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은 예루살렘에 하느님의 현존을 상징하는 계약 궤를 모셨습니다.(2사무 6,1-19) 그의 아들 솔로몬은 이곳에 성전을 세워 하느님께 봉헌하였지요. 이스라엘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곳이자 중심이었던 예루살렘에서 존경하고 사랑했던 스승이 십자가에서 삶을 마감합니다. 열망이 물거품이 되자 제자들은 예루살렘을 떠납니다. 그럼에도 미련은 남아 있었나 봅니다. “그들은 그동안 일어난 모든 일에 관하여 서로 이야기하였다.”(루카 24,14) 부활하신 예수님은 제자들을 찾아 오시지만 그들은 알아 보지 못합니다. 실망과 무기력감으로 가득 찬 마음 때문입니다. 스승은 당신에 대해 다시 이야기해 주시며 제자들의 꺼져 가는 신앙의 불씨를 되살리십니다. 절망의 자리에서 떠났던 제자들은 부활의 증인이 되어 예루살렘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깁니다. 이들의 여정은 신앙인의 삶과 닮아 있습니다. 때로는 길을 잃는 경험도, 하느님에게서 돌아서기도 하지요. 그런 순간에도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속삭이시며 함께 걷고 있습니다. 부활은 이런 주님을 다시 발견하고 체험하는 신앙의 정수이지요. 요컨대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 이야기는 부활은 이미 일어났으나 아직 알아보지 못하는 우리의 삶을 점검해 보는 묵상의 자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