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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크리스마스휴전을 기원하면서...(노 맨스 랜드)
   2014/12/25  8:26
 휴전비.jpg


주: 지난 12월 11일, 벨기에에 약 100년만에 축구공모양의 크리스마스 휴전기념비가 건립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연합군과 독일군은 전쟁을 계속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어기고 그곳에서 크리스마스를 기념하여 하루 휴전을 하고 축구경기를 한 것을 기념한 것입니다. 아직도 전세계 여러 나라에서 내전과 테러가 계속되고 있는데 이번 성탄절 단 하루만이라도 아기 예수님의 평화를 맛보길 기원하면서 지난 2004년 성탄절에 쓴 글을 올려봅니다.^^*

 


                     <노 맨스 랜드 (No man's land)>


  십자가를 안테나로!

지난 10월에 선종한 고 민성기 요셉 신부님이 쓰신 ‘하느님의 결혼식’이란 책을 읽다, 영국에 연극 ‘No man's land’ 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와 같은 제목의 영화 ‘No man's land’가 인근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다기에 저는 호기심에서 그날 바로 그 영화를 보고 돌아왔습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날 수가 없듯이 말입니다. 그런데 그 영화의 내용은 대충 이러합니다.


                     (영화 '노 맨스 랜드')

 

   <보스니아 내전시 ‘접근금지구역’ 즉 ‘노 맨스 랜드’(No man's land)에서 어느 날 미확인 생존자들이 우연히 발견된다. 보스니아와 세르비아가 대치하고 있는 팽팽한 긴장 속에 다소 평화로워 보이는 곳이지만 바로 양 진영이 삼엄하게 대치중이라 만약 적군의 눈에 띄었다간 바로 총알세례뿐인 살벌한 그곳에 어느 날 어이없게도 팬티바람에 흰 옷을 흔들며 “HELP ME~!!”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발견된 것이다. 필사적으로 살려달라고 외치는 문제의 이 남자들은 알고 보니 ‘노 맨스 랜드’의 경계근무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양국의 지원병들! 총구를 서로 겨눈 두 남자와 지뢰 위에 놓인 한 남자가 그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살벌한 이 ‘노 맨스 랜드’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난감한데, 함께 있는 건 적군이요,  또 깔고 누운 건 지뢰이니 그야말로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다.


  한편, 그들을 발견한 양쪽 진영은 이들의 즉각적인 구조는 뒷전, 서로 적군의 눈치를 보느라 정신없고, 마침내 세계평화유지군인 UN이 구조에 나선다. 그 와중에 전세계 언론들이 특종의 냄새를 맡고 몰려들고 전세계로 생중계되는 그들의 구조작전이 전개된다. 드디어 세계 최정예 지뢰제거병이 도착했지만 그 지뢰는 제거가 불가능한 것이었고, 또 살아남은 두 남자는 서로를 증오하고 싸우다 결국 UN군에게 사살되고 만다... >


  저는 이 영화가 마치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것 같아 영화를 보면서도 어떤 슬픔이 밀려왔습니다. 제거할 수 없는 지뢰이지만 집요한 외신기자들을 의식하여 그 지뢰를 제거했다고 거짓발표를 하고 또 지뢰를 깔고 누운 병사는 죽든말든 황급히 그 죽음의 땅을 떠나는 유엔군. 그리고 서로를 증오한 나머지 시체나 부상병 밑에 무서운 지뢰를 매설하여 그것을 건드리는 상대편을 대량살상하려는 무자비성은 아직도 비무장지대에 서로 수많은 지뢰를 매설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 가공할만한 파괴력의 지뢰를 깔고 누워 다만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는 불쌍한 부상병의 모습은 마치 50여년간 허리가 잘린채 핵무기를 깔고 드러누워있는 우리 한반도의 꼬라지(민요셉 신부님의 표현^^*)이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이 영화는 민요셉 신부님이 영국에서 보셨다는 연극 ‘No man's land' 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지만 ‘황폐한 인간이 황폐한 땅을 만든다’는 점에서는 어떤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참고로 우리 내면의 황폐함과 분열상을 잘 표현한 민요셉 신부님의 글 ‘No man's land’를 일부 퍼드립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수도자입니다. 나는 사제입니다. 내가 이 땅에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수도자로서, 사제로서의 역할 때문입니다. 이러한 역할 규정이 나를 이 땅에 살게 합니다...그러나 나는 수도자로서의 신원에, 사제로서의 신원에 올곧게 머물지 못합니다. 나는 나의 신원에 위기의식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수도자로서 사제로서 옳게 살고 있지 못함에 대한 두려움을 지니며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내가 수도자로서 사제로서의 삶을 살아가지 못한 상태를 이 연극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No Man's Land'라고...

  

  이 연극에서 나는 허스트가 보았던 바보스러움을 바라봅니다. 위기의식을 지닌 수도자로서 두려움을 품고 사는 사제로서의 나의 역할이 바로 허스트가 보았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삶을 사는 'the fool's job'으로서의 나의 꼬라지를 찾아냅니다. 그렇게 나는 제 1막에서 허스트가 독백으로 내뱉었던 'No Man's land'입니다. 그리고 허스트처럼 'no man's land'로서의 내 꼬라지를 드러내지 못한 채 여전히 수도자로서 사제로서의 삶을 향유하고 있는 나자신을 발견해나갔습니다. 결국 나는 제 2막의 마지막 부분에서 허스트에게 질책하듯 이야기하는 스푸너의 쓴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You are in no man' land" >


                  (출처: 고 민요셉 신부님의 '하느님의 결혼식 1권 중에서)
 

              <말씀에 접지하기; 에페 2, 14-16>

 

        (마르코니 문화영성 연구소 ; http://cafe.daum.net/ds0y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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