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가서 좀 쉬어라.” (2021년 농민주일 미사 강론) |
2021/07/20 14:44 |
농민주일 미사
2021년 7월 18일 11시, 계산 주교좌 대성당
찬미예수님 오늘 연중 제16주일이며 7월 셋째 주일인 농민주일입니다. 이날 한국교회는 농민들의 노력과 수고를 기억하고, 도시와 농촌이 한마음으로 하느님 창조질서에 맞갖게 살도록 다짐하고 있습니다. 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주관으로, 대주교님은 오후에 동곡공소 미사와 농장 축복에 가시고, 저는 지금 계산 주교좌성당에서 미사와 직거래 장터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12일 월요일 교구청 사제관에서 저녁식사를 마칠 무렵 하늘에서 갑자기 많은 비가 내려 방에 올라갔더니 2미터 넓이로 빗물이 들이쳐 있었고, 수건으로 여러 차례 닦고 짜내고 건조시켰습니다. 다음날 들어보니 시내 말고 다른 동네는 맑았다 합니다. 대구가 좁네요, 또 15일에도 비가 왔죠. 주말에는 수도권에도 동남아의 스콜과 같은 국지성 소나기가 내렸습니다. 독일과 서유럽에는 폭우로 홍수가 났는데, 이 모두가 지구온난화의 영향일 것입니다.
오늘 농민주일에 발표한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박현동 아빠스님의 <생명의 공동체로 거듭나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담화는,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원인이 인류가 자연생태계를 과도하게 침범한 것임’을 지적하고, 또한 ‘최근의 기후 이상 현상 앞에서 우리의 미래가 밝아질 수 있도록 적절한 생활양식과 경제 체제를 찾는 생태적 회개’를 촉구하며 시작합니다. 이어서 담화는 기후 위기를 예방하는 차원으로 ‘생태 환경을 보전하는 공익적 기능을 동반한 농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자연의 순환원리를 존중하고 식량을 확보하며 농민이 생계 걱정 없이 농사에서 행복하게 살도록 농촌 공동체가 건강해지고, 나아가 도시와 농촌이 함께 하는 생명 공동체를 이루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 ‘가정에서 시작되는 생태 교육이 사회와 세상의 변화로 이어지기에, 유기 순환적 자연 질서를 회복하는 우리 농촌 살리기는, 자연 생태계와 사람이 관계를 회복하고, 결국 우리 모두를 살리는 일’이기에,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좋다고 하셨던 세상을 회복하고,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의 관계와 생명을 회복시키는 생명 공동체 운동에 우리 모두 함께 동참’해야 하겠습니다.
네, 농민 주일 담화를 들으니, 저는 복음의 예수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므로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차려입을까? 하며 걱정하지 마라. ...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마태 6,31.33)하신 말씀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는 않더라도 진짜 잘 살펴보면서 먹고 마시고 입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구를 지키는 자연순환적 방식으로 공정하게 마련된 먹거리를 찾아서 먹어야 하겠구나. 잠깐잠깐 입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몇 년씩 오래 입을 수 있는 의복을 찾아서 구해야 하겠구나. 생각이 듭니다.
오늘 복음에서 사도들이 예수님께 모여왔습니다.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일의 보고를 마치자, 예수님은 ‘너희는 따로 외딴곳에 가서 좀 쉬어라’하고 쉬게 해주셨습니다. 그러면서 당신은 목자 없는 양들처럼 가엾은 군중에게 구원의 기쁜 소식인 복음을 전하러, 곧 일하러 가십니다. 일을 마치고 쉬기 위해 어디로 가십니까?, 따로 조용한 장소도 좋지만, 집이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한티 같은 곳에 피정을 해서 집에 오면 ‘아 집이구나’ 하는 느낌이 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찬미받으소서> 회칙을 통해서 인류 공통의 집인 지구를 잘 보존하기를 촉구하셨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 사태를 겪으며, 이제는 우리도 생태환경 보존이 참 중요하며, 이는 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것과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 농민 주일을 맞아 우리는 생태환경을 지키는 더 알맞은 먹거리를 선택하고, 나아가 더 알맞은 생활양식을 찾아 생명의 공동체를 이루도록 합시다. ‘가서 쉬기도 하고 살기도 할’ 우리의 집 지구를 보존합시다. 작은 것부터, 내가 할 수 있는 간단한 것부터 실천하도록 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