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이 사람에게도 당신에게처럼 품삯을 주고 싶소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미사 강론) |
2023/10/06 13:37 |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미사
2023년 9월 24일 계산 주교좌 대성당
찬미예수님 오늘은 연중 제25주일이고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입니다. 먼저 작년 추석 직전 태풍 힌남노 때 피해를 입은 구룡포 본당에 큰 힘이 되어준 베트남 공동체에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구룡포 본당 신부님의 증언에 따르면, 베트남 공동체가 성당에 오기에 환대한 것 밖에 없는데 성당이 물에 잠기자 가장 먼저 나타나서 도움을 주고, 또 식사 챙기라고 밥통도 들고 왔다고 합니다. 우리 모두 “너희는 내가 나그네였을 때 따뜻이 맞아들였다.”(마태 25,35)라는 예수님의 칭찬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한국 본당을 도와주신 모든 분들 특히 베트남 공동체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오늘 복음 마태오 복음 20장에는 자기 포도밭에서 일할 일꾼들을 찾으려고 이른 아침에 장터에 나가는 포도밭 주인이 등장합니다. 그는 하루 한 데나리온으로 합의하고 일꾼을 구합니다. 그런데 주인은 9시쯤에도, 12시쯤에도, 오후 3시쯤에도 그렇게 하고, 5시쯤에도 나가서 아직도 남아 있는 이들에게 보수를 약속하고 포도밭으로 보냅니다. 저녁이 되자 포도밭 주인은 관리인을 불러 맨 나중에 온 이들로부터 맨 먼저 온 이들에게까지 품삯을 주라고 합니다. 맨 나중에 온 이들은 한 데나리온씩 받았습니다. 그래서 아침 일찍 온 사람들은 더 받으려니 생각했지만 약속받은 한 데나리온 만 받게 되자 불평을 하였습니다. 포도밭 주인은 그들에게 ‘하루 한 데나리온으로 약속하지 않았느냐, 늦게 온 사람에게도 한 데나리온을 주고 싶다.’고 하며, ‘많이 주는 것을 시기하지 말라.’고 합니다. 널리 알려진 비유입니다.
많이 일한 사람이 많이 받아야 한다는 것이 자연스러운 생각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불하는 순서를 바꾸어 맨 먼저 온 사람부터 지불하고 집으로 보냈으면 불평과 시기가 없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 비유는 포도밭 주인이 일꾼들을 구하는 이야기를 통하여 하늘나라를 설명하는 비유입니다. 복음의 시작부분에 분명히 하늘나라는 포도밭 주인과 같다고 했습니다. 착한 포도밭 주인이 그 포도밭에서 일한 누구에게나 같은 보수를 주시려고 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착하신 하느님 아버지께서 당신을 위하여 일한 누구에게나 하늘나라를 주시려고 한다고 알아들어야 하겠습니다. 복음의 마지막 부분에 ‘이처럼 꼴찌가 첫째 되고 첫째가 꼴찌 될 것이다.’하셨는데요. 하느님께서는 첫째에게나 꼴찌에게나 똑같이 하늘나라를 주시려 한다고 알아들어야 하겠습니다.
제1독서 이사야서는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같지 않고, 내 길은 너희 길과 같이 않다.’고 하시며, ‘만나 뵐 수 있을 때 그분을 찾고, 가까이 계실 때 그분을 불러라. 죄인은 주님께 돌아오너라. 그분께서는 너그러이 용서하신다.’합니다. 죄인이라도 회개하고 뉘우치면 하늘나라에 들어간다는 것을 십자가 예수님 곁에 매달려 회개한 죄인의 모습에서 우리는 보았습니다. 제2독서 필리피서는 ‘그리스도의 복음에 합당한 생활을 하십시오.’하고 당부하였으니, 우리는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을 맞이하여, 포도밭 주인이 맡겨준 소명을 수행하면서 하늘나라를 향하여 살아가는 여정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에 합당한 생활을 하며,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며 하느님 자녀로서 빛과 소금의 삶을 살아갑시다.
혹시라도 죄를 지었다면 얼른 회개하고 뉘우치도록 합시다. 오늘 화답송이 노래하는 것처럼 ‘주님은 너그럽고 자비하시며, 분노에 더디시고 자애가 넘치시는 분’(시편 145,8)이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이집트에서 이주민 생활을 하셨고, 사실 그리스도 신자는 모두 천상 고향을 향하여 순례하는 인생을 살아가는 이주민들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인생의 여정에서 하느님을 가까이 모시고 이웃을 보살피고 돕는 가운데, 서로 기도하고 응원하면서, 하늘나라를 향해 힘차게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