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장에서 시작된 요한 복음의 고별담화는 17장의 기도로 마무리됩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의 제자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십니다.(요한 17,21 참조)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방식은 여러 가지입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힘으로 사람들의 뜻을 하나로 모을 수도 있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처음부터 배제함으로써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 공동체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원하시는 일치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주님께서 원하시는 일치는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치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제 안에 계시고 제가 아버지 안에 있듯이, 그들도 우리 안에 있게 해 주십시오.”(요한 17,21)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보여 주신 서로 안에 머무는 삶, 곧 상호내주(相互內住)의 방식이 바로 일치의 방식입니다. 서로가 서로 안에 머물기 위해서는 자기 안에 다른 사람이 머물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먼저 자신을 비워야 합니다. 내가 다른 사람 안에 머물기 위해서는 자신을 떠나 다른 이를 향할 줄 알아야 합니다. 나를 비워 다른 이를 위한 공간을 만들고, 나를 떠나 다른 이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마음이 하느님 안에서 하나로 모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서로 다른 모습이겠지만, 하느님 안에서 그렇게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