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 연중 제11주간 수요일
복음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6,1-6.16-18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그러지 않으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에게서 상을 받지 못한다.
2 그러므로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위선자들이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듯이,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마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3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4 그렇게 하여 네 자선을 숨겨 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5 너희는 기도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회당과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6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16 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표정을 짓지 마라.
그들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얼굴을 찌푸린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17 너는 단식할 때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
18 그리하여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예수님 당시 유다인들은 단식규정을 잘 지켰다. 정해진 속죄일에만 단식한 게 아니었다. 열심한 유다인은 자신의 열심을 드러내려, 정해진 단식일 외에도 자주 단식했다. 원래 단식은 참회와 속죄의 의미로 하는 것이다. 욕망을 다스려 자신을 낮추고, 자신만 바라보던 시선을 이웃에게 돌리는 것이 단식의 목적이다. 그런 단식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을 내세우는 일이 되어 버렸다.
세례자 요한의 제자들이 예수님께 와서 이렇게 말한다. “저희와 바리사이들은 단식을 많이 하는데, 스승님의 제자들은 어찌하여 단식하지 않습니까?”(마태, 9,14) 단식을 대단한 공덕이나 되는 듯 내세우고, 이제는 누가 더 자주 단식하는지 경쟁이라도 하는 모양새다. “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표정을 짓지 마라. 그들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얼굴을 찌푸린다.”(마태 6,16) 보이려고 하는 단식을, 예수님은 꾸짖으신다. 남에게 보이려고 하는 단식, 자신의 열심을 내세우려 하는 단식은 단식이 아니다. 나를 내려놓고, 남을 돕는 단식만이 진정한 단식이다.