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성 필립보 네리 사제 기념일
필립보 네리 성인은 1515년 이탈리아의 중부 도시 피렌체에서 태어났다. 그는 한때 사업가의 꿈도 가졌으나 수도 생활을 바라며 로마에서 살았다. 그곳에서 젊은이들을 위한 활동을 많이 펼친 필립보 네리는 서른여섯 살에 사제가 되어 영성 지도와 고해 신부로 활동하면서 많은 이에게 존경을 받았다. 동료 사제들과 함께 오라토리오 수도회를 설립한 그는 1595년 선종하였고, 1622년 시성되었다.
입당송
로마 5,5; 8,11 참조
우리 안에 사시는 성령이 하느님의 사랑을 우리 마음에 부어 주셨네. 알렐루야.
본기도
하느님, 하느님께 충실한 종들을 성덕의 영광으로 끊임없이 들어 높이시니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복된 필립보의 마음을 신비롭게 채우신 그 성령의 불꽃으로 저희 마음도 불타오르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주님께서는 바오로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이도록 그의 마음을 열어 주셨다.>
▥ 사도행전의 말씀입니다.16,11-15
11 우리는 배를 타고 트로아스를 떠나 사모트라케로 직행하여
이튿날 네아폴리스로 갔다.
12 거기에서 또 필리피로 갔는데,
그곳은 마케도니아 지역에서 첫째가는 도시로 로마 식민시였다.
우리는 그 도시에서 며칠을 보냈는데,
13 안식일에는 유다인들의 기도처가 있다고 생각되는 성문 밖 강가로 나갔다.
그리고 거기에 앉아 그곳에 모여 있는 여자들에게 말씀을 전하였다.
14 티아티라 시 출신의 자색 옷감 장수로
이미 하느님을 섬기는 이였던 리디아라는 여자도 듣고 있었는데,
바오로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이도록 하느님께서 그의 마음을 열어 주셨다.
15 리디아는 온 집안과 함께 세례를 받고 나서,
“저를 주님의 신자로 여기시면
저의 집에 오셔서 지내십시오.” 하고 청하며 우리에게 강권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149,1ㄴㄷ-2.3-4.5-6ㄱ과 9ㄴ(◎ 4ㄱ)
◎ 주님은 당신 백성을 좋아하신다.
또는
◎ 알렐루야.
○ 주님께 노래하여라, 새로운 노래. 충실한 이들의 모임에서 찬양 노래 불러라. 이스라엘은 자기를 지으신 분을 모시고 기뻐하고, 시온의 아들들은 임금님을 모시고 즐거워하여라. ◎
○ 춤추며 그분 이름을 찬양하고, 손북 치고 비파 타며 찬미 노래 드려라. 주님은 당신 백성을 좋아하시고, 가난한 이들을 구원하여 높이신다. ◎
○ 충실한 이들은 영광 속에 기뻐 뛰며, 그 자리에서 환호하여라. 그들은 목청껏 하느님을 찬송하리라. 그분께 충실한 모든 이에게 영광이어라. ◎
복음 환호송
요한 15,26.27 참조
◎ 알렐루야.
○ 주님이 말씀하신다. 진리의 영이 나를 증언하시고 너희도 나를 증언하리라.
◎ 알렐루야.
복음
<진리의 영이 나를 증언하실 것이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5,26─16,4ㄱ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6 “내가 아버지에게서 너희에게로 보낼 보호자,
곧 아버지에게서 나오시는 진리의 영이 오시면,
그분께서 나를 증언하실 것이다.
27 그리고 너희도 처음부터 나와 함께 있었으므로 나를 증언할 것이다.
16,1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너희가 떨어져 나가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2 사람들이 너희를 회당에서 내쫓을 것이다.
게다가 너희를 죽이는 자마다 하느님께 봉사한다고 생각할 때가 온다.
3 그들은 아버지도 나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러한 짓을 할 것이다.
4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그들의 때가 오면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을 기억하게 하려는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또는, 기념일 독서(필리 4,4-9)와 복음(요한 17,20-26)을 봉독할 수 있다.>
복음 묵상
‘사이다 전개’라고 하던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인공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모든 비판과 도전을 극복하고, 당당하게 승리하는 그림 말이다. 마치 사이다를 마신 것처럼 모든 답답함이 뻥 뚫리는 듯한 그런 모습을 바라보면서, 우리도 얼마간 통쾌함을 느끼며 기뻐하곤 한다.
