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과 “역사”를 생각합니다. 자칫 오해할 수 있습니다. 지상에서의 삶이 끝나고 나서야 하느님의 시간, 곧 영원으로 들어간다고. 하지만 우리의 시간보다 하느님의 영원이 더 큰 개념입니다. 우리의 지상 삶은 하느님의 영원에서 분리된 시간이 아니라 하느님의 영원 안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시간입니다. 이미 하느님의 영원 안에 속한 하나의 조각입니다. 그렇다면 “역사”에 대해서도 새롭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 개인의 역사 안에 하느님이 한 번씩 ‘역사’하는 게 아닙니다. 하느님의 전체 역사 안에 각자의 역사가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시간, 하느님의 역사는 완전하며, 이미 충만히 실현되고 있습니다. 그 시간, 그 역사 안에 우리 모두 온전히 들어와 있습니다. 희망이란 게 아득하게만 느껴질 때, 힘을 내려 해도 도무지 힘이 나지 않을 때, 그때는 시간과 역사에 대해 묵상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시간 안에 내 삶의 시간이 있고, 하느님의 역사 안에 내 삶의 역사가 있습니다. 그 반대가 아닙니다. 그분의 시간, 역사, 계획은 완전합니다.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을 하느님은 보고 계시고, 이루고 계십니다. 하느님의 시간과 역사, 곧 “하느님 나라”가 내 안에 이미 실현되고 있음을 깨닫길. 하느님의 복이 이미 내 삶의 자리에 가까이 와 있음을 알아보길. 그로부터 내 마음의 가난이 더 이상 궁색함이 되지 않고 내 슬픔이 고개를 떨구는 것으로 나아가지 않길. 오히려 온유함과 의로움, 자비로움과 평화에 대한 열정이 늘 새롭길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