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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앙의 해 개막미사 강론
   2012/11/29  17:19

신앙의 해 개막미사

2012. 10 11(목) 11:00 주교좌 계산성당

 

 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하께서 작년 10월 11일에 발표하신 자의 교서 『믿음의 문』(Porta Fidei)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믿음의 문’(사도 14,27)은 언제나 우리에게 열려 있습니다. 이 문을 통하여 우리는 하느님과 친교를 이루는 삶으로, 하느님의 교회로 들어갑니다. 하느님 말씀이 선포되고, 변화시키는 은총으로 마음이 움직일 때, 이 문턱을 넘어설 수 있습니다. 이 문에 들어선다는 것은 평생 동안 이어지는 여정을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교황님께서 자의교서 ‘믿음의 문’을 통하여 오늘부터 일 년 동안을 ‘신앙의 해’로 선포하셨습니다. 이 ‘신앙의 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50주년이자 『가톨릭 교회 교리서』 반포 20주년이 되는 날인 2012년 10월 11일 즉 오늘 시작하여 내년 11월 24일 ‘그리스도왕 대축일’에 끝날 것입니다.
 
 교황 성하께서 ‘신앙의 해’를 선포하신 목적은, 당신께서 교황직을 시작하신 이래 마음에 줄곧 간직하고 계셨던 주제인 “예수 그리스도와의 만남과 그분에 대한 신앙의 아름다움”에 교회의 관심을 모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찍이 물과 성령으로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가 신앙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하느님과 친교를 나누는 기쁨이 우리 신앙인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께서 코린토 1서 13장에서 ‘산을 옮길 만한 믿음을 가졌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며,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언제까지나 남아 있을 것이지만 이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사랑’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믿음이 있다는 전제 하에서 하는 말씀인 것입니다.
 그리고 야고보 사도께서도 ‘행동이 없는 즉, 사랑 실천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고 하셨지만 이 또한 믿음을 전제하고 하시는 말씀인 것입니다. 믿음이 없는 신자는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를 우리는 대신덕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갈 수 있는 세 가지 덕입니다. 어느 하나도 없어서는 아니 되겠지만 믿음 없이는 소망도 사랑도 없는 것입니다.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천국을 소망하고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모든 것은 믿음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믿음으로, 성모님께서는 천사의 말을 받아들여 겸손하게 순명하시면서 당신이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시리라는 예고를 믿으셨습니다(루카 1,38 참조).
 믿음으로, 사도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그들의 스승을 따랐습니다(마르 10,28 참조).
 믿음으로, 제자들은 첫 공동체를 이루어 사도들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모여 기도하고 성찬례를 거행하고 가진 것을 공유하고 필요한 형제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사도 2,42-47 참조).
 믿음으로, 순교자들은 복음의 진리를 증언하며 자신의 목숨을 바쳤습니다. 복음은 그들을 바꾸어 놓아 가장 위대한 사랑의 은총을 받을 수 있게 하였습니다.
 믿음으로, 복음적인 단순함 속에 순명과 청빈과 정결의 삶을 살고자 모든 것을 뒤로 하고 그리스도에게 자신의 삶을 봉헌한 이들이 있습니다.
 믿음으로, 생명의 책에 이름이 기록된(묵시 7,9; 13,8 참조) 모든 세대의 사람들이 주 예수님을 따르는 아름다움을 고백해왔습니다.
 믿음으로, 우리 또한 우리의 삶과 역사 안에 현존하시는 주 예수님을 생생하게 인식하며 살아갑니다.”(믿음의 문 13항 발췌)
 
