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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불로성당 사순 제2주일 미사 강론)
   2024/02/26  15:21

불로성당 사순 제2주일 미사

 

2024년 2월 25일(사순 제2주일)

 

찬미 예수님. 사순 제2주일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 우리 모두 '하느님께서 우리를 많이 사랑하고 계시다.'는 것을 잘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복음은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를 전하고 있습니다.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을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신 예수님은, 거룩하게 모습이 변하셨고 옷도 새하얗게 빛났습니다. 이때 엘리야와 모세가 나타나 예수님과 대화하였고, 모두 겁에 질렸으며, 베드로는 무슨 말을 할지를 몰라 ‘초막 셋을 지어 스승님께 모세에게 엘리아에게 하나씩 드리겠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런데 구름이 그들을 덮더니 음성이 들려옵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합니다. 네, 이와 비슷한 장면이 예수님의 세례 때에 있었습니다. 그때에는 성령이 비둘기 모양으로 내려오시고, 하늘에서 음성이 들려와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하였습니다. 성자는 세례를 받으시고 성령은 비둘기 모양으로 내려오시고, 성부의 음성이 들려와서, 삼위일체 하느님이 드러났습니다.

 

다만 오늘 복음의 거룩한 변모에서는 성부의 음성, 성자의 변모하심과 함께 성령이 구름으로 표현되어(예로니모 성인의 마르코복음 강해 참조) 삼위일체 하느님을 드러내면서도, 음성의 내용이 조금 다릅니다. 세례 때 성부의 음성은 '당신의 사랑하는 아들, 당신 마음에 드는 아들'이라고 성자의 정체성과 성자와 성부와의 관계를 드러냈다면, 거룩한 변모 때의 음성은, 덧붙여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하심으로써, 성자와 제자들의 관계가 바로 예수님의 말씀에 순명하는 제자여야 한다고 가르치십니다.

 

여기에서 예수님과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을 듣고 순명하는 우리 사이의 관계는, 사실 성부와 성자의 관계와 똑같은 사랑의 관계입니다. 왜냐면 성부께서 '성자를 사랑하고 당신 마음에 든다.'고 하신 이유도 성자께서 성부의 말씀을 귀담아듣고 순명하셨기 때문입니다.

 

성부께서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하신 뜻은 우리가 예수님 말씀을 잘 듣고 순명하라는 것이며, 또한, 예수님 말씀을 잘 들어서 사랑받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며, 사랑의 관계는 순명을 통하여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사랑하시고, 아버지와 나는 그에게로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하신 요한 복음의 말씀(요한 14.23 참조)도 우연이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말씀에 순명하고 삶으로 실천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의 제1독서 아브라함과 이사악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처음에는,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이사악을 번제물로 바치라는, 어쩌면 끔찍한 요구를하셨구나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아브라함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 여겨집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순명하였습니다. 그 결과 하느님은 이사악을 구해 주셨을 뿐 아니라 '그의 후손이 하늘의 별처럼 또 바다의 모래처럼 번성케 해 주시고, 원수들의 성읍도 차지하게 될 것이며, 모든 민족이 그의 후손을 통해 복을 받을 것'이라고 약속해 주셨습니다.

 

우리도 살다 보면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하느님의 뜻을, 오로지 하느님께 대한 순명으로 따라야 하는 경우가 없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생각은 우리의 생각과 완전히 다르고, 그분은 더 깊이 더 넓게 보시며, 우리를 가장 좋은 길로 이끄심을 믿고 따라가는 순명의 마음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이런 순명이 있었기에 예수님께서도 게세마니 동산에서 “아버지 이 잔을 제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십시오.”하시며 인류 구원을 위한 십자가의 희생 제사를 기꺼이 받아들이셨고, 당신의 목숨 바친 사랑을 우리에게 드러내 보여 주셨습니다.

 

친애하는 교우 여러분,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를 통하여, 십자가에 뒤따르는 부활의 영광을 미리 보여 주시고,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하시며, 우리에게 순명을 요청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말씀이신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충실하여, 각자에게 주어지는 십자가를 잘 받아들이고, 각자의 십자가의 길을 따라가는 이번 사순 시기의 충실한 여정을 통하여, 부활을 잘 맞이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누구든지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고 말씀하셨기에, 특별히 이 말씀을 순명으로 따라가도록 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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