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하느님 나라의 풍요로움을 보여주는 기적 (연중 제17주일 미사 강론) |
2018/08/03 10:22 |
연중 제17주일
2018. 07. 28. 베들레헴 공동체
오늘 복음(요한 6,1-15)은 빵의 기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였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소위 ‘오병이어의 기적’이라고도 하는데, 4복음서에 다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그만큼 이 오병이어의 기적이 그 당시 사람들에게 강력한 체험과 기억으로 남았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복음 마지막 절을 보면 사람들이 와서 예수님을 억지로라도 임금으로 모시려는 낌새를 아시고 예수님 혼자서 산으로 물러가셨다고 합니다. 이튿날이 되어서 군중들이 다시 예수님을 찾아서 왔을 때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나를 찾은 것은 표징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다.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요한 6,26-27)
여기서 ‘표징’이란 하느님 나라에 대한 표징입니다. 오병이어의 기적은 풍요로운 하느님 나라의 표징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보리 빵 다섯 개를 먹고 남긴 조각을 모아들였더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고 합니다. 이 얼마나 풍요로운 생명의 잔치입니까! 이것은 인간의 셈법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오늘 베들레헴 공동체에서 ‘작은 영혼의 울림’이라는 시화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2005년 3월부터 이곳에 중증장애인 형제들이 살게 되면서 로마노 아가다 부부가 이분들에게 글을 쓰도록 권유하게 되었고, 그리하여 그동안 ‘베들레헴의 노래’와 ‘베들레헴의 기도’라는 책 두 권이 나오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번에는 어떤 분이 시화전을 하면 좋겠다하여 시화전을 갖게 되었는데 여러분들이 도와주셔서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써주신 김 크리스티나 수녀님과 엄 에르멘 부르가 자매님과 김 살레시오 형제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하준하 이냐시오 형제의 ‘호천’이라는 시를 한 번 낭독하겠습니다.
“어머니는 어린 나를 품어 안고 하늘을 부르곤 하셨다.
나도 그 하늘을 불러댔었다.
아이들이 소풍 가고 운동회 응원소리 들으며
그리고 꽃이 피어나고 다시 질 때까지
서럽게 원망에 가득 차 간절히 대답 없는 하늘을 불러대곤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하늘 속에서 살아왔고
그리고 그 하늘 속으로 갈 것이라는 것도 조금은 알 것 같다.”
하준하 이냐시오 형제를 비롯하여 이곳에 사는 대부분의 형제들은 이곳에 와서 하느님을 알게 되고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시가 나오게 되고 오늘 ‘작은 영혼의 울림’이라는 시화전도 갖게 된 것입니다. 이 또한 하느님 나라의 표징, 하느님 나라의 풍요로움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예수님께서 장정만 해도 오천 명이나 되는 군중을 배불리 먹이신 기적을 베푸신 것은 한 아이가 가지고 있던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말미암은 것이었습니다. 한 아이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아낌없이 내놓으니 어른들도 너도 나도 내놓아서 이런 기적이 일어났던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빵의 기적은 ‘나눔의 기적’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예수님께서 우리의 ‘생명의 빵’이심을 우리가 믿는 것입니다.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요한 6,35)
성체가 생명의 빵입니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요한 6,51)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살리기 위하여 당신의 몸을 다 내어놓으셨습니다. 그 성체를 우리는 나누고 모시며 예수님과 하나가 되고 우리 형제들과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하신 사도 바오로의 말씀을 들읍시다.
“여러분이 받은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아가십시오. 겸손과 온유를 다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사랑으로 서로 참아주며, 성령께서 평화의 끈으로 이루어 주신 일치를 보존하도록 애쓰십시오.”(에페소서 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