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복음의 ‘육화’는 하늘과 땅이, 하느님과 인간이 완전히 하나되었다는 사실에 관한 선언입니다. 머리로 논리를 만들어 누군가를 설득하고자 하는 사변적 이론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이 ‘육화’입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묻고 따지곤 합니다. 신이 인간이 되었다는 사실을요. 이성과 감성으로 이해하고자 노력해 본들, 벌어진 사건이 납득이 되지 않는 한, 사건은 아직 우리의 것이 되지 못하는 법입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님을 보고 그토록 갈망하던 하느님이라 여길 수 있는 건, 그리스도인의 특권이자 매력이기도 합니다. 무턱대고 믿음을 강요할 순 없지만, 무턱대고 머리로만 이해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습성도 그리 달갑지만은 않지요. 다만 요즘 현실에서 ‘나는 뭐라 해도 네 편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대책없는 신뢰가 그립긴 합니다. 요한 복음의 ‘육화’도 그렇게 접근하면 어떨까요. 이미 벌어진 사건을 따져 묻기 전에, 하느님이 그만큼 인간을 사랑하셨다는데, 그냥 무턱대고 사람이 되신 하느님을 받아들이면 어떨까요. 인간이 이해하기 전에, 하느님이 인간으로 오셨다는 사실은 그렇게 증명되고 전해졌으니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