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성 바오로 6세 교황
성 바오로 6세 교황께서는 1897년 9월 26일 이탈리아 브레시아 근처 콘체시오 마을에서 태어나셨다. 1920년 5월 29일 사제품을 받으시고 교황청 국무원에서 일하셨으며, 1954년 밀라노 대주교로 임명되셨다. 1963년 6월 21일 교황으로 선출되시어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성공적으로 마치셨고, 교회 생활의 쇄신, 특히 전례 개혁, 교회 일치를 위한 대화와 현대 세계의 복음 선포를 증진하는 데 큰 공헌을 하셨다. 1978년 8월 6일 선종하셨고, 2018년 10월 14일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시성하셨다.
입당송
주님은 손수 그를 대사제로 뽑으시고, 당신의 곳간을 여시어 온갖 복을 베푸셨네. 알렐루야.
<또는>
집회 50,1; 44,16.22 참조
보라, 대사제, 주님은 맹세하신 대로 당신 백성 가운데 그를 높이셨네. 사는 동안 그는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렸네. 알렐루야.
본기도
하느님, 성자의 복음을 열렬히 전한 사도인 복된 바오로 교황에게 하느님의 교회를 다스리게 하셨으니 저희가 그의 뛰어난 가르침에 따라 온 세상에 사랑의 문화를 널리 펼치도록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이끌어 주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바오로는 그들과 함께 지내며 일을 하였고, 회당에서 토론을 하였다.>
▥ 사도행전의 말씀입니다.18,1-8
그 무렵 1 바오로는 아테네를 떠나 코린토로 갔다.
2 거기에서 그는 폰토스 출신의 아퀼라라는 어떤 유다인을 만났다.
아퀼라는 클라우디우스 황제가
모든 유다인은 로마를 떠나라는 칙령을 내렸기 때문에
자기 아내 프리스킬라와 함께 얼마 전에 이탈리아에서 온 사람이었다.
바오로가 그들을 찾아갔는데,
3 마침 생업이 같아 그들과 함께 지내며 일을 하였다.
천막을 만드는 것이 그들의 생업이었다.
4 바오로는 안식일마다 회당에서 토론하며
유다인들과 그리스인들을 설득하려고 애썼다.
5 실라스와 티모테오가 마케도니아에서 내려온 뒤로,
바오로는 유다인들에게 예수님께서 메시아시라고 증언하면서
말씀 전파에만 전념하였다.
6 그러나 그들이 반대하며 모독하는 말을 퍼붓자
바오로는 옷의 먼지를 털고 나서,
“여러분의 멸망은 여러분의 책임입니다.
나에게는 잘못이 없습니다.
이제부터 나는 다른 민족들에게로 갑니다.” 하고 그들에게 말하였다.
7 그리고 그 자리를 떠나 티티우스 유스투스라는 사람의 집으로 갔는데,
그는 하느님을 섬기는 이였다. 그 집은 바로 회당 옆에 있었다.
8 회당장 크리스포스는 온 집안과 함께 주님을 믿게 되었다.
코린토 사람들 가운데에서
바오로의 설교를 들은 다른 많은 사람도 믿고 세례를 받았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98(97),1.2-3ㄱㄴ.3ㄷㄹ-4(◎ 2 참조)
◎ 주님은 당신 구원을 민족들의 눈앞에 드러내셨네.
또는
◎ 알렐루야.
○ 주님께 노래하여라, 새로운 노래. 그분이 기적들을 일으키셨네. 그분의 오른손이, 거룩한 그 팔이, 승리를 가져오셨네. ◎
○ 주님은 당신 구원을 알리셨네. 민족들의 눈앞에, 당신 정의를 드러내셨네. 이스라엘 집안을 위하여, 당신 자애와 진실을 기억하셨네. ◎
○ 우리 하느님의 구원을, 온 세상 땅끝마다 모두 보았네. 주님께 환성 올려라, 온 세상아. 즐거워하며 환호하여라, 찬미 노래 불러라. ◎
복음 환호송
요한 14,18; 16,22 참조
◎ 알렐루야.
○ 주님이 말씀하신다. 나는 너희를 고아로 버려두지 않고 다시 오리니 너희 마음이 기뻐하리라.
◎ 알렐루야.
복음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6,16-20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6 “조금 있으면 너희는 나를 더 이상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다시 조금 더 있으면 나를 보게 될 것이다.”
17 그러자 제자들 가운데 몇 사람이 서로 말하였다.
“‘조금 있으면 너희는 나를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다시 조금 더 있으면 나를 보게 될 것이다.’
또 ‘내가 아버지께 가기 때문이다.’ 하고 우리에게 말씀하시는데,
그것이 무슨 뜻일까?”
18 그들은 또 “‘조금 있으면’이라고 말씀하시는데, 그것이 무슨 뜻일까?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지 알 수가 없군.” 하고 말하였다.
