하자, 춤들을 추자”하며 기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부활은 우리 신앙의 본질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란 바로 부활을 믿는 사람입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듯이 우리도 장차 반드시 부활한다는 이 믿음은 우리로 하여금 어떤 처지에서도 실망하지 않게 하는 희망 그 자체입니다. 
 
그저께 성목요일 오후에 저는 대구교도소에 가서 ‘주님 만찬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미사 전에 특별히 교도소장님의 배려로 신자 사형수 두 분을 별도의 방에서 면담할 수 있었습니다. 무슨 죄를 지어서 사형 선고를 받았는지 모르지만 제 눈에 비친 그들은 죄인이기보다는 한 사람의 어린 양이요 하느님의 자녀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에게 희망을 잃지 말 것과 부활신앙을 가질 것을 말하고 안수기도를 해주었습니다. 
사형수 면담을 마치고 미사시간이 되어 성당에 들어갔는데 푸른 옷을 입은 수많은 죄수들이 저를 환영하는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주교를 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감옥에 갇힌 이 사람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기도해주기 위해 왔는데 오히려 내가 환영받고 위로를 받고 기도를 받는 것이었습니다. 
미사 중에 여덟 분의 수인 형제들과 두 분의 교도관님, 그리고 두 분의 교정사목 봉사자 자매님에게 발을 씻겨드렸습니다. 발을 씻겨드리면서 한 분 한 분과 눈을 맞추며 평화를 빈다고 인사를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미사를 드리면서 느낀 것은, 이 형제들이 밖에서 무슨 죄를 지었기 때문에 교도소에 들어오긴 하였겠지만 험악한 죄인들처럼 보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열심히 성가를 부르고 열심히 기도를 하고, 무얼 물어보면 대답도 잘 하는 그들은 우리와 별 다를 바가 없는 형제들이었으며 하느님 앞에 불쌍한 어린 양일 뿐이었던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교도소에 수감되어있는 죄수가 5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편 생각해보면 교도소 안이 아니라 교도소 밖에 훨씬 더 많은 죄인들이 살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많은 죄인들이 스스로 죄인임을 인정하지도 않고 회개하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미사를 마치면서 교도소 내 천주교 공동체 회장 되시는 형제님이 이런 환영사를 하였습니다. 
“주님의 사제이신 타대오 대주교님을 모시고 함께 빵을 나누니 ‘함께 함’의 소중함을 깊이 새겨둡니다. (중략) 높은 담, 그리고 몇 겹의 철문을 지나 낮은 자리에서 손을 내밀어 발을 씻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도 섬김의 의미를 몸소 보여주신 겸손한 사제의 표양을 본받아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그리스도의 백성이 되겠습니다. 가난한 죄인이 대주교님을 위해 기도합니다. 저희를 잊지 마소서.”
오늘 예수부활대축일을 맞이하여 감옥에 갇힌 모든 이들에게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함께 하기를 빕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세계 곳곳에서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전쟁과 테러와 압박 등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는 사람들, 그리고 북한동포 여러분들에게도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함께 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우리는 부활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부활의 삶이란, 주님의 제자들이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뒤로 그 삶이 완전히 바뀌었듯이, 어떠한 고통에도, 어떠한 난관에도 절망하지 않고 희망을 가지고 일어서는 삶이며, 과거의 구태의연한 삶을 벗어버리고 새롭게 변화된 삶을 사는 것을 말합니다. 더 나아가 서로의 어려움과 고통을 나누는 삶이며,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며 기뻐하고 사랑하면서 사는 삶을 말하는 것입니다. 
 
예수부활이라는 이 기쁜 날을 맞이하여 우리 모두가 지금 여기서부터 부활의 삶을 살도록 다짐하고, 여러분의 앞으로의 삶이 행복하고 희망찬 나날 되시기를 빕니다. 
다시 한 번 부활 축하드립니다. 알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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