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씀을 하십니다. 나 스스로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인지, 그렇다면 여기서 구원은 대체 무엇을 가리키는 말인지 혼란스럽습니다. 그러고 보니 예수님은 나에 대한 질문을 참 많이도 하셨습니다. “무엇을 원하느냐?”(마태 20,21), “내가 너희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마태 20,32), “무엇을 찾느냐?”(요한 1,38)와 같은 말씀들은 예수님이 몰라서 하는 질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무엇을 원하고, 바라고, 찾고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는 말씀입니다. 내가 바라지도 않는 것을 예수님이 알아서 (구원)해 주실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영적 게으름은 기도의 부족이 아니라, 나 자신과 내 마음에 대한 성찰의 부족으로 종종 드러납니다. 생각하기보다는, 그저 순응하는 게 생존에 더 유리한 삶의 태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굳이 내 내면의 깊은 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먹는 기쁨과 보는 기쁨에 안주하는 게 더 안락한 삶의 지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믿음 안에서도 애써 나 자신을 들여다볼 자리를 마련하기보다는, 주님께 모든 것을 의탁한다는 기도의 힘에 단순히 기대는 게 더 빠른 성덕의 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마치 혈루증을 앓는 여인이 피를 잃고 있듯, 나도 중요한 무엇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내 믿음이 나를 구원한다면, 그것은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성찰하는 가운데 벌어지는 일이며, 그때야말로 예수님의 손이 구체적으로 나를 잡아 끌어당길 수 있는 순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