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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도다 (포교성베네딕도수녀회 남한정착 65주년 겸 수도자 금경축미사 강론)
   2015/10/12  16:34

포교성베네딕도수녀회 남한정착 65주년 겸 수도자 금경축미사 


2015. 10. 09.


 찬미예수님. 

 오늘 우리는 툿찡 포교 성베네딕도 수녀회 남한정착 65주년을 기념하면서 여섯 분의 수녀님들의 수도서원 50주년 금경축을 축하하고 또 다섯 분의 수녀님들의 수도서원 25주년 은경축을 축하하는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먼저 수녀회의 남한정착 65주년을 맞이하여 주님의 은총이 수녀회에 가득하기를 빌며, 금경축과 은경축을 맞이하신 수녀님들에게도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기를 기도합니다. 

 

 툿찡 포교 성베네딕도 수녀회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1925년 11월에 함경남도 원산에 처음 들어왔으니까 올해로 90년이 되는 것 같습니다. 

 작년 여름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우리나라를 방문하셨을 때 저는 며칠을 서울에 머물면서 틈을 내어 서울 역사박물관에 들린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조선시대 순교자 133위의 시복식과 때를 맞추어 서소문성지에 관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또한 왜관 성베네딕도 수도회의 서울과 덕원 시절의 자료들과,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의 원산 정착 자료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수녀회의 지난 90년의 세월을 돌아보면 잘은 몰라도 일본강점기 시절의 어려움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며, 특히 해방 후 얼마 되지 않아 북한 공산정권에 의한 수녀원 강제 폐쇄와 수녀님들의 강제노동수용소의 수감, 그리고 6.25 전쟁으로 말미암아 그야말로 빈손으로 남한으로 피난을 와야 했던 그 많은 고난의 나날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수녀님들은 1950년 12월 9일에 부산 중앙성당에서 피난민으로서 극적으로 만났으며, 이 소식을 들으신 최덕홍 요한 주교님의 초청과 배려로 대구에 와서 다시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남한에 정착한 툿찡 포교 성베네딕도 수녀회는 그동안 어려운 과정들도 많았지만 이 땅의 복음화를 위한 노력과 이루어 놓은 그 업적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것은 참으로 놀라운 주님의 섭리요 도우심이라 생각되기에 우리 주님께 깊은 감사와 찬미를 드려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또한 수녀회 초창기부터 오늘날까지 수녀회와 이 땅의 복음화를 위해 젊음을 바치고 희생을 바쳤던 그 많은 수녀님들을 기억하고 감사를 드려야 할 것입니다. 그분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이 수녀회와 우리들이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 금경축과 은경축을 맞이하시는 수녀님들께 축하와 아울러 그동안의 봉사와 헌신에 대하여 특별히 감사를 드립니다. 

  

 아시다시피 올해는 특별히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중의 하나인 수도생활의 쇄신에 관한 교령, ‘완전한 사랑’ 반포 50주년을 맞이하여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선포하신 ‘봉헌생활의 해’입니다. 이 ‘봉헌생활의 해’에 여섯 분의 수녀님들이 수도생활 금경축을 맞이하였고 또 다섯 분의 수녀님들이 은경축을 맞이한 것은 더욱 의미가 깊다고 하겠습니다. 교황님께서 정결과 순명과 청빈이라는 복음삼덕의 서원을 통하여 더욱 그리스도를 닮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기로 결심한 수도생활의 그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강조하시면서 모든 수도자들이 그렇게 살도록 다시 한 번 제안하고자 하신다는 말씀을 수녀님들께서 되새겼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복음(마태 11,25-30)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지혜롭다는 사람들과 슬기롭다는 사람들에게는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여주시는 데 대하여 아버지께 감사를 드리고 계십니다. 이것은 마치 믿지 않는 세상 사람들에게는 정결과 순명과 청빈의 삶이 바보스럽고 어리석어 보일지 모르지만 하느님께는 영광이 되고 우리들에게는 참된 기쁨과 구원이 되는 일임을 우리가 알고 그렇게 사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입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세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곳도, 저 깊은 곳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로마 8, 38-39)

 

 올해는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의 탄생 5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래서 데레사 성녀께서 생전에 수도회를 개혁하기 위해 짚고 다니셨던 지팡이가 지난 1월에 우리나라에 왔다 간 적이 있습니다.  

 수녀님들이 잘 부르는 노래 중에 ‘아무것도 너를’이라는 노래가 있지요. 이 노래 가사가 성녀 데레사께서 지으신 것이라 합니다. 그 내용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아무것도 너를 슬프게 하지 말며

아무것도 너를 혼란케 하지 말지니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 다 지나가는 것.

하느님은 불변하시니 인내함이 이기는 것이니라.

하느님을 소유한 자는 모든 것을 소유한 것이니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도다.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도다.”


 오늘 수도생활 금경축을 맞이하신 우리 수녀님들에게 다시 한 번 축하의 말씀을 드리며 영육으로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봉헌의 삶, 축성생활의 삶을 충실히 삶으로써 이 세상에 하느님의 사랑, 하느님의 자비를 온전히 드러내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