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가장 위대한 임무 (한국 미바회 총회 미사 강론) |
2023/10/23 10:5 |
한국 미바회 총회 미사
2023. 10. 19(목) 성모당
오늘 ‘한국 미바회’ 총회를 우리 교구에서 가지게 되었는데, 그에 앞서서 이곳 성모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미사 주례와 강론은 한국 미바회 총재이신 한정현 스테파노 주교님께서 하시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 주교님께서 저에게 부탁을 하셔서 제가 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한 주교님께서는 이 미사 끝에 선교사 차량 기증식과 함께 한 말씀 하시리라 생각됩니다.
‘미바회(MIVA, Missions Verkehrs Arbeitsgemeinschaft)’는 ‘선교를 위한 교통수단을 제공하는 단체’ 라는 뜻의 독일어에서 따온 말입니다. 무사고 운전과 탑승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주님의 복음을 전하는 해외 선교사들에게 필요한 차량을 지원하는 선교 후원 단체입니다.
1927년 오스트리아에서 시작된 MIVA 운동은 아프리카 오지에서 아픈 환자를 병원으로 옮기지 못해 생명을 잃는 아픔이 전해지면서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그 후 전 세계의 선교사들을 위한 차량 보내기 운동으로 퍼져 나갔다고 합니다.
한국 미바회는 1981년 12월, 프랑스 루르드에서 열린 ‘제42차 세계성체대회’에 참가하신 이문희 바오로 대주교님과 120여 명의 한국 순례단이 발기인이 되어 먼저 서울에서 창립되었고(1982년), 그 후 대구(1988년), 부산(1994년), 수원(2002년), 대전(2002년) 등 전국 5개 교구에 설립되어 활동해 오고 있습니다.
오늘 대구에서 개최하는 한국 미바회 총회에 참석하시기 위해 방문하신 한정현 주교님과 각 교구의 담당 신부님들과 회원 여러분들을 환영하며 주님의 강복이 있기를 빕니다.
오늘날 세상이 참으로 불안합니다. 제3차세계대전 전야와 같은 암울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아직 끝날 기미가 없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충돌로 새로운 중동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그저께 17일에 ‘평화를 위한 단식과 기도’를 제안하셨습니다. 그리고 지난 15일에는 ‘하마스는 인질들을 석방하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봉쇄를 풀고 인도적인 지원을 할 것’을 호소하셨습니다. 보복이 또 다른 보복을 낳고 있는 이런 극한 상황 앞에서 교황님의 이런 노력과 중재가 좋은 결과가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그러나 사실 인간의 역사는 평화를 바라는 우리의 소망과는 달리 폭력과 전쟁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루카 11,47-54)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벨의 피부터, 즈카르야의 피에 이르기까지 이 세대가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51)
지난 20세기에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있었습니다. 1914년부터 1918년까지 제1차세계대전이 있었고, 1939년부터 1945년까지는 제2차세계대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1950년부터 53년까지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 한국전쟁’이 있었습니다.
이제 제3천년기인 21세기를 맞이하였지만, 여전히 민족 간에, 종교 간에, 국가 간에 여기저기서 국지전이 터지고 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며칠 전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제발 더는 그 성지(이스라엘·팔레스타인)와 우크라이나, 그 어느 곳에서든 무고한 피가 흐르지 않아야 한다. 이제 충분하다. 전쟁은 언제나 패배한다, 언제나”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가자지구에 있는 한 병원에 미사일이 떨어져 수백 명의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하마스도, 이스라엘도 자기들이 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세상이 이렇습니다. 악에 물든 세상은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사실 유대인과 이슬람은 같은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유대인들은 하느님을 ‘야훼’라고 부르고 이슬람은 ‘알라’라고 부르며 하느님에 대한 해석이 약간 다를 뿐, 같은 하느님인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원수처럼 싸웁니다. 그들 중의 과격한 사람들은 폭력을 저지르고 사람을 죽이면서도 ‘신의 이름으로 한다.’고 하거나 ‘신은 위대하다.’고 외칩니다. 이들을 보면서 하느님을 믿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르게 믿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절실히 가지게 됩니다.
오늘 제1독서(로마 3,21-30)에서 바오로 사도께서는 ‘하느님은 유다인들만의 하느님이 아니라 다른 민족들의 하느님이시기도 하다’고 말씀하시며 “정녕 하느님은 한 분이십니다.”(30)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처럼 유다인만의 하느님이 아니라 모든 민족들의 하느님이시며 한 분이신 하느님을 세상에 알리고 전쟁과 폭력과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이 바로 해외 선교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사람들이야말로 길 가다가 강도를 만나 다 죽어가는 사람을 아무런 조건 없이 돌봐 주었던 착한 사마리아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교구도 많은 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이 해외에 나가서 선교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에 두 신부님이 해외 선교를 떠났고, 내년 1월 인사에서도 세 사람의 신부님들이 선교를 떠날 예정입니다.
우리 교구 홈페이지를 보면 ‘바다를 건너간 사제’라는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습니다. 가톨릭신문이 최근에 제작한 것인데, 우리 신학교 학부 4년을 마치고 일본 신학교 대학원 과정에 들어가서 공부하고 사제가 되어 일본 나가사키 교구와 후쿠오카 교구에서 선교하고 있는 젊은 신부님 네 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 중의 한 분의 신부님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곳에서 제가 하나의 밀알이 된다면 영광이겠습니다.”
얼마나 대단하고 기특한 일입니까! 우리가 꼭 같이 그분들처럼 살 수는 없어도 그분들을 위해 기도하고 재정적으로 도울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가장 위대한 임무’인 선교를 지원하는 일이며 하느님의 뜻을 세상에 펼치는 일인 것입니다.
선교사들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서 우리 선교사들을 지켜주시고 보호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