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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새로운 경청 (대구평화방송 20주년 기념미사)
   2016/09/12  13:13

대구평화방송 20주년 기념미사


2016. 09. 09. 주교좌계산성당

 

먼저 ‘기쁜 소식, 밝은 세상, PBC 대구평화방송’ 개국 2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기쁜 소식, 밝은 세상’이라는 말은 김현정 아나운서한테서 하도 많이 들어서 외웁니다. 이 멘트처럼 대구평화방송이 세상에 기쁜 소식을 전파함으로써 더욱 밝은 세상 만들 수 있는 역할을 다 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대구평화방송은 1996년 9월 9일 오전 10시에 첫 전파를 송출함으로써 공식적으로 출범하였습니다. 교구 역사 기록을 찾아보니까 1988년 1월 13일에 있었던 교구 사제평의회에서 대구에 가톨릭방송을 설립할 것을 결정하였던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개국하기까지 8년이란 시간이 걸렸던 것입니다. 
개국한 날이 20년 전 오늘이었는데 그날 계산성당 문화관 앞에서 개국행사를 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날 행사에는 이문희 바오로 대주교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함께 하셨고 저도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그날의 장면들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제 전임 교구장이셨던 최영수 요한 대주교님께서 1996년 1월에 초대 사장으로 취임하셔서 개국을 준비하셨고, 개국한 후에도 2001년 우리 교구 보좌주교로 서임되실 때까지 5년 동안 평화방송을 정착시키고 발전시켰던 그 공로를 잊지 말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오늘 새삼 하게 됩니다. 
그 후 지난 20년 동안 대구평화방송을 위해 헌신하셨던 역대 사장 신부님들과 임직원 여러분, 그리고 여러 봉사자분들과 후원자 여러분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어제는 방송국 스튜디오에 가서 내일 오전에 방송될 ‘주간 가톨릭 매거진’이라는 프로그램을 녹음하였습니다. 거기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오늘날 라디오 방송이 영상매체나 인터넷 매체에 밀려 그 입지가 자꾸만 좁아지고 있는 어려운 현실에서 대구평화방송이 정체성을 잃지 말고 꿋꿋하게 정진하시기를 바랍니다.  
제가 어릴 때는, 텔레비전이 없던 시절에 라디오가 유일한 대중매체였습니다. 그래서 관심있는 프로가 있으면 온 가족이 라디오 앞에 모여서 듣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어제 방송국에서 김종헌 신부님하고 대담을 하면서 ‘요즘 라디오가 없는 집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새삼 놀랐습니다. 형편이 어려운 집이 많은가 봅니다. 
집에 라디오가 없으면 언제 라디오를 듣는가 하면 자동차를 타고 갈 때 듣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저도 자동차를 탈 때 라디오를 많이 듣습니다만, 집에서도 텔레비전만 볼 것이 아니라 라디오도 들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주로 많이 듣는 것이 아침 6시 50분에 방송되는 ‘오늘의 강론’입니다. 제가 사는 교구청 사제관 경당에 아침미사가 7시 5분에 시작하는데 ‘오늘의 강론’을 듣고 내려가면 딱 맞는 시간입니다. 매일 그날의 복음과 강론을 듣고 미사에 참례하니까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집에 라디오가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하는가 하니까 대구평화방송 홈페이지에 들어가든지 혹은 평화방송 앱을 깔면 휴대폰에 깔면 된다고 합니다. 저도 대구평화방송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실시간 방송을 들어봤습니다만 저는 아직 아날로그 세대라서 라디오가 좋은 것 같습니다. 
대구평화방송은 일반적인 뉴스나 세상 이야기도 전해주고 있지만 그 본질은 어디까지나 종교방송이고 교회 언론인 것입니다. 교회 언론의 사명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세상에 전하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말씀에 봉사하는 일이며 그리스도인의 세 가지 직무 중에서 예언직을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2000년 대희년 때 매스컴 종사자들에게 하신 연설에서 언론을 ‘거룩한 임무’라고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교황님께서는 그들에게 공동선을 위하여, 특히 힘없고 소외된 이들을 위하여 이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매체가 맡겨져 있음을 늘 의식하고 그 임무를 수행할 것을 주문하셨던 것입니다. 대구평화방송이 그 거룩한 임무를 잘 수행하시기를 바랍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대체로 대중매체를 통하여 더욱 더 많은 흥밋거리를 찾고 더욱 더 자극적인 것을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대중매체들은 본능에 가까운 대중들의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거기에 따라갈 뿐만 아니라 그것을 통하여 돈을 벌고 그 돈 때문에 사람들을 좋지 않은 길로 호도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그러나 평화방송은 달라야 합니다. 우리가 가야 하는 길이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진리와 사랑과 자비의 길입니다. 세상의 흥미와 재밋거리를 전혀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 때문에 가야 하는 길을 벗어나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인 코린토 1서 9장 19절과 22절에서 바오로 사도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아무에게도 매이지 않은 자유인이지만, 되도록 많은 사람을 얻으려고 스스로 모든 사람의 종이 되었습니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몇 사람이라도 구원하려고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었습니다.”
대구평화방송이 ‘어떻게 해서든지 몇 사람이라도 구원하려고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교구는 5년 전에 100주년을 맞이하여 ‘새 시대, 새 복음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제2차 교구 시노드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시노드가 끝났지만 ‘새 시대 새 복음화’는 계속됩니다. 
‘새로운 복음화’의 세 가지 요소는 ‘새로운 열정’, ‘새로운 방법’, 그리고 ‘새로운 표현’이라고 합니다. 저는 여기에 ‘새로운 경청’을 넣고 싶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잘 듣지 않으면 믿음이 성장할 수가 없습니다. 오늘날 새로운 경청이 필요합니다.  
오늘 복음(루카 8,4-15)에서 예수님께서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말씀하셨습니다. 농부가 씨를 뿌리는데 어떤 씨는 길바닥에 떨어지고, 어떤 씨는 돌밭에, 또 어떤 씨는 가시덤불에, 또 어떤 씨는 좋은 땅에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비유말씀을 하시고 난 후 “들을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모두 잘 들을 수 있는 귀를 주시도록 하느님께 청해야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좋은 땅에 떨어진 씨앗처럼 풍성하게 자라나 백배의 열매를 맺는 사람들이 되시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