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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로 아끼며 존중하는 일에 먼저 나서십시오
   2014/05/02  18:4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제10대 관구출범축복미사


2014. 04. 29. 11:00


 찬미예수님! 부활 축하합니다.

 그리고 오늘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대구 관구 제10대 관구 출범을 축하드립니다. 제10대 관구장으로 임기를 시작하시는 서루갈다 수녀님과 대구 관구의 모든 수녀님들에게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제8대와 제9대 관구를 맡아서 훌륭하게 소임을 다 하신 이베로니카 수녀님께 깊은 감사와 존경을 드립니다. 

 앞으로 5년의 임기 동안 주님께서 특별히 서루갈다 관구장 수녀님과 함께 하시고 축복하시어 대구 관구를 잘 이끌어 가실 수 있도록 이 미사 중에 열심히 기도드려야 하겠습니다. 지난해 한국 진출 125주년을 지냈고, 또 내년이 대구 진출 100주년인데 잘 준비하셔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주님의 말씀인 복음 정신과 우리의 사부이신 바오로 사도의 열성으로 더욱 정진하시기를 축원합니다.

  

 그런데 지난 4월 16일 전라도 진도 앞바다에서 있었던 세월호 침몰 사고로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겨있습니다. 어제 오전에는 두류공원 유도장에 설치한 합동분향소에 교구청 신부님들 몇 분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저는 방명록에 쓰기를, ‘하느님, 저희들의 잘못을 깨닫게 해주시고 저 불쌍한 영혼들을 구하소서.’라는 기도를 썼습니다.

 이번 참사는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직도 100명 이상의 실종자들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여튼 이번 참사로 희생된 모든 영혼들을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당신의 영원한 품 안에 고이 받아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그리고 그 유가족들의 아픔을 위로해 주시고 힘을 주시기를 빕니다.

 세월호 선원들 24명 중에 선박과 관련된 선원은 15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들도 다 아시다시피 그들 15명 전원은 탈출하여 구조되었다고 합니다. 배를 버리고 승객을 버리고 먼저 탈출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다들 구속되어서 조사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들 중에는 자기 한 몸 희생하여 남을 구하는 사람들도 가끔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남을 먼저 살리고 죽은 다섯 사람을 의사자로 선정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참사를 겪으면서, 그리고 요즘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보면서 느끼는 것은,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의식도 없고, 공동체 의식이나 남을 위하는 의식이 거의 없이 극도의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로 사는 사람들이 아직도 너무나 많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제가 종교인으로서, 성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이라고 할까, 제 자신의 부덕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우리가 성직자로서, 또 수도자로서 예수님의 제자답게 살지 못하고 모범을 보여주지 못해서 이렇게 험한 세상이 되었는가 하는 자책감이 듭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가 어디에 희망을 두고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줍니다. 생명의 길은 자기를 버리고 십자가를 지는 데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렇게 예수님처럼 사는 것이 참으로 사람답게 사는 것이고, 제대로 사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친구를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고 가르치셨고, 당신 몸소 그 가르침대로 사셨습니다. 모름지기 성직자든 수도자든 그리고 이 세상의 지도자들,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이런 자세, 이런 정신으로 살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 독서인 로마서 12장에서 바오로 사도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기뻐하는 이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이들과 함께 우십시오. 서로 뜻을 같이 하십시오. 오만한 생각을 버리고 비천한 이들과도 어울리십시오.”(15-16)

 지금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이 말씀대로 사시는 것 같습니다. 이런 분을 우리는 최고의 목자로 모시고 있어서 마음 든든한 것 같습니다. 

 

 오늘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제10 대구 관구 출범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리며 서루갈다 관구장 수녀님과 회원 여러분들에게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오로 사도의 이 말씀을 새겨들으시면 좋겠습니다.

 “형제애로 우애 깊게 지내고, 서로 아끼며 서로 존경하는 일에 먼저 나서십시오.”(로마 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