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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 말씀을 따라 (말씀의 해 감사미사 강론)
   2022/11/29  11:5

말씀의 해 감사미사

 

2022. 11. 26.(토) 11:30 범어대성당

 

오늘 우리는 지난 2년 동안 이어온 ‘말씀의 해’를 마무리하고 감사드리는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교구는 2년 전에 세운 10년 장기사목계획에 따라 ‘복음의 기쁨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모토 아래, 말씀, 친교, 전례, 이웃사랑, 선교라는 다섯 가지 핵심 가치를 매 2년씩 중점적으로 살아가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지난 2년 동안은 ‘하느님 말씀을 따라’라는 슬로건으로 살았습니다. 코로나19라는 펜데믹 중에서도 열심히 하느님 말씀을 따라 살아오신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주님의 축복이 있기를 빕니다.

 

지난 ‘말씀의 해’ 동안에 교구와 본당에서 여러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교구에서는 대표적으로 사목국과 성서사도직에서 ‘말씀의 해 안내지’를 통하여 성경통독을 할 수 있도록 하였고, 또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성경통독 40주간’을 실시하였습니다.

저도 온라인 성경통독 40주간에 참여하였는데 프로그램 제목을 ‘주교님들과 함께 하는 온라인 성경통독 40주간’으로 하여 홍보하였기 때문에 저도 함께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중간에 뒤쳐진 것을 따라 잡기 위해 며칠 동안 몰아서 읽고 쓰고 강의 듣고 했던 적도 몇 번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지난 2월 17일자로 마쳤습니다.

40주간을 다 마치고 나니까 마친 사람들의 노트에 싸인을 해달라고 사목국에서 가지고 오는데, 한 두 권도 아니고 그 많은 노토를 다 해주느라 힘이 좀 들었습니다. 그래도 다 마친 사람들의 노트들을 살펴보면서 그 노트의 주인에 대한 감사와 기도의 마음으로 싸인을 하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통독을 시작할 때 노트에 자신의 지향을 쓰는 난이 있는데, 대개 자신의 가족의 건강이나 냉담하는 가족의 회두를 위하는 것이 많았고, 또 통독을 끝까지 마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지향이 많았습니다.

이 밖에 본당 자체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성경학교에 등록하여 말씀의 해를 뜻있게 보내신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우리 교구에 성경을 29번째 필사를 하신 분이 계신다는 이야기를 몇 년 전에 듣고 지난달에 그분을 찾아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놀랍게도 30번째 필사를 하였다고 하면서 노트를 한 박스 가지고 오셨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30번째 필사는 저와 우리 교구를 위한 지향으로 기도하면서 썼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것이 당신 생의 마지막 필사일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연세가 80세 정도 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구미에 사시는 어떤 자매님은 성경 필사를 여러 번 하셨는데 노트를 참으로 예쁜 글씨와 그림으로 장식합니다. 그 노트를 보면 그분이 얼마나 많은 정성과 기도를 드리면서 필사를 하시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성경 필사는 교회의 오랜 전통입니다. 어차피 옛날에는 인쇄술이 없었기 때문에 필사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주로 성직자들과 수도자들이 필사를 했습니다.

성경을 영어로 ‘바이블(Bible)’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파피루스’와 연관이 있는 말이라고 합니다. 파피루스는 고대 이집트에서 많이 나는 식물이름이며 그 식물로 만든 종이를 말합니다. 그 파피루스의 중심 무역지였던 고대 페니키아 항구 이름이 ‘비블로스’인데 여기에서 ‘바이블’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보는 것입니다. 고대부터 성경을 파피루스 종이에 필사를 하였기 때문에 거기에서 ‘바이블’이라는 말이 생겼다는 설인 것입니다.

하여튼 성경 필사는 고대부터 이어온 전통이며 거룩한 기도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는 2티모 3,14-17을 읽었습니다. 티모테오는 바오로 사도가 가장 아끼는 제자 중의 한 사람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많은 편지 중에서 티모테오를 언급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 티모테오를 바오로 사도가 어느 교회의 책임자로 보냈는데 그에게 쓴 편지에 나온 내용이 오늘 독서입니다. 여기서 바오로 사도는 성경이 어떤 책인지에 대하여 말하고 있습니다.

“성경은 그리스도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통하여 구원을 얻는 지혜를 그대에게 줄 수 있습니다. 성경은 전부 하느님의 영감으로 쓰인 것으로, 가르치고 꾸짖고 바로잡고 의롭게 살도록 교육하는 데에 유익합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사람이 온갖 선행을 할 능력을 갖춘 유능한 사람이 되게 해줍니다.”

바오로 사도께서 말씀하신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성경을 읽고 쓰고 묵상하고 공부하는 것입니다. 성경을 최초로 라틴어로 번역했던 예로니모 성인께서는 ‘성경을 모르면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이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성경은 하느님 말씀이고, 하느님의 말씀이 강생하신 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시기 때문입니다.

옛날 교부들의 가르침도 성경주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의 모든 교리, 교의, 전례, 성사, 교회법까지 모든 가르침과 지침의 근본이 성경이며 성전인 것입니다. 그래서 성경을 가까이 하고 공부하고 묵상하는 것이 우리 신앙인들에게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그 중요한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성경에 있는 하느님 말씀대로 사는 것, 하느님 뜻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을 실천하지 않으면 모래 위에 집을 지은 것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오늘 복음(마태 5,14-19)에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등불은 켜서 함지 속이 아니라 등경 위에 놓는다. 그렇게 하여 집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비춘다. 이와 같이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

여러분들이 세상의 빛입니다. 하느님의 말씀대로 삶으로써 이 세상을 환히 비추는 빛이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그리하여 더 많은 세상 사람들이 하느님을 알고 하느님을 찬양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