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복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부분이 오늘 복음이다. 세상에 하느님께서 오신 이유는, 사랑이다. 그 사랑의 ‘방문’은 단순한 스침이 아니라 하느님 당신 존재 전체를 내맡기는 헌신이다. 요한 복음은 이 헌신을 십자가 사건에 집중시켜 묘사한다. 이를테면 하느님의 세상살이가 십자가의 길이라는 것. 요한 복음이 십자가 수난을 말할 때 흔히 쓰는 동사가 ‘넘겨주다’인데, 이 세상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은 십자가의 폭력에까지 닿아 있다. 그 사랑을 우리는 감히 측량할 수 없다. 세상의 모든 측량은 심판이다. 측량의 잣대와 기준이 사라져 있는 그대로의 모든 것을 오래 바라보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요한 복음의 상징 중 가장 강렬한 빛이 그렇다. 빛은 어둠을 고르지 않는다. 빛이 나타나는 것 자체로, 모든 어둠은 밝음으로 뒤바뀐다. 사랑은 주어졌고, 빛은 비추었다. 이제 남는 것은, 우리의 선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