 그러나 오늘날 교회는 신앙이 직면한 문제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친히 하셨던 질문, 즉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 이 세상에서 믿음을 찾아볼 수 있겠느냐?”(루카 18,8)라는 질문에 답을 드려야 하는 처지에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21세기에 살면서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와 쾌락주의가 팽배한 가운데 종교냉소주의와 무신론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신앙의 위기와 격랑의 시기에 믿음에 대한 더욱 깊은 성찰과 신념과 희망과 새로운 확신으로 가득 찬 신앙고백이 절실한 때임을 성령께서는 교황님으로 하여금 ‘신앙의 해’를 선포하게 하심으로써 우리들에게 뚜렷하게 보여주시는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마태 16,13-18)에서 예수님께서는 카이사리아 필리피 지방에 다다르시자 제자들에게,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고들 하느냐?” 하고 물으십니다. 카이사리아 필리피 지방은 이스라엘의 최북단에 있는 지방으로서 여러 잡신을 믿는 지역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도 여러 종교가 존재하고, 하느님 말고 다른 신을 믿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무 신도 믿지 않는 그런 시대에 살면서 올바른 신앙을 고백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인 것입니다.
 예수님의 질문에 제자들이 “세례자 요한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엘리야라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예레미야나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고 합니다.” 하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다시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물으십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은 그렇고 ‘너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바로 나 자신의 생각, 나 자신의 믿음이 중요한 것입니다.
 시몬 베드로가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하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시몬 바르요나야, 너는 행복하다!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것을 너에게 알려 주셨기 때문이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너는 행복하다.’고 하신 이유는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그것을 알려 주셨기 때문이며,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굳게 믿었기 때문인 것입니다.
 예수님을 잉태한 마리아의 방문을 받았을 때 엘리사벳은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께서 약속하신 말씀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으셨으니 정녕 복되십니다.”(루카 1,45)
 여러분들도 좋은 믿음을 가짐으로써 복된 사람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제1독서는 신명기의 아주 중요한 내용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오늘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이 말을 마음에 새겨 두어라. 너희는 집에 앉아 있을 때나 길을 갈 때나, 누워 있을 때나 일어나 있을 때나, 이 말을 너희 자녀에게 거듭 들려주고 일러 주어라.”(6,4-7)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이것은 이스라엘 백성의 전통 신앙고백의 첫 문장입니다. 흔히 첫 글자를 따서 ‘셔마’라고도 하는데 ‘들어라’는 말입니다.
 “들어라! 이스라엘아.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예수님께서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에다 하나를 더 붙여서 말씀하셨습니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님이신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여라.”(마르 12,30) 이것은 자신의 온 존재를 걸고 실천해야 하는 제1계명인 “천주를 만유 위에 공경하라.”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우리는 진정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님이신 하느님을 사랑하는가?’ 그리고 ‘천주를 만유 위에 공경하는가?’ 성찰해 봐야 할 것입니다.
 신명기는 계속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이 말을 마음에 새겨 두어라. 너희는 집에 앉아 있을 때나 길을 갈 때나, 누워 있을 때나 일어나 있을 때나, 이 말을 너희 자녀에게 거듭 들려주고 일러 주어라.”
 오늘날 젊은 세대에게 신앙의 전수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날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제2차 교구 시노드의 주요 안건이 ‘젊은이 복음화’입니다. 우리 다 같이 고민하고 풀어나가야 할 숙제입니다. 교회의 미래가 이들에게 달려있는 것입니다. 지금 로마에서는 제13차 세계 주교대의원회의가 개최되고 있습니다. 이번 주제는 ‘그리스도 신앙의 전수를 위한 새로운 복음화’입니다.
 자녀들의 신앙교육의 일차적인 책임, 가장 중요한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녀들의 신앙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 성찰하여야 할 것입니다. 저는 아버님한테서 이 귀한 신앙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자녀들에게 신앙을 전수해주고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신앙을 증거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부터 제대로 된 신앙을 가져야 합니다. 무늬만 신자가 아니라 뼛속까지 신자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세상을 복음화 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부터 철저히 복음화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신앙의 위기를 극복하고 신앙 전수의 열정을 되찾아 회의적이고 냉소적인 오늘날 이 세상에서 복음의 증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교황님께서 말씀하시는 새로운 복음화인 것입니다.
 
 신앙의 해는 온 세상의 유일한 구세주이신 주님을 향하여 참으로 새롭게 돌아서라는 초대입니다. 그래서 신앙의 해는 온 교회가 특별한 성찰로 신앙을 다시 찾도록 이끄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 신앙의 해로 주님이신 그리스도와 우리가 맺은 관계가 더욱 굳건해지기를 바랍니다.
 “주님,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루카 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