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부활 제2주간 월요일
복음
<누구든지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3,1-8
1 바리사이 가운데 니코데모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유다인들의 최고 의회 의원이었다.
2 그 사람이 밤에 예수님께 와서 말하였다.
“스승님, 저희는 스승님이 하느님에게서 오신 스승이심을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지 않으면,
당신께서 일으키시는 그러한 표징들을 아무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3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위로부터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의 나라를 볼 수 없다.”
4 니코데모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이미 늙은 사람이 어떻게 또 태어날 수 있겠습니까?
어머니 배 속에 다시 들어갔다가 태어날 수야 없지 않습니까?”
5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
6 육에서 태어난 것은 육이고 영에서 태어난 것은 영이다.
7 ‘너희는 위로부터 태어나야 한다.’고 내가 말하였다고 놀라지 마라.
8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분다.
너는 그 소리를 들어도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영에서 태어난 이도 다 이와 같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바람의 자유로움을 사람이 이해할 수 있을까. 땅에 발 디디고 살아가는 사람이, 부는 대로 가는 바람의 궤적을 이해할 수 있을까. 쉬운 일은 분명히 아닐 테다. 사람이 위로부터 태어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모든 이에게는 자기 생각과 삶, 자신만의 계획이 있기 마련이고, 이를 내려놓기는 참으로 어려울 터다. 니코데모가 ‘위로부터 태어나야 한다.’는 주님의 말씀을 듣고 ‘어머니 배 속에 다시 들어간다.’라는 동문서답을 한 것 또한 이전의 관념을 내려놓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 글을 쓰는 나에게도 차마 떼어 낼 수 없고, 계속 발붙이고 싶은 고집이 있다. 그런 점에서 니코데모를 마냥 비웃을 수는 없겠다. 그럼에도 십자가를 생각하며 작은 한걸음을 떼어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만큼이나 내가 놓기 어려워하는 것들을 떼어 내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이미 부활의 시작이 아닐까. 이 부활 시기, 우리 모두 성령의 바람 안에서 조금씩 더 자유롭고, 또 서로를 향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