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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구, 오슬로 (하와이, 오슬로)
   2014/07/17  20:38
 하와이_오슬로.jpg


주: 오늘 저녁 KBS- 1TV 한국인의 밥상에서 10여년 전에 제가 초복 전날, 저의 모친을 모시고 다녀온 대구의 유명한 냉면집인 '부산 안면옥'이 이 소개되는 것을 보고 당시 그 식당을 다녀온 후 제가 쓴 글을 올려봅니다.^^*

                                   <대구, 오슬로>

   십자가를 안테나로!
   초복을 하루 앞두고 어머니를 모시고 대구 시내를 다녀왔습니다. 오늘 생일을 맞는 작은 누나는 제게 어머니를 모시고 시내 모 냉면집에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누나가 몸이 불편한 어머니댁에 오면 될텐데 이 무더운 날, 차로 1시간 거리가 되는 시내로 어머니를 모시고 오게 한다. 이 동네에도 맛있는 냉면집이 있는데.....’하고 투덜거렸습니다. 하지만 모처럼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맛있는 냉면’을 대접하겠다는 누나의 효심(?)에 감동하여 보행이 불편한 어머니를 택시로 모시고 약속장소인 모 냉면집에 30분 일찍 도착했는데, 그 식당에서 어디서 많이 보던 머리가 희끗희끗한  내외분이 맛있게 냉면을 드시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분들은 바로 구미에 사시는 저희 외삼촌 내외였습니다.^^* 외삼촌 내외는 대구에 병원순례 (치과, 정형외과 등...) 왔다가 시장하여 이 식당에 우연히 들리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오전에 김 모 치과병원 (오늘 생일을 맞는 누나의 남편 병원)에서 치료받고 간식으로 먹으라고 김서방에게 케익을 선물하고 왔다는 것입니다.  잠시 후, 도착한 누나의 말로는 ‘오늘이 늘 음력으로 생일을 맞는 남편과 우연히 자기 양력 생일과 일치하여 외삼촌이 그 병원에 주고온 케익이 남편을 위한 멋진 생일축하케익이 되었다‘고 감사해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대구 의 한 냉면집에서 우리를 만나고 또 조카의 생일이 오늘이라는 것을 알게 된 외삼촌은 우리의 강력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저희 식사비까지 다 내고 가셨습니다. 저는 하와이 못지않게 더운 대구에서 오슬로를 연상케하는 시원한 냉면을 먹으면서 이 모든 일이 ’우연의 일치‘라기 보다는 ’하느님의 섭리‘요, ’일상의 신화‘라는 것을 깨달으며, 얼마 전에 본 영화 ’하와이, 오슬로‘와 고 민요셉 신부님의 저서 ’일상의 신화‘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영화 '하와이, 오슬로'>

  한 남자(환자 레온)가 오슬로의 밤거리를 달리고 있고 다른 남자(의사 비다르)가 그 뒤를 쫓아가고 있다. 아기와 부모(악사 프로데와 부인 밀라)를 태운 앰뷸런스 한대가 어둠을 뚫고 돌진한다. 그때 앰뷸런스가 달리던 한 남자를 치고, 지나던 사람들이 그 사고현장에 모여든다. 서로 낯선 모르던 사람들이 어떻게 이 불행한 사고현장에 모이게 되었을까?

  오슬로의 한 정신병원 의사 비다르는 예지몽을 꾼다. 그가 꿈에서 본 장면은 반드시 현실로 이뤄진다. 그는 자신이 돌보는 환자 레온이 앰뷸런스에 치여 죽는 꿈을 꾸자 그의 죽음을 막기 위해 필사적이 된다. 레온은 어린 시절 첫사랑인 오사를 기다린다. 14살 소년 시절, 오사와 레온은 11년 후 레온의 생일날, 다시 만나 영원히 함께하기로 약속했다. 그 날이 바로 오늘인 것. 그런데 레온은 오사가 그 약속을 지키지 않을까 두렵지만 또한편 정말 나타날까 두려워 거리를 마구 달린다. 그것은 레온이 마음이 불안할 때면 늘 달리게 되기 때문. 한편 무장강도죄로 복역중인 레온의 형 트리그베는 동생 레온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특별히 외출허가를 받고 잠시 감옥에서 나오지만 그 몇 시간 동안 레온을 이용하여 은행을 털고 하와이로 도망치려 한다. 하지만 레온은 경찰의 추적을 피해 형과 함께 도망을 가다가 다투게 되며, 돈가방을 우연히 들고 뛰다가 그 돈을 모두 공원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리게 된다.

 한편 프로데와 밀라는 처음 가지게 된 아이가 희귀병을 앓자 미국으로 데려가 수술을 받게 하려하지만 악기를 모두 팔아도 돈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우연히 공원 쓰레기통에서 레온이 버린 돈뭉치를 발견하고 그 돈은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다’라고 생각하며 응급차와 비행기를 예약한다.

 그리고 거리를 배회하는 두 소년들. 자살을 기도하는 전직 가수. 그녀를 도와주려는 구급차 운전사. 신문 배달하는 소녀...

