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일어나 가자(요한 14,31) (성령강림대축일 미사 강론) |
2022/06/13 11:59 |
성령강림대축일 미사
2022년 6월 4일, 고령 월막 피정의 집
찬미예수님, 성령강림대축일에 고령 월막 피정의 집에서 열린 성령축제에 함께하신 교우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 ‘일어나 가자’(요한 14,31)라는 말씀을 주제로, 이영숙 베드로 수녀님과 윤원진 요한마리아비안네 신부님의 강의도 들었습니다.
대축일 제1독서 사도행전은, 오순절에 사도들에게 성령이 불꽃 모양의 혀로서 내려오셨고, 사도들은 성령으로 가득 차, 성령께서 능력을 주시는 대로 다른 언어들로 말하였으며, 모든 나라에서 온 유다인들이 저마다 자기 지방 말로 알아듣고 놀라고 신기해하고 어리둥절해하였다고 전합니다. 2독서 코린토 1서는, 성령에 힘입지 않고서는 아무도 ‘예수님은 주님이시다.’ 고백할 수 없다 합니다. 은사는 여러 가지지만 성령은 같은 성령이시며, 활동은 여러 가지 이지만 하느님께서는 공동선을 위하여 각 사람에게 성령을 드러내 보여주셨으며, 몸의 지체는 많지만 모두 한 몸인 것처럼, 우리 모두 한 성령 안에서 한 몸이 되었다고 합니다.
1.2독서를 함께 놓고 보면, 그리스도 신비체의 지체는 여럿이고, 은사도 여럿이고, 활동도 여럿이며, 각자 성령을 드러내 보여주시고, 사도들도 각자 특정한 나라의 말을 할 능력을 받았지만, 놀랍게도, 이들은 모두 한 몸을 이루고, 공동선을 위하여 일하며, ‘서로 다른 언어로 같은 신앙을 고백’한다는 것입니다.
요한복음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발현하셔서 ‘평화가 너희와 함께!’하고 축복하신 다음,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하십니다. 이것은 예수님께서 사도들에게 수여하신 죄를 맺고 푸는 권한을 설명하시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저는 적극적으로 ‘내게 잘못한 이가 내게 용서 청하러 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가서 용서해 주라.’고 하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수님께서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성령을 받아라.’하셨기 때문입니다. 잘못한 이를 용서하는 것, 분명 힘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성령을 받고, 가서, 용서해 주라.’고 하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성령축제의 주제 ‘일어나 가자’와 연결하면 더욱 적극적인 용서로 들립니다. 요한의 그 구절 전체는 ‘내가 아버지를 사랑한다는 것과 아버지께서 명령하신 대로 내가 한다는 것을 세상이 알아야 한다. 일어나 가자.’입니다. ‘가자’하시는 예수님은 어디 가십니까? 가르침을 주시기도 하시지만, 결국은 아버지께 순명하여 목숨 바쳐 우리를 사랑해 주시려고 십자가의 길을 가십니다. 인류를 용서하시려고 당신 목숨을 바치러 가십니다. 십자가의 신비가, 하느님 아버지를 사랑하고 인류를 사랑하시는 예수님의 신앙의 순명에서 비롯함을 분명히 깨닫게 합니다.
예수님께서 복음에서 ‘성령을 받아라.’ 하십니다, 그러면 성령을 잘 받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천사 가브리엘이 예수님의 탄생 예고를 하는 장면을 봅니다.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 그분은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마리아는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하고 못 믿습니다, 불신합니다. 천사가 또다시 ‘성령이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 아기가 태어날 것’이라고 여전히 말합니다. 모두 미래형 동사로 예고되었습니다. 마리아가 거절하면 모두 없던 일이 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것처럼 마리아는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합니다. 성령은 이 때 오셨습니다. 우리도 성령을 청할 때, 마리아처럼 ‘믿습니다.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는 마음자세로 청하고, 성령을 받읍시다. 성령을 받으면, 각자 이끌어 주시는 대로 공동선을 위하여 살아가도록 합시다. 오늘 주님이 말씀하십니다. “성령을 받아라.”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