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이 길을 가다가 밀이삭을 뜯어 먹은 일로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 시비를 겁니다. 안식일 규정을 어겼다는 것이지요. 복음을 읽다 보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예수님 편에 서게 됩니다. 사람보다 규정을 앞세우는 바리사이들의 태도를 비판하며, 예수님의 말씀이 더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내가 과연 그 상황 속에 있었다면 무엇이 옳은지 그렇게 쉽게 판단할 수 있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어느 공동체든 함께 살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켜야 할 기준들이 생깁니다. 처음에는 좋은 뜻에서 시작된 약속들이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기준들은 점점 단단해지고, 어느새 누구도 쉽게 건드릴 수 없는 규칙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때로는 그 기준이 사람을 살리기보다 오히려 사람을 힘들게 할 때도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한 가지 기준을 다시 들려주십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마태 12,7)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우리가 지키고 있는 기준이 사람을 살리고 있는지, 아니면 누군가를 밀어내는 기준이 되고 있는지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