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도보 길’이라기보다는 ‘항해 길’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단한 지면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작은 배가 내 몸을 지탱하는 유일한 ‘땅’입니다. 최소한의 안전만이라도 보장되길 바라지만, 바다의 변덕스러움은 그 요구마저 거부합니다. 인생이란 항해 길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건 끊임없이 변하는 바람과 일렁이는 파도입니다.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육지를 향해 하염없이 나아가지만, 용기를 얻는 순간보다는 용기를 잃는 순간이 훨씬 더 많습니다. 맞바람과 파도에 시달리며 겁에 질려 소리를 질러 대는 오늘 제자들의 모습은, 그래서 낯설지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호수 위를 걸으시어 제자들에게 다가가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하실 때, 배에서 저만치 떨어져 말씀하신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쉭쉭거리는 바람 소리와 맹렬히 펄럭이는 돛의 소리를 뚫고 목소리가 들렸다면, 아마 예수님께서는 이미 배 바로 곁에 오셔서 말씀하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베드로가 배에서 내려 물 위를 걸어 그분께 갔다고 할 때, 혼자서 먼 거리를 저벅저벅 걸어갔던 게 아니라, 마치 갓 돌이 지난 아이가 걸음마를 떼듯, 그렇게 예수님의 손을 잡고서 걸어갔을 것입니다. 우리 인생은 여전히 항해 길이지만, 믿음은 바람과 파도마저 복종하는 예수님이 이미 나의 배 바로 곁에 와 계심을 알아보게 합니다. 바람은 거세고 파도는 여전히 높지만 만일 예수님이 인생이란 항해 길의 유일한 종착지라면 삶의 매순간은 이미 완성된 시간의 조각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