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2차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기념 미사
10월 세계청년대회 월간 캠페인
월간 〈빛〉 10월호 : 밝음에서 밝은 어두움으로
대건중·고등학교 개교 80주년 기념미사
2027 서울 WYD, 대구대교구도 함께 준비합니다
우리집에 성모당을 모십니다
9월 세계청년대회 월간 캠페인
월간 〈빛〉 9월호 : 신앙 선배들의 대답
바닥이 그렇게 차갑다는 걸, 그전엔 몰랐었습니다. 신학생 시절, 황종렬 박사님께서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한 번 즉흥 연극으로 꾸며 보자고 제안하셨을 때, 수업 시간에 무슨 뚱딴지 같은 연극이냐 싶은 마음에 모두가 우물쭈물 책상을 밀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각자의 역할이 정해졌습니다. 누구는 강도를, 누구는 지나가는 사제와 레위인을, 누구는 여관 주인의 역을 맡았습니다. 여전히 쭈뼛거리던 저는, 아뿔싸, 마지막 남은 역할, 강도들에게 맞고 쓰러지는 이름 없는 그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격의 주먹이 가해지고 바닥에 쓰러졌을 때 저를 흠칫 놀라게 한 건, 강의실 바닥의 얼음장 같은 차가움이었습니다. 나를 주먹질한 강도들에 대한 원망이 채 올라오기도 전에, 빈털털이가 되었으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막막함이 채 밀려오기도 전에 딱딱한 바닥이 주는 무심한 냉기는 제 몸과 마음을 얼리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렇게 세상은 제게 ‘영안실’이 되었습니다. 박사님은 특이하게도 노새뿐 아니라 상처에 부을 기름과 포도주, 상처를 싸맬 붕대의 역할도 저희에게 맡기셨습니다. 산 사람의 온기가 내 상처를 보듬으며 지나가고 또 감싸는 가운데 마침내 내 몸이 차가운 바닥에서 들려 단단한 척추를 감싼 누군가의 피부 위로 올려지자, 세상은 더 이상 죽은 이들이 차갑게 줄지어 누워 있는 영안실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이들이 저마다의 온기로 네 마음에 아궁이 불을 놓아주는 곳으로 변하였습니다. 사랑도, 육화도 모두 ‘온기의 신비’지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