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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만 없으면" (독서직 및 시종직 수여미사 강론)
   2016/03/02  16:13

독서직 및 시종직 수여미사


2016. 02. 29. 대신학원

 

오늘 독서직(25명)과 시종직(15명)을 받게 되는 신학생 여러분들에게 하느님의 축복을 빕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방기대교구 신학생 두 사람도 오늘 독서직을 받게 되어 특별히 축하를 드립니다. 지난 달 중순에 방기대교구의 대주교님께서 우리 교구를 방문하시고 가셨는데, 이 신학생들을 받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과 함께 이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공부하시고 성덕을 닦아서 훌륭한 사제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독서직과 시종직이 어떤 일을 하는 직무인지 신학생 여러분들은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것은 한 마디로 말씀과 제단에 봉사하는 직무입니다.
말씀과 성체는 우리가 매일 받아 모셔야 하는 양식입니다. 말씀을 먹고 성체를 받아 모셔야 우리의 영신 생명이 자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말씀과 성체는 우리 신앙생활의 원천이요 핵심입니다. 이렇게 우리 신앙생활의 핵심에 봉사하는 직분이 바로 독서직이요 시종직이기에 여러분들은 참으로 중요한 직무를 맡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신학생 여러분들은 주님의 제자가 되고 사제가 되기 위해 신학교에 들어왔으며 지금까지 나름대로 열심히 학업과 성덕을 연마하여 왔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학업과 성덕을 연마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어떤 신학생은 ‘시험만 없으면 신학생 생활도 할 만한데..’ 하고 말합니다. 학생한테 시험이 없으면 학생의 학업의 정도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습니까? 그리고 학생의 학업 정도를 알지 못하면 교수님이 수업의 수준과 진행을 어떻게 맞추어 낼 수 있겠습니까? 
또 어떤 신학생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만 없어도 신학교 생활은 할 만한데..’ 라고 말합니다. 수도원에서는 몇 시에 일어나는 줄 압니까? 신학교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고 훨씬 오래 기도를 바칩니다. 
신학생 때부터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신부가 되어서도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여전히 힘들 수가 있는 것입니다. 왜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가에 대하여 긍정적인 마인드와 적극적인 생각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학교 규칙이 그렇게 요구하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제자가 되고 사제가 될 사람이 아침 일찍 일어나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마르코 1,35-39)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언제 일어나셨다고 합니까? “다음날 새벽 아직 캄캄할 때 예수님께서는 일어나 외딴 곳으로 나가시어 그곳에서 기도하셨다.”(35)
그 당시 아직 시계가 없었기 때문에 그런지는 몰라도 마르코 복음사가는 그냥 ‘새벽 아직 캄캄할 때 예수님께서는 일어나셨다’고 표현하였습니다. 성경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수시로 새벽 일찍 일어나셔서 기도하셨다고 합니다. 스승님이 이렇게 일찍 일어나시는데 제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늦게 일어나서야 되겠습니까? 
어떤 신부님은 말하기를, ‘강론만 없어도 신부 생활 할 만한데..’ 하고 말합니다. 신부가 강론을 하지 않고 뭘 하겠다는 말입니까? 사목자가 해야 할 일들이 많지만 가장 중요한 강론을 소홀히 한다는 것은 사목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일인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나는 그 일을 하려고 떠나온 것이다.”(38)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일’이 무엇입니까? 복음 선포입니다.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떠나온 것이다.”(38)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목적이 복음 선포이신데, 그리고 복음 선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회이자 방법인 강론을 사목자가 소홀히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입니다. 
사제가 복음 선포 한다고 길거리에 나가 “예수 믿으시오.” 한다고 믿을 세상이 아닙니다. 사제가 강론을 잘 준비하여 성당에 온 신자들에게 강론을 하고, 그 강론을 듣고 마음의 양식을 얻은 신자들이 세상에 나가 하느님의 자녀답게 변화된 삶을 삶으로써 세상 사람들이 하느님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복음 선포요 선교인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권고 ‘복음의 기쁨’이 어떤 책입니까? 현대 세계에 있어서 복음 선포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것인가에 관한 책인 것입니다. 교황님께서는 이 권고를 통하여 ‘앞으로 여러 해 동안 교회가 걸어갈 새 길을 제시하고자 한다.’(1항)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복음의 기쁨’ 안에서 교황님께서는 ‘강론’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면서 강조하고 계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아직 신학생 여러분들은 미사를 집전하고 강론을 할 수 없지만 장차 사제가 되면 그렇게 해야 하기 때문에 사제가 해야 할 본질적인 것을 지금 신학교 생활에서부터 잘 연마해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 말씀은 신명기 8장 말씀(2-3, 14-16)입니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로 하여금 사십 년 동안 광야에서 그 고생을 하도록 하신 데에는 다 뜻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너희를 낮추시고 너희가 당신의 계명을 지키는지 지키지 않는지 너희 마음속을 알아보시려고 너희를 시험하신 것이다.”(2) “그것은 너희를 낮추고 시험하셔서 뒷날에 너희가 잘되게 하시려는 것이었다.”(16)는 것입니다. 
신학교 생활이 하나의 ‘광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광야는 환경적으로 편한 곳이 아닙니다. 유혹과 시험과 수련의 장소이며 시기인 것입니다. 이를 통하여 사람은 정화되고 단련되며 성장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광야와 같은 신학교 생활을 잘 보내야 할 것입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신학교 생활을 어떻게 보냈는가에 따라서 사제 생활의 질이 결정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오늘 독서직과 시종직을 받는 형제들에게 하느님께서 큰 은혜를 베푸셔서 참으로 말씀과 제단에 훌륭히 봉사하는 사람들이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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