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성 요한 외드 사제 기념
시편 84(83),10-11 참조
보소서, 저희 방패이신 하느님. 그리스도의 얼굴을 굽어보소서. 당신 뜨락에서 지내는 하루가 다른 천 날보다 더 좋사옵니다.
하느님,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하여 보이지 않는 보화를 마련하셨으니 저희에게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키시어 언제나 어디서나 하느님을 오롯이 사랑하여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참행복을 누리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주님께서는 에제키엘 예언자를 뼈로 가득 찬 계곡으로 데리고 가시어 마른 뼈들을 살리시며, 이스라엘을 무덤에서 끌어내어 그들의 땅으로 데려가시겠다고 예언하게 하신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가장 큰 계명은 주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이라고 하신다(복음).
<너희 마른 뼈들아, 주님의 말을 들어라. 온 이스라엘 집안인 너희를 무덤에서 끌어내겠다.>
▥ 에제키엘 예언서의 말씀입니다. 37,1-14
그 무렵 1 주님의 손이 나에게 내리셨다. 그분께서 주님의 영으로 나를 데리고 나가시어, 넓은 계곡 한가운데에 내려놓으셨다. 그곳은 뼈로 가득 차 있었다. 2 그분께서는 나를 그 뼈들 사이로 두루 돌아다니게 하셨다. 그 넓은 계곡 바닥에는 뼈가 대단히 많았는데, 그것들은 바싹 말라 있었다.
3 그분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아들아, 이 뼈들이 살아날 수 있겠느냐?” 내가 “주 하느님, 당신께서 아십니다.” 하고 대답하자, 4 그분께서 또 나에게 말씀하셨다.
“이 뼈들에게 예언하여라. 이렇게 말하여라. ‘너희 마른 뼈들아, 주님의 말을 들어라. 5 주 하느님이 뼈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 이제 너희에게 숨을 불어넣어 너희가 살아나게 하겠다. 6 너희에게 힘줄을 놓고 살이 오르게 하며 너희를 살갗으로 씌운 다음, 너희에게 영을 넣어 주어 너희를 살게 하겠다. 그제야 너희는 내가 주님임을 알게 될 것이다.’”
7 그래서 나는 분부받은 대로 예언하였다. 그런데 내가 예언할 때, 무슨 소리가 나고 진동이 일더니, 뼈들이, 뼈와 뼈가 서로 다가가는 것이었다. 8 내가 바라보고 있으니, 힘줄이 생기고 살이 올라오며, 그 위로 살갗이 덮였다. 그러나 그들에게 숨은 아직 없었다.
9 그분께서 다시 나에게 말씀하셨다. “숨에게 예언하여라. 사람의 아들아, 예언하여라. 숨에게 말하여라. ‘주 하느님이 이렇게 말한다. 너 숨아, 사방에서 와 이 학살된 이들 위로 불어서, 그들이 살아나게 하여라.’”
10 그분께서 분부하신 대로 내가 예언하니, 숨이 그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그들이 살아나서 제 발로 일어서는데, 엄청나게 큰 군대였다. 11 그때에 그분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아들아, 이 뼈들은 온 이스라엘 집안이다. 그들은 ‘우리 뼈들은 마르고 우리 희망은 사라졌으니, 우리는 끝났다.’고 말한다.
12 그러므로 예언하여라. 그들에게 말하여라. ‘주 하느님이 이렇게 말한다. 나 이제 너희 무덤을 열겠다. 그리고 내 백성아, 너희를 그 무덤에서 끌어내어 이스라엘 땅으로 데려가겠다.
13 내 백성아, 내가 이렇게 너희 무덤을 열고, 그 무덤에서 너희를 끌어 올리면, 그제야 너희는 내가 주님임을 알게 될 것이다. 14 내가 너희 안에 내 영을 넣어 주어 너희를 살린 다음, 너희 땅으로 데려다 놓겠다. 그제야 너희는, 나 주님은 말하고 그대로 실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주님의 말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시편 107(106),2-3.4-5.6-7.8-9(◎ 1 참조)
◎ 주님을 찬송하여라, 그분의 자애는 영원하시다.
