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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반도 평화기원미사] 주한 교황대사 축사
   2019/07/01  10:0

존경하는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님,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대주교님과 주교님들,
친애하는 사제, 남녀 수도자 여러분, 
사랑하는 부제와 신학생 여러분, 
그리고 많은 내빈과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주관으로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오늘 이 장엄 미사에서 여러분께 인사드리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주교님들께서 새로이 뜻을 모아 소중한 자리를 마련하시고, 또한 이 의미 있는 기도의 자리에 저를 초대해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우리가 오늘 여기 이처럼 모여있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고 굳건히 하고자 하는 일에 깊이 헌신하려는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는 확실한 표지입니다. 최근 한국의 상황을 보면, 형제로서 다시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강한 열망을 느낄 수 있습니다. 믿는 이들의 공동체인 우리는 오늘날 전쟁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벌어지는 참사를 무기력하게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남자와 여자 그리고 많은 어린이들의 파괴된 삶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며, 동시에 우리에게 책임을 묻는 강력한 부르짖음입니다. 어떤 정치 집단이라 할지라도 인간 존엄에 반하는 폭력을 결코 정당하게 행사할 수는 없습니다. 개인의 절대적 방어권은 결코 침해되어선 안 되는 신성 불가침한 권리입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 하신 스승님의 뜻을 따르는 교회는 모든 시대에 걸쳐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여러 나라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형제적 대화를 증진하는 데에 온 힘을 다해 왔습니다. 이렇게 하여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당신 자신을 내어놓으시면서까지 위하신 백성들의 하나 됨을 가시적으로 실현하고자 했습니다. 우리를 변화시켜 거룩한 하나의 백성이 되게 하는 것은 바로 예수님의 사랑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세상을 바꾸고, 비탄에 빠진 이들을 위로하며, 아픈 이들을 낫게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가난한 이들을 돕고, 실의에 빠진 이들에게 희망을 주며, 거절당한 이들을 환대하고, 불목하는 이들에게 평화를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새 계명은 바로 오늘을 위한 것입니다. 이 세상과 고통받는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새 계명, 곧 형제애와 지속적인 평화의 시대의 새 계명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과제는, 전쟁의 비극을 겪었던 이들의 마음이 우리의 염원인 평화로 따뜻해지기를 기도하는 것입니다. 또한 흩어진 가족이 다시 하나 되고, 증오와 원망의 장벽이 허물어지며, 평화의 임금님께서 순교자의 피로 축복된 이 땅에서 드러나시기를 기도하는 것입니다. 

 

매우 의미 있는 이 곳에서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한국의 형제자매 여러분을 만나고자 했던 저의 바람이 이루어져 무척 기쁩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인의 희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우리 함께 한반도에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바오로 6세 교황님께서 즐겨 말씀하신 “사랑의 문명”을 건설하는 데에 함께 노력해 나갑시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지난 2019년 4월 27일에 발표하신 판문점 선언 1주년 기념 영상 메시지를 통하여 다음과 같은 말씀으로 우리에게 용기를 주셨습니다. “이 기념일이, 일치와 대화와 형제적 연대에 바탕을 둔 미래가 실제로 가능하다는 희망을 모든 이에게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조화와 화합을 추구하고자 노력할 때, 분열과 대립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평화의 모후이신 동정 성모 마리아의 전구를 청하며, 여러분 모두에게 저의 진심어린 축복을 드립니다.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