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랑과 친교를 이루시는 성령 (성령강림대축일 대구주보 강론) |
2023/06/14 10:40 |
성령강림대축일 대구주보 강론
2023년 5월 28일
성부 하느님과 성자 하느님 사이에 주고받는 사랑이 뭉쳐져서 새로운 위격이 되셨는데, 바로 성령 하느님이십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성부는 사랑하시는 분, 성자는 사랑받으시는 분, 성령은 사랑 그 자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이렇게 삼위일체 하느님은 성부 성자 성령 세 위격이시지만 사랑과 친교 속에 한 분이신 하느님이십니다.
그런데 하느님은 삼위일체의 사랑과 친교에 참여하도록 사람들을 초대하시고, 이에 응답한 사람들은 세례를 받습니다. 세례 때 성령을 받은 신자는 하느님을 감히 아버지라고 부르는 자녀가 되고, 하늘나라의 상속자가 되며, 성령의 성전이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 ... 보호자 성령께서 내가 말한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 주실 것이다.’(요한 14,23.26 참조) 말씀하십니다. 여기에서 성부와 성자께서 그와 함께 사는 것은 세례 때 성령을 받았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견진 성사를 통해서는 성령을 충만하게 받고, 더욱 성숙한 신앙인으로,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사랑과 친교, 신앙을 증거하며 살아갑니다.
‘친교’를 나타내는 라틴어 단어 ‘communio’는 동시에 ‘영성체’를 가리킵니다. ‘영성체’는 최후의 만찬 때 주님 명령으로 빵의 형상으로 받아 모시게 되었는데, 그 안에는 십자가의 희생제사의 구원효과가 담겨 있습니다. 유혈제사의 십자가에 매달리신 성자의 숨결과 성부의 숨결은 성령으로 연결되었으며, 오늘날 무혈의 성찬제사에서는 성부께 ‘성령의 힘으로’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기에, 성령으로 축성된 성체를 받아 모신 이들은 하느님과 친교를 이루고 형제들과도 친교를 이룹니다.
예수님은 성부께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시시오.’(요한 17,11) 기도하셨습니다. 그리고 죄를 지어 하느님과 이웃과의 일치에서 멀어졌던 신자들이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돌아왔을 때, 죄를 용서받고 다시 하느님과 화해할 수 있도록 고해성사를 제정하시며,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22-23) 하셨습니다.
하느님께 죄를 짓거나 이웃에 대한 미움으로 가득하여 친교에서 벗어날 때 ‘성령께서 나약한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 성령께서 몸소 말로 다 할 수 없이 탄식하시며 우리를 대신하여 간구해 주십니다.’(로마 8,26). 우리 모두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하느님과 이웃과 피조물과 더욱 깊은 친교를 이루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