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죄를 실수로 생각하거나 조금만 조심하면 고칠 수 있는 하나의 흠결 정도로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성경은 죄를 관계의 파괴로 보고 있습니다. 죄는 사랑을 잃어버려 모든 것이 단절된 상태이기에 오직 사랑으로만 회복됩니다. 왕은 종에게 언제 갚을 것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 애초에 갚을 수 없는 빚을 안고 있는 사람을 포기하지 않는 하느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복음의 이야기는 용서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만 탈렌트를 탕감받은 종은 백 데나리온을 빚진 동료를 괴롭힙니다. 자신이 받은 엄청난 자비를 전혀 기억하지 않았고 그 순간 다시 빚의 세계로 떨어집니다. 종의 모습에서 인간의 나약함을 발견합니다. 자신이 받은 상처는 오래 기억하면서, 자신이 받은 용서는 쉽게 잊습니다. 나에게는 관대하고 타인에게 엄격한 태도는 용서를 경험했음에도 타인에게 용서를 돌려주지 못하게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죄를 용서하십니다. 사랑으로써 관계를 회복하라고 배려해 주십니다. 그리고 그 용서가 우리 안에서 멈추지 않고 강물처럼 흘려보내라고 요구하십니다. 복음은 남이 내게 진 죄보다 하느님께서 내게 나누어 준 용서를 먼저 생각해 보라고 초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