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그분의 자비는 대대로(루카 1,50) (2023년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 미사 강론) |
2023/07/25 17:25 |
2023년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 미사
2023년 7월 23일, 고령본당
찬미예수님, 고령본당 교우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은 연중 제16주일이며,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2021년 제정한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입니다. 이날은 감염병 유행으로 고독, 외로움과 죽음의 고통을 겪는 노인을 위로하고, 노인들의 가정과 사회에서의 신앙전수 및 중요한 역할 수행을 되새기고자, 성 요아킴과 성 안나 축일인 7월 26일과 가까운 7월 4째 주일에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 마태오 복음은 밀과 가라지의 비유를 들려줍니다. 뒷부분의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비유설명을 보면, 좋은 씨를 뿌리는 이는 사람의 아들이고, 밭은 세상이며, 좋은 씨는 하늘나라의 자녀이고, 가라지는 악한 자의 자녀이며, 가라지를 뿌린 원수는 악마이고, 수확 때는 세상종말이며, 일꾼들은 천사라고 설명하시면서, 세상종말 때까지 밀 가운데 뿌려진 가리지를 그냥 두겠지만, 수확 때 먼저 가라지를 거두어 단으로 묶어 태워버리듯이, 남을 죄짓게 하는 이들과 불의를 저지르는 자들은 거두어져 불구덩이에 던져질 것이고, 의인은 아버지의 나라에서 해처럼 빛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밀밭에 가라지를 그냥 두는 것은, 처음에는 키 차이가 나지 않아 가라지를 뽑으려다 밀까지 뽑지 않게 하려는 것이겠습니다. 다 자라면 가라지가 밀보다 키도 크고 색깔도 구별이 되기 때문에 나중에 쉽게 처리하도록 그냥 두라고 하셨을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1차 조부모와 노인의 날 담화에서, ‘내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는 예수님 승천 때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을 주제로 하여, 하느님께서는 요아킴에게 천사를 보내듯이, 오늘날 힘들고 외로운 이들 특히 외로운 노인들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꼭 천사를 보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2차 조부모와 노인의 날 담화에서는, ‘늙어서도 열매 맺으리라’(시편 92,15)를 주제로, 노인은 전쟁에서 세상을 해방시키는 온유한 사랑의 혁명을 일으킨다고 하며, 노인들이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혁명의 주인공이 되어 전쟁과 감염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하여 기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올해 제2차 조부모와 노인의 날 담화에서는, ‘그분의 자비는 대대로’(루카 1,50)라는, 엘리사벳이 태중의 예수님과 함께 방문한 성모님께 드린 말씀을 주제로, 조부모와 노인들이 마리아처럼 서둘러 길을 떠나 자신들을 방문하는 청년들을 동행하고, 그들의 여정을 위해 기도하도록 요청하셨습니다.
그동안 교황님의 담화를 요약정리하면, 노인들은 결코 외롭지 않도록 천사들의 방문을 받듯이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것이며, 노인들은 세계평화와 고통 받는 이들 뿐 아니라 청년들과 미래의 주인공들을 위해서 기도하며 그들에게 힘이 되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올해 대구대교구는 친교의 해를 지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하느님과 친교, 이웃과 친교, 피조물과 친교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노인뿐 아니라 누구라도 외로움과 고통을 겪도록 내버려두지 않으시며 수호천사를 보내주십니다. 구약의 파스카 때 어린양의 피를 문설주와 상인방에 발랐던 이스라엘 집은 죽음의 심판이 ‘거르고 지나갔던’(이 말이 파스카) 것처럼. 신약의 하느님의 백성은 성령의 도유로 인호가 새겨졌고, 예수님의 말씀과 몸과 피를 받아 모시며, 하느님을 감히 아버지라 부르는 세례를 받았기에, 수호천사들의 보호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 자녀는 남을 죄짓게 하거나 불의를 저질러 불구덩이에 던져지지 않도록 하고, 혹시라도 죄를 짓게 되면, 오늘 화답송 셋째 구절 ‘주님, 당신은 자비롭고 너그러우신 하느님, 분노에는 더디시나 자애와 진실이 넘치시나이다. 저를 돌아보시어 자비를 베푸소서.’하고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주님의 기도에서 ‘저희에게 잘못한 이들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하고 기도하였듯이, 잘못한 이웃에게는 용서를 전하고, 내가 잘못한 경우에는 용서를 청하면 좋겠습니다. 용서하기가 어렵다는 분들을 위하여 오늘 제2독서 로마서를 적용하여 ‘성령께서는 나약한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성령께서 몸소 말로 다 할 수 없이 탄식하시며 우리를 대신하여 용서해 주십니다.’라고 말씀드립니다. ‘나는 절대 용서 못해’라는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하느님께서 용서하신다면 그 정도는 괜찮다.’ 라고 하는 것도 이웃과의 친교를 실천하는 방법이 되겠습니다.
친교의 해에,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지내며, 우리 모두 하느님과 친교로 외로움과 고독을 극복하고, 이웃과의 친교로 서로 용서하고 서로 격려하고 서로 기도하는 우리들이 되면 좋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