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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자하신 아버지의 얼굴 (2015년 교구장 성탄 메시지)
   2015/12/24  16:32

인자하신 아버지의 얼굴

 

  모든 교구민의 가정에 아기 예수님께서 내리시는 평화가 늘 함께 하기를 빕니다. 우리를 지극히 사랑하신 나머지 우리와 같은 사람의 모습을 취하신 주님께서는 그 사랑에서 아무도 제외하지 않으십니다. 그분께서는 이 죄 많은 세상을 심판하러 오신 것이 아니라 구원하러 오셨기 때문입니다(요한 12,47 참조). 들판에서 양떼를 지키다가 천사로부터 구세주 탄생의 전갈을 받은 목동들처럼, 우리 그리스도 신자들에게 이 구원의 기쁜 소식이 맡겨졌습니다. 주님의 은총을 입어 그분의 자비하심을 이미 체험한 우리들은 세상 사람들에게 하느님께서 무서운 심판관이 아니라 인자하신 아버지시라는 것을 알릴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교황 프란치스코 성하께서는 지난 4월 11일 칙서 『자비의 얼굴』을 반포하시어 2015년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로부터 2016년 11월 20일 그리스도왕 대축일까지를 ‘자비의 특별 희년’으로 지내도록 정하셨습니다. 희년은 구약 시대에 빚을 탕감해 주고 종살이하는 사람을 풀어주며 저당 잡은 땅을 원주인에게 돌려주는 해였습니다. 오늘날 가톨릭교회는 보통 25년마다 한 번씩 성년(聖年)을 지내며 대사(大赦)를 베풉니다만, 이번 자비의 특별 희년은 말 그대로 하느님의 자비를 드러내기 위한 특별한 목적으로 선포되었습니다. 그래서 희년의 모토도 ‘아버지께서 자비로우신 것처럼’(루카 6,36)입니다. 이 각박하고 인정이 메말라가는 세상에, 세례의 은총으로 하느님 아버지의 자녀가 된 우리가 아버지의 인자하신 모습을 보여 주자는 것이 교황님께서 특별 희년을 선포하신 뜻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 교구에서도 지난 대림 제3주일에 주교좌계산성당의 문을 열며 자비의 특별 희년을 개막하였습니다. 순례자들과 참회하는 이들을 위한 대사도 물론 베풀어지지만, 또한 화해의 성사를 원하는 이들이 언제든지 고해할 수 있도록 상설 고해소를 교구청에 설치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죄인들을 언짢아하시지 않고 멀리 나갔다가 돌아오는 자식을 보듯이 애끊는 심정으로 굽어보신다는 것을, 희년을 시작하며 맞이한 이 성탄절에 우리 모두가 더 깊이 깨우쳤으면 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죄를 낱낱이 헤아려 그대로 갚으시면, 과연 이 세상에 살아남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우리 죄를 벌하시기보다 차라리 당신이 스스로 사람이 되시어 우리가 치러야 할 죗값을 대신 치르셨습니다. 빚을 받으러 오신 것이 아니라 빚을 없애 버리시려고 오신 주 예수님께서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하신 얼굴을 우리에게 보여 주시기를, 그래서 우리의 말과 행실을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인자하신 하느님의 모습이 더욱 생생하게 드러나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2015년 12월 25일 예수 성탄 대축일에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조 환 길(타대오)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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