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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비로이 부르시니 (제51차 주교 영성 모임 미사 강론)
   2015/12/17  14:58

주교 영성 모임


2015. 12. 15. 한티순교성지

 

 오랜만에 한티성지에서 주교영성모임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곳은 팔공산 서쪽 중턱으로 해발 600여 미터 곳입니다. 그래서 봄부터 가을까지가 경치가 좋고 피정하기도 좋은데,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삭막한 겨울에 모임을 갖게 되었습니다.
 한티순교성지는 순교자들이 살고 죽고 묻힌 곳입니다. 내년이 병인박해가 일어난 지 150년이 됩니다만 이곳은 150여 년 전 어느 날 갑자기 그야말로 피비린내 나는 현장이되었던 곳입니다. 선참후계령에 의해서 재판도 받지 않고, 그리고 조정에 보고조차 되지 않은 채 평화롭게 살던 산골마을에서 그대로 처형되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목숨을 바쳐 신앙을 지켰던, 이름 없는 순교자분들이 계셨기에 오늘날 저희들이 있고 저희 교구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지난 8일부터 ‘자비의 특별 희년’이 시작되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교황님 되신 지가 3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만, 그 짧은 기간에 참으로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교황으로 선출되던 날부터 오늘날까지 그분의 말씀이나 행보가 세상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계속 주고 있습니다.
 이번에 선포한 ‘자비의 희년’도 그렇습니다. 3년 전에 우리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50주년을 맞이해서 ‘신앙의 해’를 지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폐막 50주년을 맞이하여 그냥 ‘자비의 해’가 아니라 ‘자비의 특별 희년’을 선포하신 것입니다. 그것은 성경의 희년의 정신에 따라 가난하고 힘들고 억압받는 모든 사람들에게 구원의 기쁜 소식, 즉 하느님 자비의 복음을 전하고자 함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왜 이 시대에 ‘자비’를 특별히 말씀하시는가를 생각해 봅니다. 오늘날 이 무지막지한 세상에서 가장 요청되는 것이 자비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실 자비는 교황님께서 옛날에 처음 성소를 받았을 때부터 체험하였던 요소인 것 같습니다. 칙서 ‘자비의 얼굴’에도 언급이 되었습다만, 교황님께서는 예수님께서 세리 마태오를 부르시는 복음 구절을 설명하는 베다 성인의 말씀인 ‘자비로이 부르시니’라는 말씀을 당신 문장의 사목표어로 선택하신 것을 보면 자비는 교황님의 사목활동의 중심 노선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교황님의 가르침의 핵심은 신앙은 무슨 교리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하느님 자비의 실천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자비는 추상적인 관념이 아니라 당신의 사랑을 보여 주는 구체적인 실재’(자비의 얼굴 6항)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한 하느님의 자비를 체험하고 체험한 그 자비를 세상에 드러내며 실천하는 것이 신앙생활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말씀(마태 21,28-32)을 보면, 예수님께서 수석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두 아들에 관한 비유말씀을 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세리와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간다.”
 그 당시 수석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은 예수님의 이 말씀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예수님의 이 말씀을 들으면 속이 불편한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핵심은 자비의 문제이고 실천의 문제입니다. 세례자 요한의 위대한 점은 말씀의 실행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비의 문’이 열렸습니다. 그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이가 그 문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모든 이가 그 문으로 들어가도록 이끌어야 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우리 자신이‘ 자비의 문’이 되고 ‘자비의 얼굴’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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