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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거룩하신 하느님, 거룩하신 용사님, 거룩하신 불사신 (주님 수난 예식 강론)
   2022/04/19  9:37

주님 수난 예식

 

2022. 4. 15. 성모당

 

주님 수난 성금요일입니다. 오늘 전례는, 길게 읽은 주님의 수난기를 포함하여, 사형선고부터 무덤까지 주님께서 가신 수난의 길을 함께 걸으며 그 뜻을 묵상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중에 히브리서는 ‘대사제이신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아드님이시지만 고난을 겪으심으로써 순종하셨고, 완전하게 되신 후에는 당신께 순종하는 모든 이에게 영원한 구원의 근원이 되셨다,’고, 예수님께서 대사제로서 십자가에서 스스로를 희생 제물로 바치셨음을 말합니다.

 

<십자가 경배>때 바치는 <비탄의 노래> 후렴 “내 백성아 내가 너희에게 무엇을 하였더냐? 무엇으로 너희를 괴롭게 하였더냐? 대답하여라.”를 보면, 병자를 치유하고, 빵을 많게 하고, 사랑하셨는데도, 그 사랑에 배신당하고 십자가형을 받으신 예수님의 분통함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1독서 이사야서의 ‘그가 찔린 것은 우리의 악행 때문이고 그가 으스러진 것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다.’는 말씀에 비추어 보면, 예수님의 이 십자가는 나의 죄 때문에, 또 죄를 용서해 주시고, 구원해 주시려는 때문이었고, 오히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에 대한 순명과 인간에 대한 자비심’으로 “죽기까지 순명하셨구나.”(복음환호송)하고 느끼게 됩니다. 그러니 그 큰 사랑에 더욱 감사하고 송구한 마음입니다.

 

<비탄의 노래>의 ‘거룩하신 하느님, 거룩하신 용사님, 거룩하신 불사신,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구절은, 묵주를 이용해서 바치는 <하느님 자비를 구하는 기도>에도 인용되어 있습니다. 예전에 ‘거룩하신 하느님,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분이시여, 저희와 온 세상에 자비를 베푸소서.’라고 기도하였지만, 교회 초기에서 유래하고, 라틴어로 전례어가 바뀌었어도 그대로 그리스어로 남아있는, 성금요일 비탄의 노래가 그 출처임을 확인하고, 2022년 올해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서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자주 기도하시던 분은 입에 붙어서 바꾸시기 힘들겠지만, 성금요일 전례와 자비심의 기도가 같은 뿌리에서, 곧 한 분이신 십자가 예수님께로부터 전례도 신심기도도 흘러나왔기에, 같은 호칭을 사용한다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더욱이 ‘거룩하신 불사신’이란 호칭은, 우리를 위하여 목숨 바친 예수님께서 ‘죽음으로 끝이 아니라 부활하신다,’라는 믿음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활 제2주일은 <하느님 자비 주일>로 정해져 있어서, 성금요일 십자가에 드러난 하느님의 자비와, 부활하시고 발현하신 예수님에게서 흘러내리는 자비가 똑같은 것임이 드러납니다.

 

네. 이제 우리도 예수님의 제자로서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라 가야 할 것이며, 그분의 십자가의 능력으로 죽음을 뚫고 부활에 이르러야 할 것입니다. 십자가를 통하여 죄를 용서받고 주님의 자비를 깊이 체험한 우리는, 예수님과 함께 부활하여, 예수님의 사랑과 자비를 이웃에게 전할 수 있도록, 일 년 중 가장 은혜로운 시기인 바로 이 ‘파스카 성삼일’을 더욱 거룩하게 지내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아직 코로나 시기이라서 성모당 바깥에서 <수난 예식>을 거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주님의 십자가 곁에 계신 ‘고통을 겪으시는 성모님’이 더욱 뚜렷하게 보입니다. 그렇지요? 네. 예수님은 고통을 겪는 이들을 당신과 동일시하시기에, 또한 성모님께서도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러 가지로 고통을 겪는 이들의 곁을 지키고 애통해 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 모든 이들을 위하여 예수님의 자비와 위로를 청하며, 성모님의 전구를 청하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예수님의 수난을 보시고 저희와 온 세상에 자비를 베푸소서.”하고 기도하고, “거룩하신 하느님, 거룩하신 용사님, 거룩하신 불사신, 저희와 온 세상에 자비를 베푸소서.”라고 기도하며, 또 성모님께도 “평화의 모후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하고, 열심히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