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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 (세나뚜스 성모의 밤 미사 강론)
   2023/05/02  17:11

세나뚜스 성모의 밤

 

2023. 05. 01. 교구 레지오 마리애 주최. 범어대성당

 

오늘 우리는 5월 성모성월 첫날에 교구 레지오 마리애 ‘의덕의 거울’ 세나뚜스 주최로 ‘성모의 밤’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노동자 성 요셉 기념일’이고 ‘근로자의 날’이기도 합니다. 성모님의 배필이시며 우리 교회의 수호자이시고 근로자들의 수호자이신 성 요셉의 전구로 우리 교회와 모든 근로자들이 하느님의 은총 아래 살며 모두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한국천주교회의 수호자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성모 마리아와 그 배필이신 성 요셉입니다. 1831년 9월 9일 그레고리오 16세 교황님께서 조선대목구를 설정하시고 수호자로 성모님과 요셉 성인을 정해주셨습니다. 성모님과 요셉 성인께서 한국천주교회와 우리 교구를 지켜주시고 보호해 주시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올해 교구 레지오 마리애 주최 성모의 밤을 교구청 신청사 신축 관련 사정으로 인해 성모당이 아니라 주교좌 범어대성당에서 가지게 되어서 새로운 느낌을 갖게 합니다.

레지오 마리애는 그 이름처럼 성모님의 군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모님을 총사령관으로 모시는 군대입니다. 따라서 성모님의 정신과 뜻에 따라, 성모님의 지시로 움직이고 행동해야 하는 것입니다. 레지오 마리애 교본 3장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레지오 마리애의 정신은 성모 마리아의 정신이다. 레지오는 성모님의 깊은 겸손과 온전한 순명, 천사 같은 부드러움, 끊임없는 기도, 갖가지 고행과 영웅적인 인내심, 티 없는 순결, 천상적 지혜, 용기와 희생으로 바치는 하느님께 대한 사랑을 갖추고자 열망하며, 무엇보다도 성모님이 지니신 그 높은 믿음의 덕을 따르고자 갈망한다.”

이 10가지의 덕목은 몽포르의 성 루도비코가 지은 ‘복되신 동정녀께 대한 참된 신심’이란 책에 나오는 것입니다. 우리 레지오 마리애의 모든 단원들은 성모님의 이 10가지의 정신과 덕을 본받아 누구보다도 열심히 성모님의 군사로서 살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루카 1,26-38)은 예수님의 탄생 예고 장면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동네로 보내시어 마리아를 찾아가게 하셨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30-31)

이 말을 들은 마리아는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아무리 천사가 설명을 잘하였다 하더라도 과연 그 엄청난 일을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마리아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38)

마리아의 이 대답 한마디에 마리아의 정신 모두가 담겨있다고 하겠습니다. 특히 마리아의 겸손과 순명과 믿음의 정신이 담겨있습니다. 이 정신을 본받고 실천하여야 하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레지오 마리애 단원인 것입니다.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 때문에 우리 신앙생활의 많은 부분이 흐트러졌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냉담신자가 엄청 많은데 코로나 핑계로 안 나오더니 그것이 버릇이 되어 계속 나오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얼마 전에 주교회의 산하 한국사목연구소에서 쉬고 있는 신자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였는데, 성당에 안 나오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나오지 않고 있다는 사람들이 제일 많았다고 합니다. 참으로 이유가 되지 않는 이유인데도 현실이 이렇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가만히 두면 되겠습니까? 깨우러 가야 하겠지요. 누가 해야 합니까? 여러분과 우리들이 해야 합니다.

이사야 예언자가 “내가 누구를 보낼까?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가리오?”라는 주님의 소리를 듣고 이렇게 아뢰었습니다.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이사 6,8)

 

1801년 신유박해로 조선천주교회가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살아남은 정하상 바오로 같은 사람들이 성인이 되어 교회 재건 운동에 나섰습니다. 그래서 성직자를 모셔 오기 위해 북경을 수없이 왕래하였고 편지를 써서 북경 주교님을 거쳐 교황청으로 보냈습니다.

이 소식을 그 당시 태국에서 선교를 하고 있던 브뤼기에르 신부님이 듣고는 조선 선교를 지원하였습니다. 브뤼기에르 신부님은 그 당시 조선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를 알고 계셨겠지만, 목자 잃은 양들에 대한 사랑 때문에 조선 선교를 지원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지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조선 교우들이 보낸 편지가 드디어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추기경에게 전달이 되었는데 추기경께서 그 편지를 읽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추기경님이 얼마 후 교황으로 선출되었는데 바로 그레고리오 16세 교황님이십니다. 이분이 조선교회를 북경교구로부터 독립시켜서 조선대목구를 설정하시고 초대 주교님으로 브뤼기에르 주교님을 임명하셨던 것입니다.

브뤼기에르 주교님은 그 다음 해에야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조선으로 출발하였는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조선 입국이 지연되었었고, 결국 1835년에 요동성의 마가자 교우촌에서 과로와 병환으로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서울 용산에 있는 서울대교구 성직자 묘지에 안장되어 있는데, 얼마 전 서울대교구에서 김수환 추기경님과 방유룡 신부님과 함께 시복추진을 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제가 하겠습니다.’하고 나서는 것이 레지오 마리애 정신이고 성모님의 정신인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마리아는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에 적지 않은 레지오 쁘레시디움들이 없어지거나 통폐합되기도 하였다고 들었습니다. 이제 다시 회복하여야 합니다. 그냥 있으면 회복이 됩니까? 우리가 나서야 하고, 여러분이 나서야 합니다.

올해로 우리나라에 레지오 마리애가 도입된 지 70년이 됩니다. 그리고 우리 교구 ‘의덕의 거울’ 레지아가 세나뚜스로 승격된 지 20년이 되었습니다. 이 뜻깊은 해를 맞이하여 조직을 재정비하고 새롭게 도약하기를 축원합니다.

그리고 올해로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이 됩니다. 지금 남북 간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이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시리아 내전, 그리고 최근에는 수단 내전까지 세계 곳곳에서 전쟁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께 더욱 간절히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성모님과 요셉 성인께서 우리의 청원을 전구해 주시고 도와주시기를 빕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