우리 그리스도인의 증언도 이런 ‘사이다 전개’면 얼마나 좋으랴. 멋들어지게 열변을 토하는 신앙인의 모습, 그의 정교한 증언과 논리에 어찌할 줄 모르는 상대방, 마침내는 ‘저희가 잘 몰랐습니다. 당신이 옳습니다.’라며 패배 선언을 듣게 되는 모습까지…. 하지만 우리가 하는 증언은 그런 식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주님께서도 말씀하시지 않는가. 증언하되, 그 증언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박해받게 되리라고 말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증언은 가슴 답답한 ‘고구마 전개’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그 답답함이 우리를 한없이 주님과 가까운 곳으로 이끌 수 있음을 생각한다. 몇 마디 말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마땅히 준비되어야 할 것은 우리 삶이다. 소심하고 부족할지언정 행동과 실천이 따른다면, 그만큼 우리 증언은 힘을 얻을 것이다. 기억하자. 우리가 선포하는 예수 그리스도는 ‘진리가 무엇이냐?’라는 빌라도의 질문에, 화려한 언변이 아니라 앞으로 보여 줄 수난과 용서를 통해 답하셨다. 우리의 증언도 그런 것이기를 희망할 따름이다.
예물 기도
주님, 찬미의 제사를 주님께 봉헌하며 간절히 청하오니 저희도 복된 필립보를 본받아 언제나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며 기꺼이 이웃에게 봉사하게 하소서. 우리 주 …….
감사송
<부활 감사송 1 : 파스카의 신비>
주님, 언제나 주님을 찬송함이 마땅하오나 특히 그리스도께서 저희를 위하여 파스카 제물이 되신 이 밤(날, 때)에 더욱 성대하게 찬미함은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의 죄를 없애신 참된 어린양이시니 당신의 죽음으로 저희 죽음을 없애시고 당신의 부활로 저희 생명을 되찾아 주셨나이다.
그러므로 부활의 기쁨에 넘쳐 온 세상이 환호하며 하늘의 온갖 천사들도 주님의 영광을 끝없이 찬미하나이다.
영성체송
요한 15,9 참조
주님이 말씀하신다. 아버지가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으니,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알렐루야.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거룩한 잔치에서 천상 진미로 저희를 기르시니 저희가 복된 필립보를 본받아 참생명을 주는 이 양식을 언제나 갈망하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성령 강림 대축일이 얼마 남지 않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보호자요 진리의 영이 오시리라 알려 주시면서 그때에는 성령과 더불어 제자들도 주님을 증언하게 될 것이라고 하십니다. 이어서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너희가 떨어져 나가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16,1)라고 말씀하십니다. 유다인들이 그리스도인들을 회당에서 쫓아내고, 또 죽이려 할 터인데 그때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흔들리지 않는 신앙으로 증언의 삶을 살라는 것이지요. 며칠 전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15,5)라는 말씀을 들었기에 “떨어져 나가지 않게 하려는” 주님 말씀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오늘 독서에 바오로 사도가 두 번째 전도 여행에서 만난 리디아라는 여인이 등장합니다. 그는 유럽 교회의 첫 번째 신자로서 마케도니아에서 첫째가는 도시인 필리피에서 자색 옷감 장사를 하는 부유한 상인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마음을 열어 주신 그는, 바오로가 전하는 하느님 말씀을 귀 기울여 듣고 온 집안과 함께 세례를 받습니다. 그러고서는 바오로 사도에게 “저를 주님의 신자로 여기시면 저의 집에 오셔서 지내십시오.”(사도 16,15) 하고 청합니다. 이렇게 필리피 교회는 바오로 사도와 특별한 인연으로 맺어집니다. 바오로 사도는 선교 여정에서 다른 이의 도움을 철저히 거절하면서도 필리피 공동체의 도움만은 호의로 받아들입니다. 그들의 진실한 마음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신앙은 확신인 동시에, 자신을 내주는 새로운 삶의 길로 굳건히 한 걸음을 내딛는 일이기도 합니다. 사랑과 봉사의 길에 관대한 마음으로 흔쾌히 응답하는 봉사자들은 우리 교회와 세상에 모두 귀한 보물들입니다.
(김동희 모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