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무술년 개띠해를 시작하며 (여성위원회 신년교례회 미사 강론) |
2018/01/09 13:8 |
여성위원회 신년교례회 미사
2018. 01. 08. 주님 세례축일 교육원 다동 대강당
찬미예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싸움이 급하니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 1598년 무술년 12월 16일 정유재란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에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퇴각하는 왜군의 총탄을 맞고 마지막으로 남기신 말씀입니다. 임진왜란부터 7년간 조선을 황폐화시킨 전쟁이 이순신 장군의 무술년 결사항전과 함께 그렇게 막을 내렸던 것입니다.
그로부터 420년이 흐른 2018년 또 다시 무술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 남북관계가 정상화되고 전쟁의 위험이 사라지는 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여러분 모두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지난 가을에 본당 여성위원장이 바뀐 데가 많을 것입니다. 교구 여성위원회도 남인숙 세레나 위원장님 체제에서 김 마리나 위원장님 체제로 바뀌었습니다. 새로 출발하는 여성위원회가 온 교회가 지향하는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매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모두가 변함없는 사랑과 정성으로 각자 맡은 소임을 성실히 이행해 주시기를 바라며 기도합니다.
2018년 무술년은 ‘개띠 해’입니다. ‘58 개띠’가 유명하지요? 올해 환갑을 맞이하시는 분들인데, 여러분들 중에도 많이 계실 것입니다만, 왜 유명한가 하면, 그해 출생자가 가장 많았기 때문입니다. 1958년에 92만17명이 출생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1958년 전후 몇 년 간, 정확히 말하면 1955년부터 63년까지 태어나신 분들을 ‘베이비붐 세대’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지난 해 신생아 수가 몇 명인지 아세요? 36만 명가량 된다고 합니다. 인구절벽 시대가 닥쳤습니다. 정말 심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든 정책을 동원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교구는 셋째 자녀부터 출산 장려금과 함께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100만원, 대학교에 입학하면 200만원의 장학금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결혼을 잘 안 하는 것이 더 문제인 것입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젊은이들이 결혼을 잘 할 수 있는 정책과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이를 몇 명이고 나아서 잘 키울 수 있는 정책과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난 토요일엔 교구 사회복지회 신년교례회를 가졌었는데 미사 후의 시상식에서 ‘가톨릭 푸름터’가 올해의 우수기관상을 받았습니다. 가톨릭 푸름터는 미혼모 보호시설입니다. 지난 연말에 가톨릭 푸름터 직원들이 동성로 2.28기념중앙공원에서 낙태죄 폐지 반대 서명운동을 펼쳤습니다. 여러분들도 다 서명하셨지요? 하나의 생명을 하느님이 주신 생명으로 참으로 귀하게 여기고 낳고 다 함께 기르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올해는 개띠 중에서도 특히 ‘황금 개띠’라고 합니다. 누렁이를 말하는 것 같은데, 민속에 의하면 누렁이는 다산과 풍년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아직 미혼인 젊은이들이 올해는 모두 결혼해서 자녀를 많이 갖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쨌든 개는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동물이고 영리할 뿐만 아니라 충직한 동물입니다. 2018년 무술년을 맞이하여 우리들의 삶도 서로에게 친숙하고 충직한 인간관계가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은 주님 세례 축일입니다. 미사 시작하면서 성수예절을 하였습니다. 예전에 우리가 받았던 세례를 기억하면서 세례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고 새 생명을 얻은 것에 대하여 감사드려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마르코 1,7-11)은 예수님께서 세례자 요한에게서 세례를 받으시는 장면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이렇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 내 뒤에 오신다. 나는 몸을 굽혀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 나는 너희에게 물로 세례를 주었지만, 그분께서는 너희에게 성령으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7-8)
성령으로 세례를 주실 예수님께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십니다. 인간 세상 안으로 오신 하느님이신 그분께서 죄가 없으시면서도 죄인처럼 머리를 숙이고 세례를 받으시는 것입니다.
그때 성령께서 비둘기 모양으로 내려오시고 이어서 하늘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11)
얼마나 아름다운 장면입니까! 예수님께서 인간 요한에게서 세례를 받으시고 그 위에 성령께서 내려오시고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라는 성부의 말씀이 들려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무한하신 사랑과 겸손과 자기 비움의 신비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너 어디 있느냐?”(창세기 3,9) 오늘 행사의 주제 성구입니다. 하느님의 이 물음은 장소가 아니라 상태를 말합니다. 물과 성령으로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는 지금 하느님과 어떤 관계에 있습니까? 우리는 이웃과는 어떤 상태에 있습니까? 그리고 나 자신, 본연의 나와는 어떤 상태에 있습니까?
이 물음을 들으면서 우리는 우리 교구의 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우리 교구는 지금 하느님 나라를 향하여 올바로 가고 있는지를 살펴야 할 것입니다.
올해 우리 교구는 성모당 봉헌 100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조선교구가 1911년 4월 8일에 서울교구와 대구교구와 분할 설정되면서 대구의 초대교구장으로 안세화 드망즈 주교님께서 임명되셨습니다.
그해 6월 11일에 명동성당에서 주교서품을 받은 안세화 드망즈 주교님께서는 6월 26일 대구로 부임하셔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주일인 7월 2일에 루르드 성모님을 교구주보로 선포하시고 세 가지 청원을 성모님께 드렸습니다. 바로 주교관(교구청사) 건립과 신학교 설립 그리고 주교좌성당의 증축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힘들었던 당시에, 놀랍게도 몇 년 만에 이 세 가지 청원이 모두 이루어졌습니다. 그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1918년 10월 13일에 루르드의 마사비엘 동굴과 꼭 닮은 성모당을 성모님께 약속드린 대로 봉헌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봉헌된 성모당은 우리 교구의 기초가 다져진 것을 기념하는 약속의 결실이요 은총의 선물인 것입니다.
드망즈 주교님의 청원은 교구의 기초를 다지는 일이었고, 지금의 우리에게 그 청원은 다시금 신앙생활의 기본에 충실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모당 봉헌 100주년이 되는 올해 우리는 ‘새로운 서약, 새로운 희망’을 살고자 합니다.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새로운 서약을 다짐하며 교구 초창기의 그 순수함과 절실한 마음으로 살고자 합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기본에 충실한 신앙생활을 할 것을 다짐하면 좋겠습니다.
“루르드의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