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참여하는 여성, 발전하는 교회 (세계 여성의 날 미사 강론) |
2014/03/12 13:58 |
세계 여성의 날 미사
2014. 03. 08. 사순 제1주일 교육원 대강당
오늘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교구 여성위원회 주최로 기념행사를 갖게 된 것을 축하드리며, 참석하신 모든 분들에게 주님의 축복을 빕니다.
‘세계여성의 날’의 유래는 지금으로부터 10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 당시 미국 뉴욕의 어느 방직공장에서 일하던 여성들이 열악한 근무조건에 항의하여 파업을 하게 되었는데 그들은 공장에 갇히게 되었고 곧이어 공장은 화염에 휩싸여서 그 안에 있던 129명의 여성 근로자들이 모두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이런 끔찍한 일이 있은 날이 바로 1908년 3월 8일이었습니다. 129명의 여성 노동자들이 희생된 이 날을 영원히 기억하고 여성의 인권과 역할 증대를 위해서 매년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렇게 ‘세계 여성의 날’은 결코 잊혀지지 않는 아픔의 현장에서 탄생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민투표가 세종대왕 때 실시되었다고 합니다. 조세 문제로, 다시 말해서 나라가 백성들에게 세금을 거둬들이는 문제로 백성의 의견을 물어본 것입니다. 세종대왕은 참으로 대단한 분인 것 같습니다.
그 당시 백성 대부분이 글자를 모르는데 국민투표를 어떻게 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래서 관리들이 집집마다 다니면서 물어보고 적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성과 노비는 제외하고 양반과 상민들 남자한테만 물어봤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그 당시 임금님이 백성들의 뜻을 물어봤다는 것이 대단한 변화라 하겠습니다.
사실 여성의 참정권이 보장된 것은 얼마 안 된 것으로 압니다. 20세기에 와서야 투표권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제는 여러 나라에서 여성 총리나 여성 대통령도 여러 명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여성이 정치에 발을 들여놓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동양권 나라는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동양의 유교 문화권 나라보다 더 어렵고 열악한 나라가 아랍권 나라들입니다. 많은 이슬람국가에서는 여성의 참정권뿐만 아니라 교육받을 권리, 행복을 선택할 권리, 종교를 선택할 권리 등이 매우 제한되어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세계 여성의 날’이 제정되고 난 후로 여성의 인권이 참으로 신장되고 여성의 역할이 증대되었습니까?
우리나라는 20세기 전반에 아픈 역사 하나를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이냐 하면, 일제강점기 시절에 우리나라의 젊은 여성들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서 성노예로 살았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경화를 치닫고 있는 일본 정부가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만, 참으로 눈 가리고 아옹 하는 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익을 위해서는 진실을 외면하고 거짓을 말해도 된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우리나라는 여성의 인권에 있어서 20세기 후반에 와서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개선해야 될 여러 문제들이 있다고 봅니다. 특히 여성 근로자의 저임금과 일자리의 불안정성이 문제입니다. 여성 근로자의 평균 임금이 남성의 63%밖에 안 되고, 여성 근로자의 70%가 저임금에 고농도의 불안정한 비정규직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에 있었던, 생활고로 인한 세 모녀의 자살 사건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복지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데 정부와 함께 이웃 사랑의 차원에서 온 국민이 다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오전에 교구 여성위원회 위원장이신 남인숙 세레나 교수님으로부터 강의를 들으셨겠습니다만,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서 여러분은 가톨릭 여성으로서 단순히 여성 인권 문제만이 아니라 하느님과 교회가 바라는 여성의 모습, 여성의 역할과 활동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물질만능주의와 개인주의, 이기주의, 향락주의 등 잘못된 가치관과 잘못된 윤리의식으로 심각한 사회문제들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나라의 많은 가정들이 여기에 물들어져서 큰 위기에 쳐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 1위, 이혼율 1-2위, 출산율 최하위입니다. 오늘날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소위 ‘삼포현상’을 아십니까? 취업포기, 결혼포기, 출산포기가 그것입니다. 작년 출산율이 1.19명이었습니다. 최하입니다. 올해 전국에서 입학생이 한 명도 없는 초등학교가 100군데 넘는다고 합니다. 참으로 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문제들 앞에서 우리 교회가, 또 여성으로서 어떻게 대처하고 활동을 하여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방향을 잡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올 10월에 로마에서 있을 ‘세계 주교 특별시노드’에서 다룰 주제가 ‘교회 안에서의 가정의 삶’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가난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여성과 가정,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배려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 행사의 슬로건이 ‘여성들이여, 나가자. 세계로. 미래로.’인데, 여성들이 밖으로 다 나가면 가정은 누가 돌봅니까? 가정은 여성들이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입니다. 커다란 슬로건 밑에 조그맣게 ‘참여하는 여성, 발전하는 교회.’라는 말이 적혀있어서 조금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이 일만 중요시하게 되면 가정을 소홀히 할 수 있고, 자기 권리만 주장하다보면 남과 갈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참된 지혜와 슬기가 필요하고 이해와 협력과 신뢰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태초부터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고 가정을 이루고 살도록 하셨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가정을 떠나서는 태아날 수도 없고 자랄 수도 없으며 행복해 질 수도 없습니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더불어 잘 사는 아름다운 세상, 모든 가정이 하느님을 가운데 모시고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있어서 가톨릭 여성 여러분들의 특별한 다짐과 각오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성경말씀(창세 2,7-9; 3,1-7. 로마 5,12-19)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아담과 하와가 하느님께 대한 불순종으로 어떻게 죄를 짓게 되는지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한 사람의 범죄로 모든 사람이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한 사람의 의로운 행위로 모든 사람이 의롭게 되었으며, 한 사람의 불순종으로 많은 이가 죄인이 되었지만, 한 사람의 순종으로 많은 이가 의로운 사람이 될 것이라는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 사람의 의로운 행위와 한 사람의 순종으로 우리가 의롭게 되고 구원되었음을 감사드리며 그분께 무한한 찬미와 영광을 드려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마태 4,1-11)에서는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악마로부터 세 가지 방법으로 유혹을 받으셨지만 모두 하느님의 말씀으로 그 유혹을 물리치셨다는 내용을 전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만만치 않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유혹과 시련들을 하느님의 말씀으로 물리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 하느님의 말씀을 다시 한 번 들어봅시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
“주 너의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