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부활 제2주간 목요일
복음
<아버지께서는 아드님을 사랑하시고 모든 것을 그분 손에 내주셨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3,31-36
31 위에서 오시는 분은 모든 것 위에 계신다.
땅에서 난 사람은 땅에 속하고 땅에 속한 것을 말하는데,
하늘에서 오시는 분은 모든 것 위에 계신다.
32 그분께서는 친히 보고 들으신 것을 증언하신다.
그러나 아무도 그분의 증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33 그분의 증언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하느님께서 참되심을 확증한 것이다.
34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께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하신다.
하느님께서 한량없이 성령을 주시기 때문이다.
35 아버지께서는 아드님을 사랑하시고 모든 것을 그분 손에 내주셨다.
36 아드님을 믿는 이는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
그러나 아드님께 순종하지 않는 자는 생명을 보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진노가 그 사람 위에 머무르게 된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요한복음의 예수님은 이 세상에 육화하신 하느님이십니다. ‘위에서’ 오신 분은 ‘아래에서’ 함께 살아가시는 분이시기도 합니다. ‘위에서’라는 말마디는 그리스말 ‘아노텐’이란 부사를 번역한 것인데, ‘새롭게’라는 뜻을 지니기도 합니다. ‘위에서’를 지상과 상관없는 천상의 순수함과 거룩함으로 생각하거나, 감히 다다를 수 없는 초월적인 것으로만 여겨서는 안됩니다. 요한복음의 고귀한 가치는 하느님이 인간이 되셨다는 것이고 인간 삶 한가운데서 하느님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있습니다.
유다인들이 예수님을 거부하고 죽인 이유는 세상과 사물을 새롭게 보려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탓이겠지요. 새 하늘 새 땅의 하느님은 특정 종교의 교리나 세상의 오래된 이념과 상식 안에서만 사유되고 체험되는 분이 아니십니다. 언제 오실지 몰라 늘 깨어 기다려야 하는 하느님은 인간의 삶 한가운데서 인간이 늘 새롭게 생각하고 상상하기를 바라실지 모를 일입니다. 너무 늦지 않게 우리 머리가, 우리 손이 꼭 쥐고 버티는 것들을 내려놓아야겠지요. 비워진 공간에 하느님은 채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