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제는 거룩한 것을 주는 사람 (2018년 제3차 교구 사제 연중피정 파견미사 강론) |
2018/06/23 19:19 |
2018년 제3차 교구 사제 피정 파견미사
2018년 6월 22일 한티 피정의 집
찬미 예수님, 어제 존경하는 조성택 신부님께서 강론 때 ‘거의 피정 마무리인 듯하다.’고 말씀하시며 심금을 울려주셨지요. 매우 깊이 있는 현실 지적 앞에, 다른 어떤 내용도 덧붙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조차 들었습니다. 다만 오늘 파견 미사이기에, 하느님의 이끄심이 허락하신다면, 적어도 우리 모두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부분이 있어서 나누고자 합니다.
어제 강론에도 등장하였듯이, 날마다 미사 때, 아침기도 때, 저녁기도 때, 하루 3번 우리는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하고 주님의 기도를 바칩니다. 저는 이 빵을 ‘성체 빵’으로 이해하고 싶습니다. ‘날마다 주어지는 성체 빵’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최후의 만찬 식탁에서 성체성사를 제정하셨습니다. 당신의 몸과 피를 벗을 위하여, 벗의 구원을 위하여 목숨 바치실 십자가 희생 제사의 능력을 담은 무혈제사로 우리에게 남겨주시려고 성체성사를 제정하셨지요. 바로 그때 우리 신약 사제들의 사제직도 제정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빵을 많게 하신 기적을 일으키시기 전에, ‘군중을 돌려보내 각자 먹을 것을 찾도록 하자.’는 제자들의 건의를 받으셨지요. 그러나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그들을 돌려보낼 필요가 없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마태 14,16)하시고 기적을 베푸십니다. 결국 제자들은 군중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줍니다. 미사때 성체를 나누어주는 것과 연결되어 보입니다. 그러시고는 말씀하십니다. “나는 생명의 빵이다. ... 이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영원한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살릴 것이다.”(요한 6장 참조)하십니다. 분명히 제자들에게는 따로 깊은 뜻을 설명해주시면서도 ‘너희도 받아먹고 마셔라.’고 강조하십니다. 알아듣지 못하는 제자들은 떠나버립니다.
예수님의 부르심과 본인의 응답과 교회의 선택에 따라 사제품을 받고 맡겨진 교회 임무를 수행하시는 우리 신부님들의 첫째 임무는, 우선, 날마다 성체성사를, 곧 미사를 거행하여, 본인도 영원한 생명의 빵을 영하고, 신자들에게도 나누어주는 것입입니다. 사제는 Sacerdos, 거룩한 것을 주는 사람인데, 거룩한 것들 가운데 첫째가 ‘성체’임을 정확히 알고 날이면 날마다 본인도 영하시고, 또 나누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교회의 신자들이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십시오.”하고 기도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덧붙여 우리 모두 신약 사제의 특징을 갖추면 좋겠습니다. 안식일에 ‘왜 저들은 단식하지 않습니까?’라는 말에 예수님께서는 ‘신랑과 함께 있는 신부는 단식할 수 없다. 신랑을 빼앗기는 날이 오면 단식할 것이다.’라고 하십니다. 신약, 새로운 계약은 예수님과 교회의 혼인 계약입니다. 성찬례는 예수님의 2000년전 십자가 희생 제사의 재현, 현재화이면서도, 천상 예루살렘에서 열린 어린 양의 혼인 잔치를 미리 보여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신랑 곁에 있으니, 신약 사제의 특징, 1) 단식하지 않음, 곧 성체를 영하고 나누어주어야 하며, 2) 혼인 잔치의 기쁨을 실천해야 합니다. 그래서 ‘알렐루야, 거룩하시도다’ 노래도 열심히 부르고, 기쁨이 드러나도록 성체분배 때 신자들에게 미소도 지어주시고, 강론 때 또 평소에도 신자들 칭찬 많이 하면 어떻겠습니까? 신랑이 곁에 있는데도 슬픈 얼굴, 화난 얼굴은 좀 아니지 않습니까?
결국 “날마다 기쁘게 성찬을 나누려면”, 각자가, 내가, 스스로 본인이 주님의 현존 속에 기쁘게 살아야 합니다. 내가 기쁘지 않으면, 본당 신부님은 보좌 신부님 괴롭히고, 보좌 신부님은 괜히 수녀님, 교리교사, 신자 괴롭히고.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날마다 일용할 양식을 기쁘게 나누기 위해 우리 내면에 주님의 현존이 충만하시도록 간청합시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요한 14,23)“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사랑하시겠고, 우리는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 우리 신부님들께서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과 축복이 충만하셔서, 신자들에게 많이 웃으시며 대하시고, 여유로우시고, 신자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으시며 사목 생활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