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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국화 옆에서 (신룡성당 국화축제 미사 강론)
   2014/11/04  9:44

신룡성당 국화축제


2014. 10. 24.(금) 19:30


 찬미예수님!

 ‘제12회 신룡성당 국화축제’를 축하합니다. 국화축제를 개최하는 본당 교우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인터넷에 ‘국화축제’를 쳐보니까 국화축제를 여는 데가 전국적으로 상당히 많았습니다. 가까이는 구미 낙동강 국화축제도 있고, 멀리는 경기도 연천성당 국화축제도 있었습니다. 신룡성당 국화축제도 지방언론과 개인 블로거에 많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이번에 처음 와 봤는데 올해가 12회째가 되었으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올해가 12회라고 하니까 거슬러 올라가면 2003년부터 시작하였다는 것인데, 그 때는 초대주임이신 박홍도 신부님이 부임한 지 3년째 되는 해로서 2002년 신룡성당을 봉헌했던 그 다음 해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제가 별로 아는 바가 없어서 그저께 이도엽 신부님한테 전화를 하여 이 국화축제가 어떻게 하여 시작하였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래서 이 신부님이 대답하기를, 박홍도 신부님이 2002년에 성당을 짓고 난 뒤 신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뿐만 아니라 받은 은혜를 지역민들과 함께 나누자는 뜻으로 시작하였다고 하였습니다. 마침 또 원예를 크게 하시는 신자 한 분이 있어서 그분이 많이 도와주셨다고 하였습니다. 

 하여튼 조그만 시골 본당에서 국화축제를 12년 동안 한결같이 이렇게 할 수 있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고 마땅히 칭찬받아야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시에 대해 잘 모릅니다만, 국화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미당 서정주 선생님의 ‘국화 옆에서’라는 시가 떠오를 것입니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국화 옆에서’의 전반부입니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가 울었고, 또 여름에는 천둥이 먹구름 속에서 그렇게 울었다는 것입니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까지가 결코 쉽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자연과 함께 인간의 정성과 노력과 기다림이 그만큼 있었다는 것입니다.

 가을의 이 행사를 위해 5월에 국화 모종을 신자들에게 나누어 주고 그것을 가을까지 고이 키워서 성당에 가져와 전시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또 국화를 판매하여 그 수익금으로 불우이웃을 돕는다고 합니다. 이러한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본당 신자 여러분 모두가 한 분이신 하느님을 믿는 신앙 안에서 한 마음 한 뜻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루카 12,54-59)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길, “너희는 구름이 서쪽에서 올라오는 것을 보면 곧 ‘비가 오겠다.’ 하고, 또 남풍이 불면 ‘더워지겠구나.’ 하고 말한다. 과연 그렇다. 그런데 이 위선자들아, 땅과 하늘의 징조는 풀이할 줄 알면서, 이 시대는 어찌하여 풀이할 줄 모르느냐?” 하십니다. 

 이 말씀은 ‘너희는 일기예보는 잘 예축하면서 이 시대의 징조, 하느님의 뜻은 왜 알아차리지 못하느냐?’ 하는 말씀인 것입니다. 이 시대의 하느님의 뜻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용서와 화해와 사랑을 통하여 일치하라는 것입니다. 사랑으로 하나가 되라는 것입니다. 오늘날 이 시대,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갈등과 다툼과 싸움이 일어나고 있습니까! 

 “너희는 왜 올바른 일을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느냐?”하고 예수님께서 안타까워하시고 계십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이 받은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아가십시오. 겸손과 온유를 다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사랑으로 참아주며 성령께서 평화의 끈으로 이루어 주신 일치를 보존하도록 애쓰십시오.”(에페소서 4,1-3)

 바오로 사도의 이 말씀처럼만 우리가 산다면 참으로 하나 된 세상, 국화꽃처럼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신룡 국화축제를 개최하면서 우리들과 이 세상 사람들의 마음들도 저 국화처럼 활짝 피어서 이 세상을 살 맛 나는, 아름다운 세상으로 가꿀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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