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 연중 제11주간 월요일
복음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5,38-42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38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하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39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오히려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
40 또 너를 재판에 걸어 네 속옷을 가지려는 자에게는 겉옷까지 내주어라.
41 누가 너에게 천 걸음을 가자고 강요하거든, 그와 함께 이천 걸음을 가 주어라.
42 달라는 자에게 주고 꾸려는 자를 물리치지 마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악인에게 맞서지 말라니, 그것이 무슨 뜻일까. 악인에게 맞서지 않는다면 악인이 바라는 일이 이루어지도록 내버려 둔다는 것이고, 그건 결국 세상에서 선을 이루어야 하는 그리스도인의 사명에 어긋나는 일이 아닌가.
이런 질문 앞에서 복음에 담긴 주님의 말씀을 다시 바라본다. 뺨을 맞는 고통, 속옷과 겉옷을 모두 내어 주어야 하는 굴욕, 악인의 손에 당하는 수치, 사실 이 모든 일들은 예수님께서 십자가로 향하며 몸소 겪으신 일들이다. 복음의 내용처럼 주님께서는 악인에게 맞서지 않으셨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모습을 통해 그들의 부당함을 알리는 가장 강력한 길을 찾으셨다. 악이 마련한 것과 동등한 미움과 증오를 통해서가 아니라, 자기를 내어 주고 희생하는 길을 걸어갈 때 가장 효과적이고 호소력 있는 저항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예수님을 통해 배웠다.
오늘 하루, 누군가 부당하게 내 뺨을 때리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또는 다른 누군가가 부당하게 겉옷과 속옷을 빼앗길 수도 있을 터다. 그럴 때 주님이 보여 주신 모범을 직접 따르는 신앙인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넘어지고 실패할지라도 예수님의 삶의 방식을 이루려 노력하는 사람들, 그것이 우리 그리스도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