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신나무골성지 후원회원의 날 미사 강론) |
2020/12/07 10:35 |
신나무골성지 후원회원의 날 미사
2020년 12월 5일, 신나무골성지
찬미 예수님. 오늘 대림 제1주간 토요일에 신나무골성지 후원회원의 날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강론을 준비하며, <대동여지도>를 보았더니, 신나무골은 칠곡에 속해 있었습니다. 이 칠곡은 오늘날 칠곡ic 인근으로, 1981년 대구에 편입된 칠곡읍입니다. 신나무골에서 서쪽으로 낙동강을 건너 45리에 성주가 있고, 동쪽으로 25리를 가면 칠곡이 위치합니다. 신나무골은 하빈의 마천산 봉화대와 금천 역참(하빈은 당시 칠곡 소속 아니고 대구 소속) 북편의 하빈천의 상류에 위치하며, 거무산(오늘날 금무산)과 건령산이 연결된 능선 아래로 삐친 산기슭에 위치합니다. 신나무골은 교통이 좋아 서쪽으로 낙동강 건너 성주에 도착하면, 10시 방향 김천으로 가서 추풍령을 넘을 수 있고, 성주에서 11시 방향으로 가면 최양업 신부님이 <열여덟 번째 서한>을 쓰신 안곡 역참을 지나고, 상주, 문경을 지나 문경새재 조령을 넘어 한양으로 갈 수 있습니다. 동쪽으로 25리 거리의 칠곡에 도착하면 다시 남쪽으로 20리 길에 대구가 있습니다. 결국 대구까지는 45리길이므로, 신나무골은 대구와는 하루에 다녀올 거리에 위치합니다.
신자들이 언제부터 신나무골에 살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기록으로는 1837년 김현상 요아킴 가정이 신나무골로 와서 잠시 머물렀다 갔다는 증언이 있으므로 그 이전부터 살았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어쩌면 1815년 을해박해 무렵, 당시 청송, 진보, 영양에서 체포된 신자들이 대구로 압송되자 그 가족들과 일부 신자들이 임진왜란 때의 피난지였던 신나무골로 숨어들지 않았을까 합니다. 어쩌면 1815년 무렵 (복자) 김종한 안드레아의 옥바라지를 위해 그 부인과 아들이 들어와 살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1827년 정해박해 후에는 서울, 경기, 충청에서 피난온 신자들이 교우촌을 이루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 후 1866년 병인박해가 일어나자 신나무골 신자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는데, 한티로 피신한 대부분은 한티에서 순교하게 되었습니다.
1836년 말 몰래 입국하여 전국 산속 깊은 외딴 교우촌을 방문하며 사목하였던 샤스탕 신부님은 당연히 이곳 신나무골도 방문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그후 다블뤼 주교님, 최양업 신부님, 리델 신부님이 사목활동을 하셨을 것입니다. 1882년부터 우리나라 남쪽 지방의 선교책임을 맡은 김보록 로베르 신부님은, 1885년말 신나무골에 사제관을 지어 정착합니다. 계산 주교좌 본당이 된 대구본당의 첫 본당터가 된 것입니다. 이후 신나무골은 경상도 선교활동 거점으로,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를 담당하도록 설립된 남방교구의 요람으로, 계속해서 전주본당, 부산본당, 가실본당이 탄생하게 합니다.
현재의 성지모습은 2015년부터 서준홍 마티아 신부님을 중심으로 추진되었습니다. 2016년 신나무골성지개발위원회를 신설했고, 2018년 2월 기공식을 했으며, 그해 8월 신나무골성지는 신동 본당 소속이 아닌 독립성지가 되었습니다. 2019년 4월에 준공검사를 받고, 그해 5월 2일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님께서 이곳 경당을 봉헌하시고 성지를 축복하셨습니다.
저는 최근 <한티가는 길 1코스>를 순례하며 그 옛날 깊은 산골로 신자들을 찾아다니시던 신부님들의 마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묵상해 보았습니다. 복음의 예수님처럼 ‘가엾은 마음’이 드셨을 것 입니다. 박해 때문에 전국으로 뿔뿔이 피난한 신자들, 어찌 가엾지 않겠습니까? 또 신부님이 며칠 계신다 하면, 한 걸음에 달려오는 인근 신자들은, 신부님이 얼마나 반가웠겠습니다. 이렇듯 박해 속에도 신부님과 신자들은, 서로에 대한 걱정과 연민과 사랑으로 기도하고 응원하였던 것입니다. 올해에는, 이 걱정과 연민과 사랑의 마음을, 코로나 19의 엄중한 상황에 맞추어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이 힘드시겠지만, 자신의 보호뿐만 아니라, 이웃에 대한 사랑과 배려의 차원에서 꼭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오늘 함께 하신 교우 여러분들, 아무쪼록 건강하시고, 한해를 건강하게 잘 마무리 하도록 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