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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좋은 땅에 떨어진 씨앗을 열매를 맺었네. (2023년 농민주일 미사 강론)
   2023/07/18  17:35

2023년 농민주일 미사

 

2023년 7월 16일, 계산주교좌성당

 

찬미예수님, 오늘은 연중 제15주일이며, 농민주일입니다. 한국천주교회는 1995년부터 7월 셋째주일을 농민주일을 지내며, 농민들의 수고를 기억하고, 도시와 농촌이 다함께 하느님 창조질서에 따라 살기로 다짐하고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 이사야서는, 자연에서의 물의 역할과 하느님 말씀의 능력을 서로 비교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자연에서 물이 눈과 비로 하늘에서 내려와 헛되이 사라지지 않고 땅을 적시어 기름지게 하며, 씨 뿌리는 사람에게는 씨앗을 돌려주고, 또 그 씨앗을 먹는 이에게는 곡식과 양식이 되듯이, 초자연적으로는, 하느님 말씀이 헛되이 돌아가지 않고, 하느님 뜻하신 바를 이루고 하느님 주신 사명을 완수하고야 만다고 설명합니다. 특이하게 하느님께서는, 내 입에서 나가는 말, 내가 뜻하는 바, 내가 내린 사명 등 말씀하시는 당신을 ‘나’로 지칭하시고 있어서, 계획하시고 실행하시는 구원의 거대한 역사를 모두 하느님께서 직접 주관하신다는 것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오늘 화답송은 시편 65편의 구절을 통하여, 하느님께서 물로써 이 땅을 풍요롭게 하시고 곡식을 영글게 하시며, 고랑에는 물대시고 이랑을 고르시며, 비를 내려 새싹들에게 복을 내리실 뿐 아니라, 하느님은 가시는 곳마다 기름진 땅, 풀밭엔 윤기가 있고, 언덕에도 기쁨이 있고, 목장에는 양떼, 골짜기엔 곡식이 가득하게 하시기에, 모두들 환성올리고 노래한다고 합니다. 이 화답송 구절처럼 전국의 많은 농민들의 수고에, 하느님께서 풍성한 결실의 은혜를 내려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오늘 마태오 복음은 잘 알려진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입니다. 어떤 씨는 길에 떨어져 새들이 와서 먹어버렸다고 하고, 어떤 씨는 돌밭에 떨어져, 싹은 돋았지만 흙이 깊지 않아 뿌리를 내리지 못해 말라버렸으며, 어떤 씨는 가시덤불속에 떨어져, 어쩌면 흙속 깊이 뿌리도 내렸지만, 가시덤불에 숨이 막혀버렸다고 전합니다. 마태오 13장 18절 이하의 비유에 대한 해설을 살펴봅니다. 먼저 길 위에 뿌려진 씨는 하늘나라 복음을 듣고 깨닫지 못하면 악한 자가 가져간다고 하면서, 많은 것들에 의해서 닫힌 마음을, 사람들이 밟고 다녀 딱딱해진 길바닥에 비유한 것입니다. 돌밭에 부려진 씨는 말씀을 기쁘게 받아들이지만 흙이 많지 않은 돌밭이라서 마음에 뿌리내리지 못해, 박해와 환란에 걸려 넘어지는 것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가시덤불 속에 뿌려진 씨는 말씀을 듣고도 세상걱정과 재물에 말씀이 숨 막히고 열매 맺지 못한 것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길, 돌밭, 가시덤불속은 씨앗이 자라기에 나쁜 땅 세 종류를 말합니다.

 

어떤 씨들은 좋은 땅에 떨어졌다고 하는데, 좋은 땅도 세 종류가 있습니다. 씨앗 대비 백배, 예순 배, 서른 배 소출을 내는 땅이 있다고 하십니다. 예를 들어 표현하면 신자 한분이, 본인이 체험한 하느님의 사랑을 백 명에게 전하고, 예순 명에게 전하고, 서른 명에게 전하여 전교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땅에만 씨앗을 뿌리면 될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길이나 돌밭이나 가시덤불 있는 곳에 뿌리지 말고 말입니다. 알고 보니 한국에서는 씨를 뿌리기 전에 밭을 갈아 주는데, 예수님 시대 근동지역에서는 길이든, 돌밭이든, 어디든지 먼저 씨앗을 뿌리고서 밭을 갈았다고 하므로, 보통 먼저 씨를 뿌리는 것입니다. 알렐루야를 노래할 때 ‘씨앗은 하느님의 말씀, 씨 뿌리는 이는 그리스도’라고 밝히는데요. 그 당시 농사법에 따라 비유를 설명하신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씨 뿌리는 사람은 그리스도이시고, 나중에 밭을 가는 것이 통상적이라면, 지금 우리의 마음이 길이든, 돌밭이든, 가시덤불 속이든, 이제 백배, 예순 배, 서른 배의 소출을 내는 좋은 밭들로 바뀌기 위한 밭갈이 과정을 곧 변화의 과정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좋은 밭으로 바꾸는 과정, 이것이 말씀 앞에서 우리가 할 일일 것입니다.

 

처음에는 산술적으로 씨앗의 1/4이 길에, 1/4이 돌밭에, 1/4이 가시덤불 속에 그리고 나머지 1/4만 좋은 땅에 떨어졌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리스도께서 먼저 뿌리시고 모두 밭갈이를 하신다면, 이미 좋은 땅 1/4에서만 소출을 내는 것이 아니라, 그밖의 장소에서도 밭갈이 이후에 모두 좋은 땅이 되어 많은 소출을 낼 수 있겠다고 여겨집니다.

 

결론적으로 우리 모두 마음의 밭갈이 과정을 받아들이고, 좋은 땅이 되어, 말씀을 듣고 깨달아 풍성한 열매를 맺도록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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