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성 필립보 네리 사제 기념일
복음
<진리의 영이 나를 증언하실 것이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5,26─16,4ㄱ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6 “내가 아버지에게서 너희에게로 보낼 보호자,
곧 아버지에게서 나오시는 진리의 영이 오시면,
그분께서 나를 증언하실 것이다.
27 그리고 너희도 처음부터 나와 함께 있었으므로 나를 증언할 것이다.
16,1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너희가 떨어져 나가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2 사람들이 너희를 회당에서 내쫓을 것이다.
게다가 너희를 죽이는 자마다 하느님께 봉사한다고 생각할 때가 온다.
3 그들은 아버지도 나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러한 짓을 할 것이다.
4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그들의 때가 오면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을 기억하게 하려는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또는, 기념일 독서(필리 4,4-9)와 복음(요한 17,20-26)을 봉독할 수 있다.>
복음 묵상
‘사이다 전개’라고 하던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인공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모든 비판과 도전을 극복하고, 당당하게 승리하는 그림 말이다. 마치 사이다를 마신 것처럼 모든 답답함이 뻥 뚫리는 듯한 그런 모습을 바라보면서, 우리도 얼마간 통쾌함을 느끼며 기뻐하곤 한다.
우리 그리스도인의 증언도 이런 ‘사이다 전개’면 얼마나 좋으랴. 멋들어지게 열변을 토하는 신앙인의 모습, 그의 정교한 증언과 논리에 어찌할 줄 모르는 상대방, 마침내는 ‘저희가 잘 몰랐습니다. 당신이 옳습니다.’라며 패배 선언을 듣게 되는 모습까지…. 하지만 우리가 하는 증언은 그런 식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주님께서도 말씀하시지 않는가. 증언하되, 그 증언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박해받게 되리라고 말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증언은 가슴 답답한 ‘고구마 전개’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그 답답함이 우리를 한없이 주님과 가까운 곳으로 이끌 수 있음을 생각한다. 몇 마디 말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마땅히 준비되어야 할 것은 우리 삶이다. 소심하고 부족할지언정 행동과 실천이 따른다면, 그만큼 우리 증언은 힘을 얻을 것이다. 기억하자. 우리가 선포하는 예수 그리스도는 ‘진리가 무엇이냐?’라는 빌라도의 질문에, 화려한 언변이 아니라 앞으로 보여 줄 수난과 용서를 통해 답하셨다. 우리의 증언도 그런 것이기를 희망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