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부활 제2주간 수요일
복음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3,16-21
16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17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18 아들을 믿는 사람은 심판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믿지 않는 자는 이미 심판을 받았다.
하느님의 외아들의 이름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19 그 심판은 이러하다.
빛이 이 세상에 왔지만, 사람들은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하였다.
그들이 하는 일이 악하였기 때문이다.
20 악을 저지르는 자는 누구나 빛을 미워하고 빛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자기가 한 일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21 그러나 진리를 실천하는 이는 빛으로 나아간다.
자기가 한 일이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졌음을 드러내려는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요한 3,16) 오늘 복음의 첫 구절이다. ‘너무나’로 번역된 그리스어 ‘후토스’는 단순한 강조의 의미가 아니다. ‘이러한 방식으로’라는 뜻이다. ‘이러한 방식’이라는 어떤 방식 말인가? 문맥상 오늘 복음의 앞 대목(13-15절)이 지시하는 십자가를 통한 구원의 방식이다.
사람들은 타인을 향한 호의적인 감정을 사랑이라고 흔히 말한다. 자신의 욕망이 커지는 것을 사랑이 커지는 것이라 착각한다. 하느님이 세상을 사랑하는 방식은 이와는 다르다. 하느님의 사랑은 높은 곳을 떠나 낮은 곳으로 오시는 사랑이며, 남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죽이는 사랑이다. 십자가에 처참히 들어 올려지는 것을 영광이라고 말하는 사랑이다. 이렇게 세상의 가치를 뒤집는 방식으로,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셨다. 이 사랑 앞에 우리도 답해야 한다. 우리도 ‘이러한 방식’으로 사랑할 수 있는지, 자신을 버리고 남을 살리는 사랑을 할 수 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