19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묻고 싶어 하는 것을 아시고 그들에게 이르셨다.
“‘조금 있으면 너희는 나를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다시 조금 더 있으면 나를 보게 될 것이다.’ 하고
내가 말한 것을 가지고 서로 묻고 있느냐?
20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울며 애통해하겠지만 세상은 기뻐할 것이다.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예수님은 요한복음 안에서 당신이 떠나시는 것을 여러 번 암시하셨습니다. 요한복음이 쓰여졌을 당시, 예수님은 이 세상에 계시지 않았지요. 지금 역시 예수님은 우리 곁에 계시지 않습니다. 눈과 귀로 보고 들을 수 없는 예수님을 우리는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은 2000년 전 교회에, 그리고 지금의 교회에 여전히 유효한 질문입니다.
‘조금 있으면’이라고 번역된 ‘미크로스’라는 그리스말 형용사를 묵상해 봅니다.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고, 또다시 만나는 삶의 여정은 다만 ‘조금’이라는 시간 안에서 반복되는 것이지요. 지금 보고 듣는 것이 좋아서 영원히 간직하고픈 일과 사람이 있다면, 우린 ‘조금’의 시간을 살아내는 데 서툴 수가 있습니다. 삶의 모든 조각들은 ‘조금’의 시간들이 겹쳐지고 쟁여져 이어집니다. 순간순간, 그 조그만 시간 속에서 우린 예수님을 만나고 헤어지고 또 만나게 됩니다. 영원히 지속될 시간만을 갈구하다가 ‘조금의 시간들’을 행여 놓칠까 걱정입니다. 매번 새롭게 다가오는 ‘조금의 시간들’에 조용히, 겸허히, 설레며 사는 새 하늘, 새 땅의 주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예물 기도
주님, 주님의 백성이 복된 바오로를 기리며 제사를 바치오니 이 제사가 주님께는 영광이 되고 저희에게는 영원한 구원이 되게 하소서. 우리 주 …….
감사송
<부활 감사송 1 : 파스카의 신비>
주님, 언제나 주님을 찬송함이 마땅하오나 특히 그리스도께서 저희를 위하여 파스카 제물이 되신 이 밤(날, 때)에 더욱 성대하게 찬미함은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의 죄를 없애신 참된 어린양이시니 당신의 죽음으로 저희 죽음을 없애시고 당신의 부활로 저희 생명을 되찾아 주셨나이다.
그러므로 부활의 기쁨에 넘쳐 온 세상이 환호하며 하늘의 온갖 천사들도 주님의 영광을 끝없이 찬미하나이다.
영성체송
요한 10,11 참조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 알렐루야.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 하느님, 복된 바오로가 뜨거운 사랑으로 주님의 교회를 돌보게 하셨으니 성체를 받아 모신 저희 마음에도 그 사랑의 불이 타오르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성 바오로 6세 교황께서는 무엇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황이십니다. 성 요한 23세 교황께서 굳은 의지로 공의회의 문을 여셨다면, 성 바오로 6세 교황께서는 1년 뒤 후임으로 선출되시어 공의회를 이어 나가 끝맺으심으로써 가톨릭 교회의 현대화를 이루신 분입니다.
공의회 진행이 순조롭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전례문의 모국어 사용, 현대 세계의 교회, 평신도 사도직, 주교들의 단체성, 교회 일치, 다른 종교와의 관계 등 민감한 주제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성 바오로 6세 교황께서는 끈기와 지혜로 공의회를 이어 나가 교회의 쇄신을 이끄신 개혁가이십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께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마친 뒤 문헌을 반포하는 데 그치시지 않고 그 결의 사항을 곧바로 실행해 나가셨습니다. 지역 주교들에게 교황에 대한 자문 권한을 부여하는 세계 주교 시노드를 제도화하셨고, 대다수가 유럽 출신이었던 추기경단을 제삼 세계 출신에까지 확대하여 가톨릭 교회의 보편성을 구현하시고자 노력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때 서울대교구장이었던 김수환 대주교가 한국 최초로 추기경에 임명되었지요.
성 바오로 6세 교황께서는 ‘대화의 교황’이시기도 합니다. 교회 일치를 위하여 예루살렘을 방문하셨고, 또 최초로 국제 연합(UN)에서 전쟁 반대를 연설하셨습니다. 처음으로 비행기와 헬리콥터를 타고 외국을 방문하시기 시작하여 오대륙을 모두 방문한 교황이라고 해서 ‘순례자 교황’으로도 불리십니다. 어려서부터 수줍음 많고 몸도 허약해서 신학교에 입학한 뒤에도 집에서 다니셨던 분이 우리 교회를 위하여 아낌없는 수고를 하신 것이지요.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동희 모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