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 연중 제3주간 월요일
복음
<사탄은 끝장이 난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3,22-30
그때에 22 예루살렘에서 내려온 율법 학자들이,
“예수는 베엘제불이 들렸다.”고도 하고,
“예수는 마귀 우두머리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고도 하였다.
23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부르셔서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어떻게 사탄이 사탄을 쫓아낼 수 있느냐?
24 한 나라가 갈라서면 그 나라는 버티어 내지 못한다.
25 한 집안이 갈라서면 그 집안은 버티어 내지 못할 것이다.
26 사탄도 자신을 거슬러 일어나 갈라서면 버티어 내지 못하고 끝장이 난다.
27 먼저 힘센 자를 묶어 놓지 않고서는,
아무도 그 힘센 자의 집에 들어가 재물을 털 수 없다.
묶어 놓은 뒤에야 그 집을 털 수 있다.
28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사람들이 짓는 모든 죄와 그들이 신성을 모독하는 어떠한 말도 용서받을 것이다.
29 그러나 성령을 모독하는 자는 영원히 용서를 받지 못하고
영원한 죄에 매이게 된다.”
30 이 말씀을 하신 것은 사람들이
“예수는 더러운 영이 들렸다.”고 말하였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하물며 사탄의 세력도 갈라서면 버티지 못하고 끝장이 난다. 사람의 공동체는 어떻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 분열시키고 가르는 일에 분주한 듯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가운데 많은 일들이 선과 정의의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당장 오늘 복음만 보아도 그렇지 않은가. 마귀 우두머리인 베엘제불과 결탁한 이를 몰아내야 한다는 핑계로, 예수님께서 이루신 일들까지도 의심받고 있다. 하느님 나라가 가져올 기쁜 소식의 모습들이 마귀의 농간이라는 모함을 받는다. 이것만큼 사탄이 바라는 것이 또 있을까.
우리의 모습은 어떤지 신중히 살펴야 하겠다. 예수님께서 베엘제불과 결탁했다고 모함하던 이들처럼, 낯설고 불편한 이를 악마라고 규정짓지는 않는가. 내 신앙과 신심을 잣대 삼아, 누군가를 쉽게 평가하고 있진 않은가. 이미 오늘 복음에 나온 등장 인물들이 우리의 반면교사가 되어 주었다. 나는 정의롭고 옳다고 생각하여 행한 그 일이, 반대로 우리 가운데 마귀가 발붙일 기회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우리가 주님의 편으로, 성령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고발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해 보려 하는 분주한 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