 아무튼 이 모든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저렇게 스치고, 또 얽히게 된다. 그렇지만 마지막 응급차 사고현장에 다시 모일 때 그들 서로는 더 이상 비다르의 꿈속에서처럼 낯선 이들은 아니다. 그것은 마지막 순간에 작지만 큰 기적 하나가 일어난다. 즉 환자 레온을 대신하여 의사 비다르가 차에 뛰어들어 치인 것이다. 



                           <일상의 신화 / 민요셉 신부>

 경주 보문호. 예수님께서 호숫가에서 서계셨던 것처럼 저도 호숫가에 섰습니다. 호수를 끼고 이리저리 걸었습니다. 30분전에 3천원하는 보트로 호수를 떠다녀보기도 하고, 두 개 천 원하는 따끈따끈한 도너츠를 사먹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보문단지의 선재 미술관을 찾았습니다.

 늦은 시각이라 미술관은 【CLOSED】라는 표찰을 내걸고는 닫혀 있었습니다. 이리저리 오가면서 야외에 전시된 조각품들을 보는데 광고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광고에 의하면 제1관에는 'defrost'라는 주제로, 제2관에서는 '일상의 신화'라는 주제로 그림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그림전 'defrost'와 '일상의 신화' 주제에 관한 작품들은 볼 수 없었지만, 주제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왠지 좋은 묵상 소재가 될 것 같았습니다. 가만 고민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defrost'와 '일상의 신화', 그 두제는 서로 관련이 되면서 어딘가 통하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영어사전에서 말하는 사전적 의미로서의 'defrost'는 '냉동된 식품을 해동시킨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냉동된 식품은 너무 딱딱해서 얼어 있는 채로는 먹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상온에 오랫동안 놔둡니다. 그래야 얼었던 것이 풀리면서 요리가 가능합니다. 즉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얼어있는 것을 먹을 수 있게끔 풀어놓는 것을 일컬어 defrost라고 부릅니다. defrost의 또 다른 의미는 '성에를 제거하는 것'입니다. 보통 겨울에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창을 통하여 바깥 풍경을 보아야 하는데 안과 바깥의 기온 차이로 창에 성에가 끼게 됨으로써 바깥 세계를 볼 수가 없습니다. 바깥 세계를 잘 보기 위해서는 창에 낀 성에를 제거해야 합니다. 그렇게 창에 낀 성에를 제거하는 것을 일컬어 defrost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일상의 신화'가 뜻하는 바를 나름대로 생각해봅니다. 여기서 '신화'를 저는 '아름다움'으로 보고 싶습니다. "아름다움은 신의 얼굴이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가령 한 권의 소설을 읽어나갈 때 그냥 스쳐 지나가지 못하고 따로 메모를 해두거나 줄을 그어 표시하고 싶은, 왠지 마음에 드는 구절이나 아름다운 예화를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이것을 저는 일상의 신화로 이해합니다. 또한 우리가 사진을 찍을 때면 그래도 '배경이 괜찮은 곳'에서 포즈를 잡습니다. 즉 평범한 것 가운데서 그래도 돋보이는 곳을 찾습니다.

 일상의 신화라는 의미는 보통 사람이 그냥 지나치기 쉬운 평범한 사물이나 사람 가운데서 왠지 차원이 다른 어떤 향기를 지닌 사물, 사람을 찾아내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미술관에서 그림전이라는 이름으로 작품 전시회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의 눈으로는 볼 수 없습니다. 작품으로 형상화시킬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합니다. 일상의 신화라는 주제로 작품을 만들고 전시를 해놓는다고 해서 그 그림이 전하는 이미지를 누구나 다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비록 소수이지만 사물을 꿰뚫어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혜안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작품을 작품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을 작품으로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비록 적은 수이지만, 그들의 눈은 평범한 것 안에 들어 있는 특별한 의미를 찾아냅니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의미부여를 함으로써 일상적인 것이 더 이상 일상적이지 않는 작품으로, 즉 하나의 신화로서 이미지【心像】화 되는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평범한 것 안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거나 찾아내는 것을 ‘일상의 신화’라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나 일상 속에서 신화를 찾아낼 수 없으며 신화를 살 수 없습니다. 여기에 필요한 것이 defrost입니다. 즉 창에 끼어 있는 성에를 벗겨내야 합니다. 창을 마음으로 보아, 마음에 도사리고 있는 애착으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즉 얼어붙어 있는, 냉동되어 있는 것을 냉동실 바깥으로 끄집어내어 요리할 수 있게끔 녹여야 합니다.

  이처럼 일상 속에 들어 있는 신화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이탈을 해야 합니다. 즉 깨끗한 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일상 속에서 신화를 읽을 수 있습니다. 결국 선재 미술관 제1관에서 'defrost' 해야 제2관의 '일상의 신화'로 이루어진 작품들을 비로소 올바르게 감상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경주를 다녀왔습니다. 
                                         (출처: 고 민 요셉 신부님의 ‘일상의 신화’ 중에서)

 

                  (마르코니 문화영성 연구소 : http://cafe.daum.net/ds0y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