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하느님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기 전에 할 일 (25년차 교구 사제연수 파견미사 강론) |
2023/08/31 9:33 |
25년차 교구 사제연수 파견미사
2023년 8월 25일 엠마오 연수원(제주)
찬미예수님, 25,26년차 신부님들의 연수를 마치고 파견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8월 16일부터 8월 25일까지 편안하게 연수할 수 있도록 준비해주신 교구 성직자국장 서보효 신부님과 사목국차장 석상희 신부님, 제주 엠마오연수원 원장 김석태 신부님(대전), 그리고 수녀님들, 강사로 수고해주신 송영민, 송동림(제주), 허진혁, 소형섭 신부님, 그리고 매일 미사와 기도를 진행하고 일정에 함께 하신 신부님들께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담아 박수를 드립니다.
오늘 복음에서 가장 큰 계명이고 온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 담겨 있는 것은, ‘첫째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고, 둘째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것이라고 전합니다. 그런데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실천보다 전에 해야 하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홍수를 당한 이의 우화>를 들려 준 기억이 납니다.
우화는 이런 내용입니다. <홍수가 나서 어떤 열심한 신자가 지붕 위로 피신하였는데요. ‘하느님 저를 구해 주십시오.’하고 기도했습니다. 그때 큰 통나무가 와서 그 옆에 턱하고 붙어있었는데, 그 신자는 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또 ‘하느님 저를 구해 주십시오.’ 하고 기도했는데. 이번에는 마을사람이 노를 저어 배를 가까이 대며 ‘건너오라.’고 했는데 ‘하느님께서 저를 구해 주실 것이다.’고 거절하였고. 세 번째로 긴급구조 모터보트가 와서 ‘빨리 타라.’고 했는데 역시 거절하였고. 결국 하늘나라에 갔습니다, 그는 하느님을 만나 따져 물었습니다. ‘왜 저를 구해 주지 않으셨냐?’고. 하느님께서는 ‘세 번씩이나 구해줄려고 기회를 줬는데 다 거절 하지 않았느냐?’하고 말씀하셨다 합니다.
오늘 복음으로 돌아가서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계명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그 실천에 앞서서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바로 하느님께서 나를 구원하실 수 있도록 그런 기회가 주어졌을 때 내 마음에 문을 열어드리고 그분을 나의 구원자, 나의 구세주, 나의 주님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당신 외아드님조차 아끼지 않고 우리를 사랑하셨고, 우리가 모태에서 지어지기 전부터 우리를 사랑하셨으며, 또 우리가 당신을 사랑하기 전부터 먼저 그분이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예레미아 예언자를 통해 말씀하시기를, 그 사랑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하셨습니다, 그러니 먼저 그 사랑을 받아들이는 것, 곧 새로 태어나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입니다.
자신이 받은 하느님의 큰 사랑을 느끼는 하느님 자녀는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 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제들은 더 나아가 제사장으로서 하느님과 인간을 이어 주는 은총의 통로가 되어 줘야 하고(사제직), 왕이신 그리스도를 닮아 신자들을 섬겨야 하며(왕직), 하늘나라를 선포하신 착한 목자 예수님을 닮아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해야 합니다(예언직).
이번 연수중에, ‘생태환경, 중년기, AI시대, 젊은이와 소통’에 관하여 강의를 듣고, 우리의 시선의 폭이 많이 넓어졌다고 생각합니다. 홍수가 나면 하느님의 기회를 느끼고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듯이, 노크소리를 들으면 문을 열어 드리고 예수님을 모셔 들여야 하듯이, 이번 연수는 우리에게, 다가오는 여러 가지 사건과 상황이란, 그저 불편하고 어색하게 넘길 것이 아니라, 어쩌면 나를 열고 새롭게 움직이도록 촉구하는 출발점임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앞으로도 모든 신부님들 수녀님들 날마다 말씀과 성체와 성령으로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느님의 현존 속에서 지상 여정에 순례 길을 잘 걸어가시면 좋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형제들이 함께 모여 서로 돕고 격려하는 모습을 무척 기뻐하실 것입니다. 다음 번 공식 사제 연수는 <원로 사제 준비 연수>일 텐데요. 계속해서 영육간에 건강 잘 챙기시면 좋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