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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티순교자마을사람들 (한티성지 봉사자의 날 미사 강론)
   2022/07/19  17:5

한티성지 봉사자의 날 미사

 

2022. 07. 16. 연중 제16주일 다해

 

오늘은 연중 제16주일이면서 ‘농민주일’입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특별히 ‘한티순교자마을 잔치’ 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지난 2년 동안은 코로나 때문에 이 행사를 못했었고, 3년 전에는 다른 행사 때문에 못했었는데 4년 만에 ‘한티순교자마을잔치’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한티성지에는 현재 37구의 순교자 묘소가 있습니다. 이름이 밝혀진 분은 서태순 베드로와, 조가롤로와 조가롤로 부인과 딸, 이렇게 네 분밖에 없고 나머지는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무명 순교자 묘소입니다.

이분들은 1866년 병인박해의 연장선에 있는 1868년 무진박해 때 돌아가신 분들입니다. 그분들이 순교하신 날을 정확히는 알지 못하나 대충 7월쯤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순교자들의 기일쯤에 한티성지 봉사자들이 모여서 묘소들을 순례하고 미사를 드린 후 음식을 나누고 순례 체험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봉사자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하느님의 축복을 빕니다. 여러분들이 계시기에 한티성지가 아름답게 유지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모두 즐거운 축제가 되기를 바랍니다.

한티성지는 옛날 우리 신앙 선조들이 살고, 죽고, 묻힌, 그야말로 완벽한 성지입니다. 이 성지를 우리들이 잘 가꾸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신앙의 은혜를 풍성히 받고 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인 창세기 18,1-10은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사람의 모습으로 찾아오셨는데 아브라함은 그분들을 극진히 대접하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세 사람의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하느님은 한 분이신데 왜 세 사람의 모습으로 오셨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습니다.

하여튼 아브라함은 그분들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분들을 극진히 환대하고 대접합니다. 그래서 결과는 부인 사라가 아들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환대가 그만큼 중요한 것입니다.

오늘 제2독서인 콜로새서 1,24-28에서 바오로 사도께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일을 완수하라는 부르심에 따라 자신이 교회의 일꾼이 되었다고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우리도 바오로 사도처럼 교회의 일꾼이 되었습니다. 우리를 당신의 일꾼으로 불러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기쁘게 봉사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인 루카 10,38-42은 마르타와 마리아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어떤 마을에 들리셨는데 요한복음에 의하면 그 마을은 예루살렘에서 가까운 베타니아라는 마을이라고 합니다. 그 마을에 마르타와 마리아와 라자로가 살고 있었는데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에 갈 때마다 그 집에 자주 들리셨던 것 같습니다.

하여튼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그 집에 들어가셨는데, 마르타는 음식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고, 동생 마리아는 예수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듣고 있었습니다.

옛날 교부들의 가르침을 보면, 이 비유 말씀을 예수님께서 활동생활과 관상생활을 강조하신 것으로 해석하여 마르타를 활동 사도직에 종사하는 수도자의 모습으로, 그리고 마리아를 관상생활을 하는 수도자의 모습으로 풀이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말씀의 핵심은 예수님의 말씀을 잘 듣는 사람이 되라는 것입니다.

제가 예전에 본당신부를 할 때 가정방문을 가면, 많은 경우에 본당신부가 자기 집에 왔다고 대청마루에 앉혀놓고 부엌에 들어가서 안 나오는 겁니다. 음식 준비하느라 제 이야기를 들을 겨를이 없는 것입니다. 제가 그 집에 음식 대접 받기 위해 갔습니까? 가족은 어떻게 되며 신앙생활은 어떻게 하는지 이야기를 나누러 갔지요. 그런데 부엌에 들어가서 안 나오니까 대화를 나눌 시간이 별로 없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마르타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예수님은 마르타가 시중드는 일 그 자체를 나무라시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 것을 나무라십니다. 그리고 너무 시중드는 일에 정신을 쏟다보면 그보다 더 중요한 일, 즉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일을 소홀히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시중드는 일보다 말씀 듣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마르타에게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라고 하셨는데 무슨 뜻일까요? 마르타가 많은 음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한데 여러 가지 하지 말고 한 가지만 준비하라는 말씀일까요?

진정 필요한 것은 하느님의 말씀이요 하느님의 사랑인 것입니다. 마리아는 그것을 선택했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에서 비행기 테러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것을 ‘911테러’라고 하는데, 세계무역센터, 일명 쌍둥이 빌딩이 비행기 두 대가 연달아 와서 들이박는 바람에 불이 붙고 무너졌습니다. 그래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죽었는데 죽기 전 그 긴박한 순간에 전화로 자신의 가족이니 친지들에게 했던 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사랑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참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뿐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배경에 지나지 않습니다.

마리아도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예수님을 사랑하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 그것은 누구도 빼앗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한티의 순교자들도 하느님을 사랑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박해를 피해 척박한 이 산골짜기에서 살다가 목숨까지 바쳤던 것입니다.

우리들이 그 후손들입니다. 우리가 선조들의 뒤를 이어서 ‘한티순교자마을사람들’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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