○ 말하여라, 주님이 구원하신 이들, 원수의 손에서 구원하신 이들. 해 뜨는 곳과 해 지는 곳, 북녘과 남녘, 뭇 나라에서 모으신 이들은 말하여라. ◎
○ 사막과 광야에서 그들은 헤매며, 사람 사는 성읍으로 가는 길 찾지 못하였네. 굶주리고 목말라, 목숨이 다하였네. ◎
○ 곤경 속에서 주님께 부르짖자, 역경에서 그들을 구해 주셨네. 그들을 바른길로 걷게 하시어, 사람 사는 성읍으로 가게 하셨네. ◎
○ 주님께 감사하여라, 그 자애를, 사람들에게 베푸신 그 기적을. 그분은 목마른 이에게 물을 주시고, 굶주린 이를 좋은 것으로 배불리셨네. ◎
시편 25(24),4.5 참조
◎ 알렐루야.
○ 주님, 당신의 행로를 가르쳐 주시고 당신의 진리로 저를 이끄소서.
◎ 알렐루야.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2,34-40
그때에 34 예수님께서 사두가이들의 말문을 막아 버리셨다는 소식을 듣고 바리사이들이 한데 모였다. 35 그들 가운데 율법 교사 한 사람이 예수님을 시험하려고 물었다. 36 “스승님, 율법에서 가장 큰 계명은 무엇입니까?”
37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38 이것이 가장 크고 첫째가는 계명이다. 39 둘째도 이와 같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40 온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 이 두 계명에 달려 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주님, 저희가 바치는 이 예물을 받으시고 놀라운 교환의 신비를 이루시어 주님께 받은 것을 바치는 저희가 주님을 합당히 모시게 하소서. 우리 주 …….
시편 130(129),7
주님께는 자애가 있고 풍요로운 구원이 있네.
<또는>
요한 6,51 참조
주님이 말씀하신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리라.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인자하신 주님, 성체성사로 저희에게 그리스도의 생명을 주시니 저희가 세상에서 그분의 모습으로 변화되어 하늘에서 그분의 영광에 참여하게 하소서. 성자께서는 영원히 …….
율법 교사의 질문에 대한 예수님의 대답이 어릴 적 캄캄한 밤하늘에 아름답게 빛나던 별처럼 느껴집니다. 예수님께서는 “스승님, 율법에서 가장 큰 계명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십계명 가운데서 한 계명을 선택하지 않으십니다. 성경에 따르면 십계명은 하느님에게서 직접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해진 법, 하느님께서 돌판 위에 직접 새겨 주신 법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가장 큰 계명을 십계명이 아닌 신명기와 레위기에서 한 구절씩 선택하셨습니다. 십계명은 부정형의 엄중한 명령문이 다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반면 예수님께서는 긍정적이고 역동적인 계명,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계명을 말씀하십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놀라움을 주는 것은 예수님의 두 번째 대답입니다. 본래의 질문은 가장 큰 계명 하나를 뽑아 달라는 것이었는데, 예수님께서는 첫째 계명에 이어 둘째 계명을 더하십니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그러면서 두 번째 계명이 첫 번째 계명과 같다고 하십니다. 누가 감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스스로 그 두 계명을 다르게 보고 있지는 않습니까? 이웃에 대한 사랑이 하느님께 드리는 사랑과 분리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웃을 사랑하는 가운데 진정으로 하느님을 사랑하게 됩니다. 이웃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하느님을 사랑하는 척만 하고 살 수 없습니다.
기도와 침묵, 피정과 묵상을 하면서 하느님을 만나고, 내적이며 영적인 삶을 가꾸는 일은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자칫 사람들과 멀어지게 하는 경향을 낳을 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그 또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하느님과 이루는 친교가 사람들에 대한, 또 이웃에 대한 무관심을 낳는다면 그것은 예수님의 가르침, 성경의 전통, 교회의 가르침에서 모두 동떨어진 것입니다. (정용진 요셉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