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익숙한 것을 통해 안심합니다. 이미 알고 있는 이름, 반복되어 온 방식, 설명할 수 있는 질서. 그 안에 머물 때 우리는 세상이 평온하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전통은 단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우리를 지탱하는 안전한 구조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성경은 그 구조를 종종 흔들어 버립니다. 엘리사벳이 이미 준비된 이름을 거부하고 다른 이름을 부를 때 사람들은 잠시 멈춥니다. 익숙한 흐름이 어긋나는 순간, 하느님의 섭리는 새로운 방향으로 우리를 이끌어 갑니다. 어쩌면 신앙은 익숙함을 다듬는 일이 아니라, 익숙함이 더 이상 전부가 아님을 받아들이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신앙을 고정된 형태로 붙들지 않고, 하느님이 여전히 그 안에서 새롭게 일하신다는 가능성으로 열어 둘 때 세상은 놀랍고 두려운, 그러나 늘 설레는 계시의 자리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