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수님 앞에 나서는 사람들의 모습은 저마다 다른 모습입니다. 어떤 이는 병든 몸을 이끌고 직접 오고, 또 어떤 이는 사랑하는 이를 대신하여 간청합니다. 오늘 복음의 백인대장도 그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예수님 앞에 섰습니다. 바로 자신의 종입니다. 종을 친구처럼 대하는 그의 모습에 예수님의 모습이 겹쳐 보입니다. 백인대장이 예수님께 청한 것은 ‘한 말씀’일 뿐이었습니다. 먼길을 왔을 텐데 바라는 것이 말 한마디뿐이라는 것은, 그 한 말씀만으로도 내 소원이 이루어질 것을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약속의 증표라거나 거창한 의식을 부탁드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바로 그 믿음에 감탄하셨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붙드는 믿음이 아니라 보지 않고도 믿을 줄 아는 확신입니다. 주님을 내 지붕 밑에 들일 자격이 없다는 백인대장의 고백은 사실 우리 모두의 고백이기도 합니다. 우리 또한 우리 안에 예수님을 모시기에는 참으로 부족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오늘 복음을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복음은 완전한 사람이 응답을 받는 것이 아니라 겸손히 주님을 믿는 사람이 은총을 만난다고 알려 줍니다. 내 힘과 자격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을 신뢰하는 것이 믿음입니다. 우리도 백인대장의 믿음으로 주님 앞에 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거창한 소망만을 올리기보다 한 말씀만을 청할 줄 아는 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